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토픽] 적혈구의 놀라운 비밀: 면역계의 보초병(sentinel)인 듯
위중한 질환에 관여하는 적혈구의 체계적 모델 (참고 1)
기초상태(basal condition)에서, 적혈구는 TLR9를 경유하여 미토콘드리아 DNA(mtDNA)에 결합하여 청소함으로써 면역의 항상성(immune homeostasis)에 기여한다.
외상이 일어난 상태(state of trauma)에서, 세포사멸이 광범위하게 진행되면, 세포에서 방출된 mtDNA의 수준이 증가한다. TLR-9을 발현하는 적혈구는 그런 핵산들을 청소한다. mtDNA에 결합한 적혈구는 둔화(변형)되는데, 이것이 혈류에서 신속히 제거되지 않으면 내피세포(endothelial cell)의 활성화를 촉발할 수 있다. 적혈구와 결합하지 않은 mtDNA는 면역세포를 끌어들여 염증을 증가시킬 수 있다.
패혈증(sepsis)에서, 혈류에는 자유로이 떠다니는 헴(heme, 그림에 표시되지 않음)뿐만 아니라 세균의 DNA와 mtDNA가 넘쳐난다. 패혈증이 진행되는 동안, 적혈구의 'mtDNA와 결합하는 능력'이 감소하는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
▶ 약 30조 개에 달하는 사람의 적혈구는 혈류를 순항(巡航)하며 조직에 산소를 공급하지만, 생물학자들이 미처 예상하지 못한 행동을 하는 것 같다. 그것은 '감염과 손상의 징후'를 검사하는 것이다. 적혈구의 역할을 극적으로 확대한 새로운 연구결과에 따르면, "적혈구는 '미생물 침입자'나 '손상된 조직'의 DNA로 의심되는 것을 올가미로 잡아, 면역계에 위험을 경고한다"라고 한다.
"이것은 적혈구의 새로운 면역기능을 밝힌, 매우 흥미로운 연구다"라고 컬럼비아 대학교의 스티븐 스피탈니크(병리학)는 말했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면역계의 역할은 예컨대 (종종 패혈증, COVID-19 등의 질병을 앓는 환자들을 괴롭히는) 빈혈과 관련된 것으로 보이며, 그것을 물리치는 방법을 강구할 수도 있을 듯하다."
사람의 적혈구는 성숙함에 따라 DNA와 세포내 소기관(organelle)을 모두 상실한다. 적혈구의 '홀딱 벗은 구조'는 "적혈구는 '시시하고 기력 없는 헤모글로빈 주머니'로, 산소 배달 외에는 하는 일이 별로 없다"라는 전통적 견해를 부채질했다. 그러나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과학자들은 적혈구의 다른 기능들—예컨대, 혈관 확장을 촉진하는 일산화질소(NO)의 혈중 농도 관리하기—을 하나씩 발견했다.
원칙적으로, 적혈구는—단지 수(數)가 많아서뿐만 아니라, 기관(organ)과 조직(tissue)의 구석구석을 침투한다는 점에서도—인체의 훌륭한 보호자가 될 수 있다. 연구자들은 일부 척추동물(예: 어류, 조류)이 적혈구를 방어 작전에 동원하며, 심지어 그들에게 '병원체를 해치우라'는 지시를 내린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러나 인간과 다른 포유동물의 경우, 적혈구의 면역학적 역할에 대한 증거는 엇갈렸다.
펜실베이니아 의대의 닐람 망갈무르티(호흡기내과, 중환자의학)가 이끄는 연구팀은 2018년의 선행연구에서 하나의 단서를 포착했다(참고 2). 연구팀은 "적혈구가 일종의 분자 센서인 TLR9(toll-like receptor 9)를 보유하고 있어서, 시토신(C)과 구아닌(G)이라는 뉴클레오타이드 염기쌍을 포함하는 DNA를 인식하여 달라붙는다"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런데 '인간의 손상된 세포'는 그런 DNA를 방출하며, '세균을 비롯한 다른 병원체'의 DNA에도 「C-G 듀오(CpG 모티프)」가 풍부하다. 「CpG 모티프」는 강력한 면역계 반응을 촉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연구팀은 그게 주로 백혈구—이들 역시 TLR9을 보유하고 있다—와 관련됐을 거라고 추측했다.
