카테고리 없음

[바이오토픽] 지속자(persister) 세포: 암의 재발에 기여하는 상습적 재범자(再犯者)

산포로 2021. 8. 17. 13:30

[바이오토픽] 지속자(persister) 세포: 암의 재발에 기여하는 상습적 재범자(再犯者)

 

화학요법에 대한 내성이 발생하는 메커니즘을 이해하면 항암치료를 향상시킬 수 있다. 「지속자」라는 희귀한 종양세포 집단이 이러한 내성에 기여할 수 있다. 하버드 의대와 브로드 연구소의 연구팀은 「지속자」의 특징을 디테일하게 파악하는 방법을 개발함으로써 「지속자」의 기원을 밝히는 데 한 발짝 다가섰다.

 

Watermelon Technique/ ⓒ Broad Institute

▶ 암(癌)은 「지속자(persister)」라고 불리는 종양세포의 부분집합이 화학요법(chemothetapy)에서 살아남을 때 재발할 수 있다. 대부분의 「지속자」는 항암제가 존재하는 동안 정지상태(quiescent state)에 들어가 분열하지 않지만, 극소수의 부분집합은 세포주기(cell cycle)에 재(再)진입함으로써 증식할 수 있다. 많은 연구들은 이러한 내성(resistance)의 밑바탕에 깔린 유전적 메커니즘에 집중해 왔다. 그러나 최근 축적되고 있는 데이터에 따르면, 비유전적 메커니즘(non-genetic mechanism)─이를테면 'DNA의 복잡성'과 '크로마틴(chromatin)이라는 단백질'의 변화─가 「지속상태(persisient state)」의 발생에 일익을 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하여, 하버드 의대와 (MIT와 하버드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브로드 연구소의 연구팀은 8월 11일 《Nature》에 실린 논문에서(참고 1) "DNA 바코딩(DNA barcoding)이라는 방법을 이용하여 종양세포와 그 후손들을 추적함으로써, 「지속자」의 세포계열(cellular lineage)과 유전자발현 프로파일을 분석했다"라고 보고했다. 연구팀에 의하면, 이번 연구를 통해 「'다양한 조직'에서 '일련의 종양'들이 화학요법에 대항하는 비유전적·가역적 메커니즘(non-genetic, reversible mechanism)」이 규명되었다고 한다.

 

© https://www.biorxiv.org/content/10.1101/2020.06.05.136358v1.full

연구팀은 in vitro에서 배양된 인간 폐암세포주─표피성장인자수용체(EGFR: 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를 코딩하는 유전자에 변이가 생긴 세포─의 세포분열을 분석했다. 연구팀은 먼저, 문제의 세포주들에 EGFR을 억제하는 오시머티닙(osimertinib)을 투여했다. 그런 다음, 종양세포주 세포계열의 결과를 추적했더니, 14일 후 그중 8%가 「지속자」를 탄생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지속자」 중 13%가 세포주기를 복구하여 증식함으로써 세포집락을 형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가 시사하는 것은, 항암치료 초기에 '주기적인(분열하는)' 「지속자」와 '비주기적(분열하지 않는)' 「지속자」들이 등장하는데, 이들은 각각 별도의 세포계열로부터 진화한 세포라는 것이다.

'주기적인 「지속자」'와 '비주기적인 「지속자」'의 특징적인 분자 메커니즘을 파악하기 위해, 연구팀은 워터멜론(Watermelon)이라는 시스템을 개발하여, 각 세포의 계열(lineage), 증식상태(proliferation status), 전사상태(transcriptional state)를 동시에 추적했다. 그리고 「지속상태」가 「지속자」의 유전적·비가역적인 속성에서 유래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연구팀은 휴약기를 거친 후 「지속자」 집단에 오시머티닙을 다시 투여했다. 그 결과, '주기적인 집단'과 '비주기적인 집단' 모두 약물감수성(drug sensitivity)을 회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속성(persistence)의 밑바탕에 비유전적·가역적 메커니즘이 깔려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 종양 속의 「지속자」 세포를 분석하는 방법

