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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인간의 독특한 뇌(腦), 임신 중기에 형성되는 메커니즘 규명

산포로 2021. 10. 13. 10:42

[바이오토픽] 인간의 독특한 뇌(腦), 임신 중기에 형성되는 메커니즘 규명

 

The green areas represent the prefrontal cortex of a mouse brain. Yale researchers investigated why it is so greatly expanded in humans and mice. / ⓒ Yale University

▶ 임신한 지 4~5개월 후, 인간 태아의 전전두피질(PFC: prefrontal cortex)에서는 폭발적인 시냅스 성장이 일어난다. 그리고 그 '복잡한 연결성(시냅스)의 덩어리' 속에서, 발생하는 뇌는 (인간으로 하여금 추상적 사고, 언어, 복잡한 사회적 상호작용을 하게 해 주는) 독특한 속성을 획득한다.

그러나 이러한 시냅스의 만개(滿開)가 일어나, 뇌 속에서 그런 심오한 결과를 초래하는 데 필요한 분자적 구성요소(molecular ingredient)는 뭘까? 지난 9월 29일 《Nature》에 실린 두 편의 논문에서, 미국 예일 대학교의 연구자들은 "발생하는 뇌 속에서, 인간을 만물의 영장으로 만든 '유전자 발현과 구조의 핵심적 변화들'을 확인했다"라고 보고했다.

이번 연구들은 흔한 발생장애나 뇌장애를 이해하는 데 심오한 시사점을 던진 것으로 평가된다.

"인간의 뇌를 '다른 근연관계에 있는 종(種)들의 뇌'와 다르게 만든 요인을 아직 모른다는 것은, 놀라운 동시에 적이 실망스러웠다"라고 두 논문의 선임저자인 예일 대학교의 네나드 세스탄(신경과학)은 말했다. "그것을 안다는 것은 '우리가 누구인가'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할 뿐만 아니라, 조현병(schizophrenia)이나 자폐증 같은 신경정신장애를 더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 이번 연구를 위해, 세스탄이 이끄는 연구팀은 인간, 마카크원숭이, 생쥐의 전전두피질에서 태아발생 동안 일어나는 유전자발현을 광범위하게 분석하여, 종간(種間)의 공통점 및 차이점을 확인했다.

그 결과, 모든 종의 '발생하는 뇌'에서 결과를 결정하는 핵심 요인은, 비타민 A의 부산물인 레티노산(RA: retinoic acid)의 농도인 것으로 밝혀졌다. 레티노산은 모든 기관의 발생에 필수적이며, 모든 동물에서 엄격하게 조절된다. 너무 많거나 너무 적은 RA는 발달장애로 귀결될 수 있다.

(1) 첫 번째 논문에서(참고 1), 예일 의대의 시바타 미키히토(柴田幹士)와 카트리크 파타비라만이 주도하는 연구팀은 "인간, 생쥐, 마카크원숭이 공히 임신2기(second trimester) 동안 전전두피질에서 RA의 농도가 증가하며, 임신2기는 신경회로와 연결이 형성되는 데 가장 중요한 시기"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팀이 생쥐의 전전두피질에서 RA 신호를 차단해 봤더니, (인간의 경우) 작업기억(working memory) 및 인지능력에 필수적인 영역에서 특이적인 회로와 연결성이 형성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간의 경우 조현병과 자폐스펙트럼장애(autism spectrum disorder) 환자에서 이 영역이 교란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이러한 장애들이 발생기간 동안 유사한 뿌리를 공유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러나 (전전두피질에서 RA를 합성하고 억제하는) CYP26B1 유전자를 면밀히 조사해 봤더니, 생쥐와 영장류 사이에 중요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예컨대 생쥐의 경우, 그 유전자는 미세한 PFC 너머에서 RA의 활성을 제한한다. 그런데 연구팀이 생쥐의 CYP26B1 유전자를 차단했더니, '감각 및 운동 기술과 관련된 뇌영역'의 시냅스 배선이 전전두피질과 유사하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인간과 다른 영장류에서, RA가 전전두피질의 확장—그리고 뇌의 복잡성 촉진—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는 설을 뒷받침한다.

"RA는 도미노의 맨 첫 번째 패(牌)로서, 복잡한 유전자 네트워크를 작동시킴으로써 궁극적으로 인간의 사고(思考)와 관련된 뇌영역을 발달시킨다"라고 두 논문의 공동저자인 파타비라만은 말했다.

