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토픽] 잘못된 생물학 상식: 새는 냄새를 아주 잘 맡는다.
생물학 교과서에는, 대부분의 새들이 냄새를 못 맡는다고 적혀 있다. 과학자들은 그게 오류임을 증명하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거의 200년 전, 미국의 유명한 박물학자 존 제임스 오듀본은 독수리의 후각을 테스트하기 위해 썩어가는 돼지 시체를 덤불 속에 숨겼다(참고 1). 독수리들이 돼지를 놓치는 것을 보고—그러기는커녕, 한 마리의 독수리는 근처에 있는 '냄새 안 나는, 속이 꽉 찬 사슴 가죽'에 덤벼들었다—, 그는 그것을 '독수리는 후각이 아니라 시각에 의존하여 먹이를 찾는다'는 증거로 간주했다. 그의 실험은 '대부분의 새들은 후각이 신통찮다'는 통념을 공고화했고, 나중에 '독수리와 몇몇 맹금류는 후각을 어떻게든 사용한다'는 증거가 제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도그마는 지속되었다.
이제 새의 행동과 분자 하드웨어(molecular hardware)에 대한 발견들에 의해 그 동안의 도그마는 침식되고 있으며, 그중 두 건의 증거는 지난달에 출판되었다. 한 논문에서는 황새가 새로 깎은 잔디의 냄새를 맡는다는 사실을 증명했고, 다른 논문에서는 여러 종(種)의 새가 보유한 수십 가지 기능적 후각수용체를 기술했다. "연구자들은 후각이 조류 생물학의 다양한 측면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라고 하버드 대학교의 스콧 에드워즈(진화생물학)는 논평했다.
(1) 40년 전 동물행동학자 플로리아노 파피가 '전서구(homing pigeon)는 화학적 서명(chemical signature)을 냄새맡음으로써 횃대로 돌아온다'고 제안했을 때, 그의 동료들은 콧방귀를 뀌었다. 동료들은 '새들은 여러 가지 다른 예민한 감각—이를테면 시각, 그리고 비둘기와 몇몇 다른 종들은 자기감각(magnetic sense); 참고 2—을 이용해 길을 찾는다'고 지적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생물학 교과서들은 '새들은 후각을 거의 상실했다'고 단언했으며, 많은 사람들—심지어 과학자들도—은 지금까지도 그것을 믿고 있다"라고 미시간 주립대학교의 다니엘 휘태커(화학생태학)는 말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정 반대 증거가 이미 축적되고 있었다. 1960년대에 조류학자 케네스 스테이저는, 독수리가 (안에 시체가 들어있고, 팬을 통해 냄새를 방출하는) 상자에 이끌린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단, 시체가 너무 많이 썩지만 않았다면(아마도 오듀본의 실험에서는 이랬던 듯) ... 또한, 연구자들은 알바트로스, 슴새(shearwater) 등의 바닷새들은 (물고기들이 먹는) 플랑크톤이 방출하는 화학물질을 탐지함으로써 먹이를 찾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러나 그런 새들은 (단조로운 바다에서 수 킬로미터씩이나 길을 찾아야 한다는) 극한상황 때문에 특별한 후각을 진화시킨 예외적 사례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2008년에는, 새가 후각을 사용한다고 말하면 어둠의 후예로 간주되었다"라고 막스플랑크 조류학연구소의 마틴 비켈스키는 회고했다.
그러나 바로 그해에, 비켈스키의 지도를 받는 박사과정 학생 질케 슈타이거(분자생태학)는 조류의 계통수 전체에서 9개의 조류 유전체를 분석하여, 후각수용체—비도(nasal passage)에 존재하는 단백질로, 냄새를 피우는 분자에 결합한 후 그 신호를 뇌에 보낸다—와 관련된 유전자를 여러 개 발견했다(참고 3). 후각에 그다지 많이 의존하지 않는 종(예컨대 인간)의 경우, 그런 유전자들은 종종 변이되어 기능을 상실한다. 그러나 슈타이거는, 새들의 후각 유전자 중 상당수가 건재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에 더하여, 그는 그런 유전자의 개수가 새의 후각망울(olfactory bulb)—뇌의 후각중추—의 크기와 비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는데, 이것은 후각수용체가 기능적이라는 강력한 증거였다.
하지만 그 연구에서 발표된 유전체는 불완전했다. 이에, 이스트캐롤라이나 대학교의 크리스토퍼 발라크리시난(진화생물학)과 박사과정생 로버트 드라이버는 가장 구하기 쉬운 조류의 유전체를 분석하여, 몇몇 종(種)에서 더 많은 후각 유전자를 발견했다. 그들은 6월 28일 《Integrative and Comparative Biology》에 실린 논문에서(참고 4), "벌새, 에뮤(emu), 닭, 금화조(zebra finch), 마나킨(manakin)의 유전체를 분석하여 수십 개의 후각수용체를 발견했다"라고 보고했다.
