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토픽] 인간을 넘보는 동물 코로나바이러스 속속 등장
현재까지 인간을 감염시키는 것으로 알려진 코로나바이러스는 총 7가지이고, 그중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SARS-CoV-1, SARS-CoV-2, MERS-CoV다. 최근 '개 코로나바이러스'와 '돼지 코로나바이러스'가 인간을 감염시켰다는 보고서가 발표되었다.
몇 년 전 말레이시아에서 폐렴으로 입원한 8명의 어린이들이, 개에게서 발견된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밝혀졌다.
지금까지 인간을 감염시키는 것으로 알려진 코로나바이러스는 7가지뿐인데, 그중 마지막 것은 COVID-19 팬데믹을 일으킨 SARS-CoV-2다. 수년 전 돼지에서 인간으로 점프한 것으로 보고된 또 하나의 코로나바이러스와 함께, 이번에 새로 발견된 '인간 병원체 후보'는 전 세계를 위협하는 코로나바이러스과(Coronaviridae)의 구성원을 유의미하게 확장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보면 볼수록, 종간 장벽을 뛰어넘는 코로나바이러스가 도처에서 발견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라고 아이오와 대학교의 스탠리 펄먼(바이러스학)은 논평했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두 가지 바이러스 모두 인간의 질병과 관련되었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그리고 두 가지 코로나바이러스가 사람 사이에서 전파된다는 증거도 없다. 왜냐하면 두 건의 사례는 비인간 숙주에서 인간으로 점프한 후 막다른 골목에 직면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연구자들은, 그 바이러스들이 한 사람(또는 그들이 통상적으로 감염시키는 동물들)의 몸속에서 그런 능력을 진화시켰을지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개 코로나바이러스
5월 20일 《Clinical Infectious Diseases》에 실린 논문에 보고된 (한 말레이시아 환자에서 검출된) 바이러스의 완전한 유전체를 살펴보면(참고 2), 4가지 바이러스에서 유래한 유전자의 키메라임을 알 수 있다. 그중 2개는 이미 확인된 '개' 코로나바이러스이고, 하나는 '고양이'를 감염시키는 것으로 알려진 코로나바이러스이고, 마지막 하나는 '돼지' 코로나바이러스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구는, 개 코로나바이러스가 인간의 몸속에서 복제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최초의 보고서이며, 그 사실을 확인하려면 후속연구가 필요하다. 연구자들은 개의 종양세포에서 그 바이러스를 배양해 봤지만, 인간의 세포에서는 아직 배양하지 않았다.
"SARS-CoV-2를 비롯한 그 밖의 알려진 인간 코로나바이러스와 달리, 이 특별한 균주가 '스파이크 단백질의 구조 때문에 인간에게 잘 적응했다'는 증거가 포착되지 않았다"라고 이번 연구의 제일저자인 오하이오 주립대학교(OSU) 우스터 캠퍼스의 아나스타시아 블라소바(수의 바이러스학)는 말했다. "개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인간의 감염은, 지금껏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빈번하게 일어날 수 있다." 이번에 발견된 특별한 바이러스는 사람들 사이에서 전파되지 않을 수 있지만, 그러리라는 보장은 없다고 블라소바는 경고했다.
블라소바와 동료들이 조직 샘플을 분석한 8명의 어린이들은 주로, 보르네오의 시골이나 사라왁(Sarawak) 교외의 전통적인 롱하우스(사람과 짐승이 함께 기거하는 옛날식 집)나 마을에서 거주하고 있었다. 그들은 그곳에서 정글의 야생동물과 가축에 빈번히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들은 2017~18년 병원에 입원한 301명의 폐렴 환자들 중 일부로, 연구자들은 다양한 인간과 비인간 코로나바이러스를 검사하기 위해 그들의 비인두 샘플(nasopharyngeal sample)을 채취해 분석했다.
폐렴과 그 밖의 호흡기질환에 대한 표준 병원 진단검사에서는 개나 고양이의 코로나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최근까지 그런 환자들에게서 동물 코로나바이러스를 조사한 사람은 없었다. "개와 고양이의 코로나바이러스는 전 세계 어디에나 있다"라고 펄먼은 말했다.
어린이들에게서 검출된 바이러스의 완전한 시퀀스는 개 코로나바이러스와 매우 유사하다. 그러나 (감염을 시작하기 위해 숙주의 세포 수용체에 결합하는) 스파이크 단백질의 시퀀스는 '개 코로나바이러스 1형'과 TGEV(transmissible gastroenteritis virus)라고 알려진 돼지 코로나바이러스의 것과 매우 비슷하다. 그리고 스파이크 단백질의 일부는 고양이 코로나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과 97% 비슷하다.
4가지 바이러스의 키메라가 한꺼번에 탄생했을 가능성은 낮고, 상이한 코로나바이러스들 사이에서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유전자 뒤섞기가 반복되었을 공산이 높다. "이건 여러 가지 상이한 재조합의 모자이크로,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반복적으로 발생했을 것이다. 그리하여 궁극적으로 이런 괴물이 탄생했다"라고 텍사스 A&M 대학교 칼리지스테이션 캠퍼스의 벤자민 뉴먼(바이러스학)은 말했다.
"새로운 바이러스를 사람에게 실제로 전염시킨 동물은 고양이, 돼지, 개, 또는 모종의 야생 육식동물일 것이다"라고 이탈리아 바리 대학교의 비토 마르텔라(수의 바이러스학)는 말했다. 그는 급성위장염(acute gastroenteritis)에 걸린 이탈리아 어린이들의 분변 샘플을 수집하여, 그와 비슷한 것이 존재하는지 조사할 예정이다.
