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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유전자 코드 다시쓰기: 센스코돈(sense codon) 재지정으로 신약개발의 길 열어

산포로 2021. 6. 7. 14:01

[바이오토픽] 유전자 코드 다시쓰기: 센스코돈(sense codon) 재지정으로 신약개발의 길 열어

 

과학자들은 대장균의 유전자 코드를 리엔지니어링 하여, 2개의 센스코돈(UCA, UCG)과 하나의 논센스코돈(UAG)의 사용을 폐지했다. 그 결과 새로운 빌딩블록을 가진 디자이너 단백질(designer protein)이 창조되어, 신약개발의 길이 열리고 바이러스 저항성이 증가했다.

 

ⓒ MIT News (참고 1)

사실상 모든 생물은 20개의 상이한 아미노산 조합으로부터 자신의 단백질을 구성한다. 새로운 아미노산을 그 믹스에 추가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일찍이 유전자와 단백질 조립기구(protein-building machinery)를 리엔지니어링 하여, (신약을 만드는 데 유용한) 독특한 화학적 속성을 가진 단백질을 설계했다. 그러나 그 작업은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하며, 전형적으로 한 번에 하나의 아미노산만을 추가할 수 있었다(참고 2).

이제 연구자들은 훨씬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물꼬를 텄다. 그들은 6월 3일 《Science》에 실린 논문에서(참고 3), "한 세균의 유전체를 광범위하게 다시 씀으로써, 수많은 신규 아미노산을 하나의 단백질에 첨가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라고 보고했다. 이번 연구는 항생제와 항암제를 합성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나는 이번 논문에서 매우 큰 인상을 받았다"라고 UC 어바인의 리우 창(합성생물학)은 말했다. "그것은 유전자 코드 리엔지니어링(genetic code re-engineering) 분야의 유의미한 이정표다."

연구자들의 새로운 노력은 수십 년 동안 진행되어 왔다. 디자이너 단백질(designer protein)을 창조하는 초기 접근방법 중 하나는, 단백질을 만드는 세포 요소를 징발하여, 비천연 아미노산(unnatural amino acid)을 삽입하게 하는 것이었다. 세포가 단백질을 만들 때, 먼저 A, C, G, T라는 DNA 코드가 RNA에 복사된다(이때 U가 T를 대체한다). RNA는 일련의 '3문자 단어'(코돈)들을 읽는데, 대부분의 단어들은 20개의 천연 아미노산 중 하나를 단백질에 삽입한다. 그러나 코돈은 총 64개(=4^3)이므로, 그중에는 중복된 것들이 있다. 예컨대 세린(serine)을 코딩하는 코돈은 6개다. 그리고 3개의 코돈은 아미노산을 코딩하는 대신, 세포에게 단백질 조립을 중단하라는 지령을 내린다.

처음에, 연구자들은 세포기구로 하여금 특정한 정지코돈(stop codon)을 볼 때마다 하나를 첨가하게 하는 방식으로 비천연 아미노산을 삽입했다. "이러한 접근방법은 더욱 정교화되었지만, 여전히 단백질 하나당 하나의 아미노산밖에 삽입할 수 없었다"라고 MRC 분자생물학연구소(MRC-LMB)의 제이슨 친(합성생물학)은 말했다.

더 많은 아미노산을 첨가하기 위해, 친이 이끄는 연구팀은 (통상적으로 세린을 코딩하는) 6개의 코돈 중 2개를 전용(轉用)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2019년의 연구에서(참고 4), 연구팀은 CRISPR-Cas9 유전자편집 도구(참고 5)를 이용하여 Syn61이라는 대장균(E. coli) 균주를 창조했다. 그들은 Syn61을 만들기 위해, 400만 bp에 달하는 유전체에서 18,000여 개의 세린 코돈을 대체했다. 즉, 그들은 UCG와 UCA—그리고 정지코돈인 UAG—를 그들의 동의어인 AGC, AGU, UAA로 각각 대체했는데, 그것은 Syn61의 조립되는(growing protein) 단백질에서 세린이 여전히 올바른 장소에 통합된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러나 UCG, UCA, UAG는 이제 효과적으로 공란(blank)이 되어, 단백질 속의 그 어느 아미노산도 더 이상 코딩할 수 없었다. 따라서 그것은 신규 아미노산(novel amino acid)용으로 전용될 채비를 갖추게 되었다.