에뮤가 그렇게 많은 후각 유전자를 갖고 있다는 사실은 휘태커를 흥분시켰다. 왜냐하면, 에뮤는 조류의 계통수에서 거의 밑바닥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결과가 시사하는 것은, 모든 새의 조상들이 '한 세트의 다양한 후각수용체 유전자들'을 보유하고 있었다는 것이다"라고 그녀는 말했다. 그렇다면 후각은 애초부터 새에게 중요한 감각이었다는 이야기가 되며, 오늘날의 새들이 보유한 후각수용체를 비교해 보면 그게 사실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2) 아니나 다를까. 비켈스키는 불과 열흘 전 한 학술지에 실린 논문에서(참고 5), "새들만이 보유한 한 세트의 다양한 후각수용체들이 계속적으로 분기(分岐)하여, 다양한 계통에 걸쳐 여러 가지 특이적인 유형들이 탄생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후각유전자가 새의 다양화만큼이나 빠르게 진화했다니! 자연선택은 뭔가 필수적인 과제를 수행하도록 하기 위해 그것을 갈고닦았음에 틀림없다.
비켈스키가 새의 후각에 주목하게 된 것은, 한 호기심 많은 초등학생의 질문에서 영감을 받고 나서부터였다. 독일 라돌프첼(Radolfzell)의 한 초등학교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한 학생이 이렇게 물었다. "우리 마을에 찾아오는 황새들은 새로 깎은 목장의 잔디를 어떻게 알아낼까요? 거기에는 그들의 먹이인 곤충과 설치류가 노출되어 있거든요."
그 비결을 알아내기 위해, 비켈스키가 이끄는 연구팀은 봄날과 여름날 낮에 비행기를 몰고 70마리 황새떼의 주변을 맴돌며 관찰했다. 그 결과, 잔디깎는 장면을 보거나 소리를 들을 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황새들은 바람을 거슬러—마치 깎인 풀의 냄새에 이끌리듯—잔디 깎인 들판을 찾아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들은 냄새가 용의자라는 심증을 굳히고, 물증을 확보하기 위해 깎인 풀 냄새—세 가지 휘발성 화합물의 혼합물—를 풀이 무성한(최근 풀이 깎이지 않은) 들판에 뿌렸다. 그러면 그렇지, 황새떼가 모여드는 게 아닌가! 그들은 이 연구결과를 6월 18일《Scientific Reports》에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황새가 오로지 후각에 의존하여 수렵·채취에 관한 의사결정(foraging decision)을 내린다는 것을 시사한다"라고 휘태커는 논평했다.
(3) 최근 제시된 증거에 의하면, 다른 새들도 '손상된 식물'의 신호에 반응하는 것으로 보인다. 체코 과학아카데미 산하 생물학센터의 엘리나 만틸라(생태학)는 2020년 9월 《Ecology and Evolution》에 발표한 논문에서(참고 6), "두 가지 유럽산(産) 새인 박새(great tit)와 푸른박새(blue tit)는 (스트레스 받은 나무들이 방출하는) 휘발성 화합물을 탐지함으로써 소나무를 공격하는 곤충을 찾아낸다"라고 보고했다.
"최근에 발표된 결과들을 종합하면, 새의 후각을 결코 무시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만틸라는 말했다. "그것은 새로운 형태의 천연 병충해 방제(pest control) 수단을 제시한다"라고 드라이버는 덧붙였다. "농부와 삼림감독관들은 (새들을 유인하여 침슴성 곤충을 먹어치우게 하는 화합물을 이용하여) 위기에 처한 식물군(flora)을 구조할 수 있다."
또 다른 연구에 의하면, 후각은 새들 간의 상호작용을 매개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휘태커의 연구팀은 프린 오일(preen oil)에 초점을 맞춰 연구를 진행해 왔는데, 그것은 새들이 꼬리의 기저부에에 위치한 샘에서 분비하여 깃털에 문지르는 기름이다. 프린 오일의 화학적 조성을 분석하면, 새의 종(種), 성별, 공격성, 생식상태를 알 수 있다. 예컨대 암컷은 수컷보다 '냄새나는 화합물'을 훨씬 더 많이 생성한다. 휘태커와 동료들은 지난 1월 《Journal of Chemical Ecology》에 발표한 논문에서(참고 7), (수컷들이 의존하는) 화려한 깃털과 노래가 없는 암컷들은 냄새에 더 많이 의존하여 의사소통을 한다"라고 보고했다. "그런 신호(cue)는 널리 퍼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지금은 독일의 화학회사인 BASF SE에 근무하는) 슈타이거는 말했다. "단지 연구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을 뿐."
그러나 새의 후각에 대한 연구가 다른 종(種)으로 확산됨에 따라 상황은 빨리 변하고 있다. 1992년 이후 새의 후각에 대한 연구는 10년마다 두 배로 증가하여, 지난해에는 80편의 논문이 발표되었다. 이로써 오듀본의 오해가 뒤늦게 해소되어, '비행과 시각과 노래의 챔피언'인 새들이 또 한 부문(후각)의 타이틀을 거머쥐게 되었다(참고 8).
※ 참고문헌
1. https://www.npr.org/sections/krulwich/2014/06/26/325648459/what-not-to-serve-buzzards-for-lunch-a-glorious-science-experiment
2. https://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332562&SOURCE=6
3. https://www.mpg.de/568503/pressRelease20080716
4. https://academic.oup.com/icb/advance-article-abstract/doi/10.1093/icb/icab150/6310576
5.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98-021-92073-7
6. https://onlinelibrary.wiley.com/doi/full/10.1002/ece3.6622
7. https://link.springer.com/article/10.1007/s10886-020-01230-1
8. https://www.sciencemag.org/news/2021/07/textbooks-say-most-birds-cant-smell-scientists-are-proving-them-wrong
※ 출처: Max Planck Institute for Ornithology https://www.mpg.de/17069936/storks-smell
바이오토픽 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
생명과학 양병찬 (2021-07-13)
https://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3327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