연구자들은 3가지 아형(subtype)의 '개 코로나바이러스'가 고양이 및 돼지 코로나 바이러스와 쉽게 섞일 수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 동물 바이러스들이 인간에게 실제로 질병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라고 펄먼은 말했다. "그 바이러스들이 인간에게 잘 적응하는 데 필요한 유전자를 갖고 있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번에 보고된 8명의 어린이 중 7명은 5살 미만이었고, 4명은 유아였으며, 그들 중 대부분은 원주민 출신이었다. 그리고 8명 전원은 4~7일 동안 병원에 입원한 후 회복되었다.
과학자들은 코로나바이러스과를 4가지 속(genus)—α, β, γ, δ—으로 분류하는데, 이번에 새로 발견된 것은 α다. 이번에 인간을 감염시킨 α 코로나바이러스는 세 번째인데, 다른 두 가지 α 코로나바이러스는 감기를 초래하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애 초기에 그 바이러스들에 노출된다. "이번에 발견된 바이러스가 어린이들만을 감염시킨 것은 바로 그 때문인 것 같다.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 채플힐 캠퍼스의 랠프 바릭(바이러스학)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성인들은 새로 발견된 α 코로나바이러스에 약간 면역되어 있는 것 같다. 왜냐하면, 그들은 다른 두 가지 α 코로나바이러스에 반복적으로 노출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가장 위험했던 인간 코로나바이러스들—SARS-CoV-1, SARS-CoV-2, MERS-CoV—은 모두 β다. "연구자들은 α가 인간에게 중병의 집단발병을 초래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라고 뉴먼은 말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야생 바이러스의 세계에서 안심할 수는 없다."
돼지 코로나바이러스
지난 3월, 플로리다 대학교의 연구팀은 《medRxiv》에 포스팅한 원고에서(참고 4), 2014~15년 발열을 경험했던 3명의 아이티 어린이들의 혈청에서 돼지 δ 바이러스가 최초로 검출되었다고 보고했다. 연구팀은 그 혈청을 원숭이 세포에 투입하여, 알려진 돼지 코로나바이러스와 유전적으로 일치하는 바이러스를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 (그 연구는 동료심사 저널에 제출되었다.)
δ 코로나바이러스는 한때 조류만 감염시키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2012년, 한 δ 코로나바이러스가 홍콩의 돼지를 감염시킨 사건이 발생했다. "그것은 명금류(songbirds)에서 돼지로 점프한 것 같다"라고 OSU의 코로나바이러스 연구자인 린다 사이프는 말했다. 그녀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배양된 돼지의 세포에서 바이러스를 분리했다.
동일한 바이러스가 2014년 미국의 새끼돼지들에게 치명적인 설사병을 초래했다. 그 이후 그 바이러스는 인간·돼지·닭의 세포주를 감염시키는 것으로 입증되었다. In vitro 연구에서, 그 바이러스는 가금류에게 재발성 감염과 설사병을 초래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것은 독자적인 행보를 하는 급진적인 현장형 바이러스로, 조류와 포유류를 모두 감염시키고 있다"라고 바릭은 말했다. "내가 아는 범위에서, 다른 어떤 코로나바이러스도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다."
일부 바이러스 학자들은 홍콩의 δ 코로나바이러스에게 '팬데믹 협박범'이라는 딱지를 붙였다. 아이티 바이러스는 홍콩 바이러스와 상당히 달라, 바이러스 학자들은 지역의 어린이와 성인들을 대상으로 항체검사를 실시하기를 원한다. 만약 사람을 감염시키는 능력이 확인될 경우, 그것 역시 '팬데믹 협박범'으로 간주될 수 있다"라고 사이프는 말했다.
총평(참고 5)
말레이시아와 아이티의 사례를 종합하면, '공중보건에서 동물질병의 중요성'과 '가축에 대한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의 필요성'을 암시한다. "두 건의 연구는, 더 많은 연구를 통해 코로나바이러스의 '종간장벽을 뛰어넘는 전파(cross-species transmission)의 빈도'와 '대인 확산(human-to-human spread)의 잠재력'에 대한 의문을 해결하는 게 시급함을 보여준다"라고 바릭은 말했다.
말레이시아의 키메라 코로나바이러스 연구의 선임저자인 듀크 대학교의 그레고리 그레이는, '신규 바이러스의 핫스폿으로 알려진 지역'이나 '동물과 인간이 대규모로 혼재하는 장소'(이를테면 동물시장과 대규모 농장)에서 폐렴환자들을 감시할 것을 권고했다. "스필오버(spillover)가 일어나는 데는 수년의 시간이 걸린다"라고 그레이는 말했다. "영화와 달리, 바이러스는 다양한 단계를 거쳐 인간을 감염시킨다. 지금까지의 정황으로 볼 때, 키메라 바이러스가 사람들 사이에서 효율적으로 전파되도록 진화한 것 같지는 않다."
※ 참고문헌
1. https://www.npr.org/sections/goatsandsoda/2021/05/20/996515792/a-newly-identified-coronavirus-is-making-people-sick-and-it-s-coming-from-dogs
2. https://academic.oup.com/cid/advance-article/doi/10.1093/cid/ciab456/6278597
3. https://europepmc.org/article/med/32006468
4. https://www.medrxiv.org/content/10.1101/2021.03.19.21253391v1
5. https://www.sciencemag.org/news/2021/05/two-more-coronaviruses-can-infect-people-studies-suggest
※ 출처
1. Ohio State University https://news.osu.edu/new-human-coronavirus-that-originated-in-dogs-identified/
2. University of Florida https://epi.ufl.edu/articles/coronavirus-spillovers-more-frequent-than-thought.html
바이오토픽 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
의학약학 사이언스타임즈 (2021-05-25)
https://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3311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