 

☞ 디자이너 단백질을 코딩하다 (참고 6)

과학자들은 E. coli의 유전자 코드를 리엔지니어링 함으로써 2개의 센스코돈(UCA, UCG)과 하나의 논센스코돈(UAG)의 사용을 폐지했다. 그 결과 여유가 생긴 코돈 덕분에, 비천연 아미노산(ncAAs: noncanonical amino acids)이 mRNA에 나타날 때, 조립되는 단백질(growing protein)에 상이한 ncAAs를 최대 3개까지 동시에 추가할 수 있게 되었다.

 

ⓒ Science

이번에 《Science》에 실린 연구에서 친이 이끄는 연구팀이 한 일은, 그 공란들의 용도를 재지정(repurposing)한 것이었다. 첫 번째로, 그들은 Syn61에서 (UCG와 UCA를 인식하여, 조립되는 단백질에 세린을 삽입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tRNA 분자를 코딩하는 유전자를 삭제했다. 두 번째로, 그들은 (UAG 정지코돈에 반응하여 단백질 합성을 멈추는) 화합물을 제거했다. 세 번째로, 그들은 (UCG, UCA, UAG를 만날 때마다 비천연 아미노산을 삽입하는) 새로운 tRNA 유전자를 첨가했다. 마지막으로, 그들은 그 코돈들을 유전체 중의 특정 장소(비천연 아미노산이 나타나기를 원하는 곳)에 배치했다. 그리하여, 그들은 개별 단백질에 3개의 비천연 아미노산을 한꺼번—그리고 각각의 비천연 아미노산을 여러 번씩—에 첨가할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은 합성생물학에 큰 영향을 미쳤다"라고 보스턴 칼리지의 압히셰크 체테르지(합성생물학)는 말했다. "그 변화는 친과 동료들로 하여금 (기존의 항생제 및 항암제와 유사하게 생긴) 일련의 고리형 구조(cyclic structure)에 신규 아미노산들을 끼워 넣도록 허용했다. 그리고 선택할 수 있는 비천연 아미노산이 수십 가지이므로, 이런 방식으로 무수한 조합(組合)을 삽입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잠재적인 신약의 방대한 라이브러리를 창조할 수 있는 문을 열었다." 친에 따르면, 이 전략을 확장할 경우 '다른 잉여 코돈'의 용도를 재지정함으로써 훨씬 더 많은 신규 아미노산—그리고 더 많은 화학적 변종(chemical variety)—을 믹스에 추가할 수 있다고 한다.

"그에 못지않게 흥미로운 것은," 리우는 말했다. "전장유전체의 변화가 '평소에 E. coli를 감염시키는 바이러스'에 대한 저항성을 부여했다는 것이다." 2013년, 한 연구팀은 E. coli의 정지코돈을 리엔지니어링 함으로써, 바이러스의 복제능력을 파괴할 수 있다고 보고했다(참고 7). 그런 일이 가능했던 것은, 바이러스가 E. coli의 천연 코돈에 의존하여 기능적 단백질을 만들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전략은 바이러스의 감염을 중단시키는 데 사용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왜냐하면, 정지코돈은 그다지 자주 나타나는 게 아닌 데다, 몇몇 바이러스는 그런 변화를 우회하는 방법을 진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이러스는 전형적으로, 각각의 단백질에서 훨씬 더 많은 세린을 요구한다. 변형된 Syn61의 경우, 단백질 조립기구가 UCG나 UCA 코돈을 읽을 때 더 이상 세린을 삽입하지 않으므로, 바이러스는 Syn61을 이용해 자신의 기능적 단백질을 조립할 수가 없다. 그 결과, 바이러스는 세균의 세포 속에서 생식을 할 수 없게 된다.

"이번 접근방법은 초창기 접근방법보다 훨씬 더 확고해 보인다"라고 리우는 말했다. "이건 생합성 세균(신약 등의 가치 있는 화합물을 만드는 세균)에 관심이 있는 바이오텍 업체들에게 희소식이다."

 

※ 참고문헌
1. https://news.mit.edu/2011/editing-genome-0715
2. https://www.sciencemag.org/news/2021/06/new-approach-rewriting-bacteria-s-genetic-code-could-lead-novel-medicines
3. https://science.sciencemag.org/content/372/6546/1057
4.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19-1192-5
5. https://www.sciencemag.org/news/2018/02/upgrade-makes-genome-editor-crispr-more-muscular-precise
6. https://science.sciencemag.org/content/372/6546/1040
7. https://science.sciencemag.org/content/342/6156/357.long

※ 출처: Medical Research Council Laboratory of Molecular Biology https://www2.mrc-lmb.cam.ac.uk/cells-reprogrammed-for-genetically-encoded-polymer-synthesis-and-viral-resistance/

바이오토픽 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

 

생명과학 양병찬 (2021-06-07)
https://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3315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