▶ 그러나 연구팀은 이번 주 《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에 발표된 새로운 연구에서(참고 3), 적혈구도 그 면역반응에 참가한다고 제안했다. 연구팀은 in vitro 연구에서, 사람의 적혈구가 「CpG 모티프」를 포함하는 DNA에 결합했을 때 일어나는 사건을 추적했다. 그랬더니 소량의 DNA는 적혈구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 같았지만, 대량의 DNA는 적혈구를 꿈틀거리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적혈구가 자극에 반응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적혈구의 반응은 면역계에 '외래 DNA가 침투하거나 조직이 손상되었다'는 경보를 발령할 것"이라고 연구팀은 가정했다. 또한 그것은 '덜 유익한 면역반응'을 추동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연구팀이 in vivo 연구에서, 생쥐에게 「'CpG를 포함하는 DNA'를 포획한 적혈구」를 투여한 결과, 전신염증(bodywide inflammation)을 촉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간의 경우, 전신염증은 패혈증(sepsis)의 전형적인 특징이며, 손상이나 다른 질병(COVID-19 포함)으로 인해 폭발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
적혈구의 '면역계의 보초병 역할'은 병원에 입원한 환자의 흔한 합병증을 설명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거의 모든 중환자들은 집중치료시설(ICU: intensive care unit)에 입원한 지 3일 째 되는 날에 빈혈에 걸린다"라고 망가무르티는 말했다. 혈액이 지라(spleen)를 통과하는 동안, 대식세포(macrophage)라는 면역세포가 낡고 손상된 적혈구를 탐식하는 게 보통이다. 건강한 적혈구의 경우, '나를 잡아먹지 말라'는 글씨가 적힌 팻말(단백질)을 표면에 발현하기 때문에, 대식세포의 탐식을 회피할 수 있다. 그러나 연구팀은 시험관 연구에서, "'CpG를 포함한 DNA'와 마주칠 경우, 적혈구에 발현된 '대식세포를 제지하는 단백질'의 일부가 은폐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생쥐를 이용한 연구에서 그런 변화가 초래하는 결과를 관찰했다. 연구팀이 생쥐에게 적혈구를 수혈했더니, 생쥐의 지라에 상주하는 대식세포들이 'CpG가 적재된 DNA'에 노출된 적혈구들을 집어삼켰지만, DNA와 조우하지 않은 적혈구들은 별로 건드리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패혈증과 빈혈에 모두 걸린 환자'의 적혈구는 '패혈증에만 걸린 환자'의 적혈구보다 더 많은 DNA를 포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COVID-19와 빈혈에 모두 걸린 환자'의 적혈구는 'COVID-19에만 걸린 환자'의 적혈구보다 더 많은 DNA를 포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고농도의 DNA가 적혈구 파괴를 촉진했음을 시사한다.
"이제 우리는, 적혈구가 사람과 다른 포유동물에서 면역 기능을 수행한다고 말할 수 있다"라고 망가무르티는 말했다. "대부분의 시간 동안, 적혈구는 정상적인 청소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문지기(janitor)로 복무하며, (매일 죽는 체세포들이 혈류로 방출하는) 잠재적으로 유해한 DNA를 제거한다. 그러나 인체가 감염되어 있거나 손상을 입은 이후에는, 이러한 DNA가 혈류에 범람한다. 그렇게 되면, 적혈구는 대식세포들에게 '나를 잡아먹으라'고 권장함으로써 자신을 희생하여, 면역계에게 경보를 발령하고 염증을 촉발한다. 그러나 대식세포가 적혈구를 과도하게 소비한다면 빈혈이 발생할 수 있다."
▶ "골칫거리 DNA가 적혈구상의 TLR9에 달라붙지 못하도록 방지하는 약물을 이용하면 빈혈을 치료할 수 있다"라고 망가무르티는 제안했다. 또한 그녀가 이끄는 연구팀은 '적혈구에 달라붙은 DNA'가 감염을 진단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 여부를 연구하고 있다.
"연구팀의 엄밀한 실험적 접근방법은 칭찬받아 마땅하다"라고 미시간 대학교 앤아버 캠퍼스의 로버트슨 데이븐포트(임상병리학)는 말했다. 그러나 그는 "적혈구가 포유류의 면역적 방어에 필수적인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추가적인 데이터가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패혈증 환자의 빈혈은 많은 원인들에 의해 초래될 수 있으며, '대식세포가 적혈구를 너무 많이 소비해서 그렇다'는 설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부족하다"라고 데이븐포트는 말했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껏 유심히 살펴보지 않았다."
"이윽고," 망가무르티는 힘주어 말했다. "생물학자들은 적혈구를 완전히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게 될 것이다."
※ 참고문헌
1. https://www.jimmunol.org/content/jimmunol/201/5/1343.full.pdf
2.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5821907/
3.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translmed.abj1008
※ 출처:
1. University of Pennsylvania Perelman School of Medicine https://www.pennmedicine.org/news/news-releases/2021/october/penn-medicine-study-finds-red-blood-cells-play-much-larger-role-in-immune-system
2. Science News https://www.science.org/content/article/red-blood-cells-may-be-immune-sentinels
바이오토픽 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
생명과학 양병찬 (2021-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