(2) 다음으로, 연구팀은 RA가 이러한 마술을 부리는 메커니즘을 탐구했다.

인간의 뇌 발달은 '임신2기 동안의 폭발적인 시냅스 성장'으로 특징지어진다. 이러한 연결성은 PFC에서 시작되지만, 뇌의 뒷부분을 향해 감각 및 운동 뉴런에 접근함에 따라 점차 감소한다.

그 이유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예일 대학교의 연구팀은 CBLN2이라는 유전자에 초점을 맞췄다(참고 2). CBLN2 유전자는 전전두피질에 풍부하며, 연결이 형성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그것은 RA에 의해 직접적으로 조절된다. 연구팀은 발달하는 인간의 뇌에서, CBLN2 유전자의 스위치가 다른 부분보다 앞쪽에서 더 먼저 켜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더욱이 그 유전자는 인간의 뇌에서, 마카크원숭이나 생쥐의 뇌보다 더 오랫동안 광범위하게 발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PFC가 인간 특이적 속성(human-specific property)의 등장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했음을 시시한다.

또한 연구팀은 CBLN2 유전자 근처에서 작은 유전체 결실(small genomic deletion)을 확인했는데, 그것은 인간과 침팬지의 진화 과정에서 보존되었지만 다른 동물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그 결실(缺失)이 PFC의 시냅스 성장에서 일익을 담당했는지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그들은 생쥐의 유전체에 그 '결실'을 도입했다. 그 결과, 그 결실을 보유한 생쥐는 CBLN2가 인간처럼 확장되었고, 성체 생쥐의 PFC에서 시냅스가 3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 종합적으로 볼 때, 두 논문은 인지능력 발달의 밑바탕에 깔린 유전적 메커니즘이 「RA의 국지적인 생성」에서 시작되어 「다양한 하류 유전자(CBLN2 포함)의 활성화」로 이어졌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요컨대, 뇌의 결정적인 시냅스가 형성되는 '장소'와 '시점'을 알려준 것이다.

"전전두피질은 중추신경계의 다른 부분에서 입력된 정보들을 통합하여, 주의력·사고·감정·행동에 대한 하향식 제어(top-down control)를 제공한다"라고 세스탄은 말했다. "또한 전전두피질은 많은 신경정신장애의 역기능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인간의 마음'을 창조하는 시냅스에 미묘한 변화가 일어나면 마음이 병들게 된다."

 

☞ 생쥐, 마카크원숭이, 인간의 뇌 피질(brain's cortex) 차이(참고 3)

 

a. 시바타 등(참고 1)은 생쥐, 마카크원숭이, 인간의 뇌(실물 크기를 반영하지 않았다)를 비교했다. 그 결과, 3종(種)의 동물 공히 발생기 동안 레티노산(retinoic acid) 분자의 농도가 뇌 피질의 앞에서 뒤로 갈수록 점차 감소하며, 전반적인 농도는 인간이 가장 높고 생쥐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간의 전전두피질(PFC: prefrontal cortex)은 마카크원숭이와 생쥐에 비해 확장되었고, 다른 뇌 구조인 시상과의 상호연결(reciprocal connection) 개수가 생쥐의 PFC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연결은 그림에 표시되지 않았다).

b. 시바타 등(참고 2)은 유전자발현을 조절하는 DNA 시퀀스─이를 인핸서(enhancer)라고 한다─ 를 확인했는데, 이것은 PFC가 발생하는 동안 활성화된다. 인핸서에는 레티노산 수용체(retinoic acid receptor)나 SOX5 단백질이 결합하는 부위를 포함되어 있는데, 두 단백질은 각각 유전자발현을 촉진하거나 억제한다(그림에는 각각의 부위가 하나씩만 표시되어 있다). 인간의 경우 일부 억제부위(repressive site)가 결실되어, CBLN2라는 유전자의 발현이 증가한다. 생쥐의 PFC에 존재하는 신경세포에는 인간의 PFC 뉴런보다 수지상극(dendritic spine)이라고 불리는 구조─시냅스를 형성한다─의 농도가 낮다.

 

※ 참고문헌
1.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1-03953-x
2.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1-03952-y
3.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21-02460-3

※ 출처: Yale University https://news.yale.edu/2021/10/04/mid-pregnancy-may-be-defining-period-human-brain

바이오토픽 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

 

생명과학 양병찬 (2021-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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