하버드 의대의 연구팀은 《Nature》에 발표한 논문에서(참고 1), 「지속자」—오시머티닙(osimertinib)과 같은 화학요법제에 의한 파괴를 회피하는 종양세포—를 분석하기 위해 개발한 워터멜론(Watermelon)이라는 기법을 선보였다. 연구팀은 가공된 DNA 시퀀스를 in vitro에서 배양된 인간 종양세포에 투입했다. 그 시퀀스에는 독특한 'DNA 바코드'가 들어 있어, 「지속자」 계열에 속하는 세포들의 신원을 파악할 수 있다. 또한 그 시퀀스에는 녹색형광단백질(mNeon)과 적색형광단백질(mCherry)을 코딩하는 유전자가 들어 있는데, mCherry가 발현되려면 독시사이클린(docycycline) 분자가 필요하다.

연구팀은 인간 종양세포를 오시머티닙과 독시사이클린으로 처리한 다음, 단일세포분석을 이용하여 살아남은 「지속자」 세포들을 분석했다. 그 결과 '비주기적(분열하지 않는) 「지속자」' 세포들은 '주기적(분열하는) 「지속자」' 세포들에 비해, 높은 수준의 mCherry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속자」 세포들은 반응성산소족(ROS)을 포함하는데, 이것은 산화손상(oxidative stress)을 초래한다. '주기적 「지속자」'는 '비주기적 「지속자」'에 비해 낮은 수준의 ROS와 높은 수준의 산화된지방산(oxidized fatty acid)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기적 「지속자」'는 항산화방어의 전형적인 특징을 나타냈는데, 그중에는 항산화분자의 발현과 NRF2라는 전사인자가 포함되었다.

 

연구팀은 단일세포 RNA 시퀀싱(single-cell RNA sequencing) 기법을 이용하여 2주 동안 상이한 시점에 유전자발현을 평가했다. 그런 다음, '주기적인 「지속자」'와 '비주기적인 「지속자」'의 전형적 패턴(signature)을 비교했다. 그 결과, '주기적인 「지속자」'는 항산화분자를 생산하는 방어 프로그램이 상향조절(upregulation)—예컨대, 항산화제인 글루타치온 대사가 전형적인 발현패턴을 보이고, 산화스트레스에 반응하여 유도되는 전사인자인 NRF2 단백질이 생산됨—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에 더하여, NRF2의 표적 유전자 중 상당수의 발현은 '「지속자」 후손을 많이 보유한 계열'과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으며, 유전자 조작을 통해 NRF2의 음성적 조절자(negative regulator)를 고갈시킨 결과 '주기적인 「지속자」'의 비율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시머티닙 투여는 반응성산소족(ROS: reactive oxygen species)의 형성을 유도하고, ROS는 산화스트레스를 초래한다. 오시머티닙 투여의 마지막 단계에서, '주기적인 「지속자」'들의 ROS 수준은 '비주기적인 「지속자」'들보다 유의미하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이 ROS 청소분자(ROS scavenger molecule)를 첨가함으로써 세포의 ROS 수준을 낮췄더니, '주기적인 「지속자」'의 비율은 증가했다. 이는 세포의 산화환원상태(redox state)가 '주기적인 「지속자」'의 조절에서 모종의 역할을 담당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산화환원 균형(redox balance)이 대사와 관련되어 있음을 인식하고, 연구팀은 주기적/비주기적 「지속자」들의 대사산물을 분석했다. 그 결과 두 가지 세포집단 사이에 56가지 산물의 풍부성이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주기적 「지속자」'는 '비주기적 「지속자」'보다 카르니틴 분자(carnitine: 지방산 산화 예비단계의 결과물)과 관련된 지방산이 풍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오시머티닙 투여로 인해 지방산의 산화가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방산 산화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를 조절했더니, 지방산 산화를 증가/감소시키면 '주기적 「지속자」'의 비율이 각각 증가/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지방산 산화의 대사적 변화(metabolic shift)가 「지속자」의 증식능력에 영향을 미친다"라는 아이디어를 뒷받침한다.
(...To be continued...)

 

※ 참고문헌
1.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1-03796-6

※ 출처:
1. Harvard Medical School https://hms.harvard.edu/news/repeat-offenders
2. Broad Institute https://www.broadinstitute.org/news/how-rare-population-cancer-cells-contributes-relapse

바이오토픽 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

 

의학약학 양병찬 (2021-08-17)

https://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3337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