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토픽] 장내 미생물총이 감염에 저항하는 메커니즘 규명
장내에 상주하는 미생물총(microbiota)은 감염을 차단하는 데 도움을 주지만, 그 메커니즘은 완전히 이해되지 않았었다. 이제 "'감염 이후의 미생물총 변화'가 '병원균을 물리치는 분자'의 수준을 높임으로써 감염을 차단한다"라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
연구의 하이라이트 (참고 3)
1차감염은 2차감염에 대한 미생물총의 저항성을 높이는데, 그 메커니즘은 다음과 같다.
- 병원균 감염은 ‘숙주의 타우린 생성’과 ‘타우린을 이용하는 장내미생물 증식’을 유도한다.
- 장내미생물총은 타우린을 황화물(sulfide)로 전환함으로써 병원균의 산소호흡을 억제한다.
- 황화물을 제거하면, 산소호흡을 하는 병원균이 증가한다.
▶ 포유동물 숙주와 그 장내 미생물총(intestinal microbiota: 소장과 대장에 상주하는 미생물 무리) 간의 복잡한 상호작용은 숙주의 건강과 질병감수성에 영향을 미친다. 그런 상호작용을 추동하는 메커니즘을 밝히는 데 있어서 주요 걸림돌은, 미생물총을 구성하는 종(種)이 매우 다양하다─이러한 다양성은 개인별로 독특한(지문을 방불케 하는) 미생물 프로파일로 귀결된다(참고 1)─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내미생물총이 병원균(pathogen: 질병을 초래하는 미생물)의 장내 정착(gut colonization)을 억제하는 데 관여한다'는 설이 점점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을 분석한 연구들 중 상당수는 기술적(descriptive)인 데다, 하나의 건강/질병상태와 관련된 특정 미생물총 구성에 국한되는 경향이 있었다(참고 2). 이와 관련하여, Stacy et al.은 《Cell》에 발표한 논문에서(참고 3) 「미생물총의 변화가 병원균의 침투에 저항하는 과정」을 총체적으로 규명하여 주목을 끈다.
미생물총이 장내 병원균의 정착을 방해한다는 것은 널리 인정된 사실이며(참고 4), 다양한 계열의 증거들이 '장내 미생물총이 병원균의 증식을 제한하는 역할을 수행한다'는 아이디어를 뒷받침한다. 예컨대 장기적/고용량의 항생제 투여는 미생물총의 종다양성을 낮춰, 클로스트리듐 디피실레(Clostridium difficile; 심각한 설사와 결장염을 초래하는 세균)의 증식을 촉진함으로써 질병과 사망의 위험을 증가시킨다(참고 5). 미생물총의 종다양성이 낮으면(이는 선진국 주민에서 흔히 관찰되는 특징이다) 감염병에 대한 취약성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참고 6). 더욱이 항생제를 투여 받거나 무균환경에서 사육되어 미생물총이 부족한 생쥐의 경우, 정상적인 미생물총을 보유한 생쥐보다 장내 병원균(intestinal pathogen)에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참고 7).
그와 정반대로, 특정 미생물총은 고병원성 병원균의 증식이나 감염을 촉진한다. 예컨대 생쥐의 상이한 미생물총은 시트로박터 로덴티움(Citrobacter rodentium: 결장의 비정상적 증식을 초래하는 세균)에 대한 감수성을 결정한다(참고 8). '감수성 생쥐'에서 '비감수성 생쥐'에게 미생물총을 이식하면 C. rodentium에 대한 감수성을 유도하는 데 반해, '비감수성 생쥐'에서 '감수성 생쥐'에게 미생물총을 이식하면 감염에 대한 저항성을 유도한다(참고 8). 역학적 증거에 따르면, 스웨덴 사람들의 캄필로박터 제주니(Campylobacter jejuni: 식품매개병원균) 감염에 대한 감수성은 미생물총의 구성에 의존한다(참고 9). 그리고 많은 보고서들은, 특정한 장내 병원균(예: 살모넬라 엔테리카, C. rodentium)가 숙주와 미생물총 간의 신호(host–microbiota cue)를 교묘히 이용하여 대사와 (호흡을 통한) 에너지 생성을 정확히 조절하는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그 보고서들에 따르면, 병원균들은 숙주와 미생물총 간의 신호를 감지하여 대응함으로써, (숙주의 장내에 정착하는 데 필요한) 병독성 레퍼토리 요소의 발현을 증감시킨다고 한다(참고 10, 참고 11, 참고 12).
이와 관련하여, 바야흐로 흥미로운 연구가 시작되고 있다. 그 내용인즉, 미생물총이 감염 과정에서 수행하는 역할을 자세히 탐구하는 것이다. 그 연구는 '감염과 종의 유무(presence or absence of species) 간의 상관관계', 즉 '종구성(species composition)의 차이'를 넘어, 「특정한 미생물총 구성(composition of microbiota)이 감염에 저항하거나 침입한 병원균을 돕는 메커니즘」을 규명하기 시작하고 있다.
