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토픽] 자궁내막증(endometriosis)의 새로운 약물 표적: 염증 유전자 NPSR1
자궁내막증(endometriosis)은 여성들이 걸리기 쉬운 불가사의하고 치료하기 어려운 질병으로, 통증과 불임을 초래한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베일러 의대, 위스콘신-매디슨 대학교, 바이엘 AG의 연구자들로 이루어진 연구팀은 자궁내막증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발견했다. 20여 년의 집중적인 유전학 연구 끝에 밝혀진 이 접근방법은, 특별한 유전자를 차단함으로써—적어도 생쥐의—불편과 염증을 차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참고 1).
"그것은 집념어린 노력의 결과물이다"라고 MIT에서 자궁내막증을 연구하는 린다 그리피스(생명공학)은 논평했다. 그러나 자궁내막증은 워낙 복잡한 질병인 만큼, 그 이론적 치료법은 한 환자군(群)만의 증상을 완화할지도 모른다고 그녀는 경고했다. "연구팀은 수많은 퍼즐조각들을 조립했지만, 그게 마지막 퍼즐조각이 아닐 수도 있다"라고 그녀는 말했다.
자궁내막증은 열 명 중 한 명의 여성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 질병에 걸리면, 자궁의 안쪽을 구성하는—그리고 매번 월경할 때마다 탈락(脫落)하는—조직이 자궁 밖으로 증식한다. 자궁내막증은, 특히 월경 기간 동안, 심각한 통증을 초래하며, 제멋대로 증식한 내막(內膜)이 떨어져 나가려 할 때는 흉터조직(scar tissue)을 만든다. 그 흉터는 내장들을 들러붙게 할 수 있으며, 그것을 제거하는 방법은 침습적인 외과수술밖에 없다.
에스트로겐억제제 등의 호르몬 요법은 월경주기를 바꾸거나 교란할 수 있지만, 올바른 것을 찾아내려면 여러 달에 걸친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다. 또한 호르몬은 일련의 부작용(체중증가, 기분변화, 두통 등)을 초래할 수 있다. 그리고 일부 여성들의 경우에는 호르몬 치료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이번 연구는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연구에 기반한, 사랑의 수고(labor of love)라고 할 수 있다"라고 이번 연구를 지휘한 옥스퍼드 대학교의 자궁내막증 연구자인 크리나 존더반은 말했다. 그 당시만 해도, 과학자들은 유전학이 자궁내막증의 발병 위험 중 일부를 설명한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어떤 유전자가 관여하는지는 몰랐다. 그 후 여러 건의 자궁내막증 사례가 있는 가계(家系)를 추적하는 연구를 통해, 연구자들은 7번 염색체의 특정 영역에 초점을 맞추게 되었다.
그러나 그 영역에는 수백 개의 유전자들이 포진하고 있어서, 하나의 유전자로 범위를 좁히는 데 수년간의 탐정 노릇이 필요했다. 먼저, 존더반이 이끄는 연구팀은 32개 가문(3명 이상의 여성들이 자궁내막증으로 진단받은 가문)에 속한 여성들의 DNA를 시퀀싱하여, 7번 염색체의 특정 영역을 파고들었다. 그 결과, 심각한 증상을 겪은 여성들 중 상당수가 NPSR1이라는 유전자에 변이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유전자가 강력한 용의자로 떠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종전에는 다른 염증질환들(예: 천식, 류마티스관절염)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다음으로, 존더반과 동료들은 (자궁내막증에 걸리는 원숭이인) 히말라야원숭이에게 눈을 돌렸다. 연구팀이 (135마리가 자궁내막증에 걸린) 850마리로 이루어진 히말라야원숭이 그룹의 DNA를 분석해 보니, 역시 동일한 유전자 변이가 주범인 것으로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3,000여 명의 자궁내막증 환자와 약 7,000명의 건강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연구 결과가 재차 확인되었다. 연구팀은 이상의 연구결과를 8월 25일 《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에 발표했다(참고 2).
다음 단계 연구는, 문제의 유전자가 발현되지 못하도록 막아 보는 것이었다. 연구팀은 'SHA 68R'(NPSR1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짐)이라는 분자가 포함된 용액을 생쥐에게 주입하여, NPSR1이 코딩한 단백질을 차단했다. 생쥐는 월경을 하지 않지만, 연구팀은 약간의 세균이나 자궁내막 단편을 생쥐들의 복강에 주입함으로써, 자궁내막증의 통증과 염증을 초래할 수 있었다. 그러나 'SHA 68R'을 주입받은 생쥐들은 염증과 복통을 덜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통을 경험하는 생쥐들은, 이를 보상하기 위해 체중이 앞발로 이동한다. 연구팀은 그 체중이동을 측정할 수 있다.)
"그것은 영웅적인 노력이었다"라고 에모리 대학교에서 자궁내막증을 연구하는 스테이시 맥칼리스터는 논평했다. 그러나 그녀는, NPSR1을 겨냥함으로써 단순한 '단기적 통증 완화'가 아니라 '만성통증 치료'가 가능하다는 추가적 증거를 보고 싶어 한다.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모든 자궁내막증 환자들이 NPSR1 변이를 보유한 건 아니라는 점이다. "자궁내막증 연구의 발전이 느린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라고 그리피스는 말했다. "자궁내막증은 어쩌면 단일질환이 아닐 수도 있다." 그녀는 이번 연구가 복잡한 자궁내막증의 이해 및 치료법 개발에 기여하기를 바라고 있다.
연구팀의 다음 과제는, 원숭이를 대상으로 문제의 유전자를 겨냥함으로써 동일한 효과를 거둘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그것은 커다란 프로젝트였으며 긴 여정이었다"라고 이번 연구의 선임저자인 모나시 대학교의 토마스 탑마이어는 말했다. "이것은 시작의 끝(the end of the beginning)일 뿐이다."
※ 참고문헌
1. https://www.sciencemag.org/news/2021/08/inflammation-gene-may-be-possible-drug-target-endometriosis
2. https://stm.sciencemag.org/content/13/608/eabd6469
※ 출처
1. Baylor College of Medicine https://www.bcm.edu/news/genetic-cause-of-endometriosis-ided-potential-drug-target-revealed
2. endometriosis.org https://endometriosis.org/news/research/inflammation-gene-may-be-possible-drug-target-for-endometriosis/
바이오토픽 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
의학약학 양병찬 (2021-08-27)
https://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3340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