▶ Stacy et al.은 이번 논문에서, "생쥐를 폐렴막대균(Klebsiella pneumoniae)이라는 장내 병원균에 감염시켰더니, 뒤이은 K. pneumoniae 감염에 저항하는 능력이 향상되었다"라고 보고했다. 저자들은 그 경로를 이해하기 위해, 미생물의 DNA를 분석하고 「감염후 미생물총(post-infection microbiota)」과 「미접촉 미생물총(naive microbiota)」의 메타유전체(metagemome)를 평가함으로써 미생물이 집락화저항(colonization resistance)에 기여하는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특히, 그들은 황함유분자(예: 타우린)의 대사에 필요한 단백질을 코딩하는 유전자를 발견했는데, 그 유전자는 「미접촉 미생물총」보다 「감염후 미생물총」에 더 풍부한 것으로 밝혀졌다.
☞ 감염에 대응한 미생물총 변화가 방어선 강화로 이어지는 메커니즘: Stacy et al.은 "유해균(예: 폐렴막대균) 감염이 생쥐의 장내미생물에 영향을 미치는 메커니즘을 규명했다"라고 보고했다.
a. 시토크롬산화효소(cytochrome oxidase) 덕분에, 폐렴막대균(Klebsiella pneumoniae)은 포유류의 장(腸)에서 증식하여 감염을 확립할 수 있다. 이 효소는 병원균으로 하여금 산호를 이용해 산소호흡(aerobic respiration)을 함으로써 에너지를 생성하게 해 준다.
b. K. pneumoniae에 감염된 후, 장에서는 타우린 분자의 수준이 높아진다. 타우린은 (간에서 만들어져 장으로 분비되는) 담즙산이 대사됨으로써 생성된다. Stacy et al.은 "병원균에 감염된 후, 숙주의 장내 미생물총에서 타우린을 이용하는 미생물이 증가한다"는 유전학적 증거를 제시했다. 장내미생물은 타우린을 대사하여 황화수소 가스를 방출한다.
c. 황화수소는 산소호흡을 억제함으로써, 유해균의 증식을 차단한다.
담즙산(bile acid)은 간(liver)에서 생성되어 쓸개(gall bladder)에 저장되는데, 장내 타우린(taurine)의 주요 원천이다. 담즙산은 장(腸)으로 분비되어, 지방식(fatty food)과 기름의 소화를 돕는다. 미생물총의 특정 구성원은 담즙산을 분해하여 타우린을 방출하는데, 타우린은 다른 장내미생물의 에너지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세균의 대사경로에서 타우린이 사용되면, 그 부산물로 황화수소(hydrogen sulfide)라는 화합물이 생성된다. 고농도의 황화수소는 시토크롬산화효소(cytochrome oxidase)의 활성을 억제함으로써 산소호흡(aerobic respiration) 동안 일어나는 반응들을 억제한다.
장내에 침투한 병원체는 종종 숙주가 생성한 산소를 가로채어 산소호흡에 필요한 에너지를 얻음으로써, 숙주의 장에 정착하기 위한 교두보를 확보한다(참고 13). Stacy와 동료들은 「타우린 매개 황화물 분자(이산화황 포함) 생성」(이는 감염 후 미생물총에 의해 이루어진다)과 「병원체 호흡 억제」(이는 궁극적으로 병원체의 감염을 억제하게 된다)간의 밀접한 상관관계를 발견했다. 저자들은 두 가지 병원균(K. pneumoniae, C. rodentium)에 대해 이러한 효과를 증명했는데, 이는 감염후 미생물총이 침입자들을 광범위하게 차단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생쥐의 음료수에 타우린을 첨가했더니, 그와 비슷한 효과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타우린은 강장음료의 흔한 구성요소인데, 그것이 장에서 수행하는 것으로 밝혀진 역할은 매우 흥미롭다. 그런 메커니즘을 깊이 이해하면, 미생물총을 정밀하게 조작함으로써 특정한 감염병을 무찌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가 시사하는 것은, 건강기능식품을 통해 특정 대사물(예: 타우린)을 보충하면, 미생물총의 메타대사(metametabolism)를 재프로그래밍함으로써 병원균에 대한 저항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미생물총이 장내 병원균의 대사·호흡·병독성에 영향을 미치는 메커니즘'은 「숙주-미생물총-병원균의 상호작용(host–microbiota–pathogen interactions)」이라는 떠오르는 연구분야의 핵심 주제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 참고문헌
1. https://doi.org/10.1073%2Fpnas.1423854112
2. https://doi.org/10.1038%2Fnature18849
3. https://doi.org/10.1016%2Fj.cell.2020.12.011
4. https://doi.org/10.4049%2Fjimmunol.1403169
5. https://doi.org/10.1146%2Fannurev-micro-091014-104115
6. https://doi.org/10.1128%2FMMBR.00007-19
7. https://doi.org/10.1038%2Fs41385-018-0053-0
8. https://doi.org/10.1371%2Fjournal.pone.0026988
9. https://doi.org/10.1016%2Fj.cmi.2015.09.004
10. https://doi.org/10.1038%2Fnature09415
11. https://doi.org/10.1016%2Fj.cell.2020.09.022
12. https://doi.org/10.1371%2Fjournal.ppat.1005278
13. https://doi.org/10.1126%2Fscience.aag3042
※ 출처: Nature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21-00642-7
바이오토픽 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생명과학 양병찬 (2021-03-19)
https://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3289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