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토픽] 유리날개 나비(glasswing butterfly)의 날개가 투명해진 이유는?
파나마 열대우림 한복판의 작은 텐트에서, UC 버클리의 애런 포메란츠(통합생물학)는 현미경, 화학시약, 섬세한 실험 장비를 갖춘 이동식 현장실험실을 꾸렸다. 워낙 덥다 보니, 자신의 몸에서 흘러내리는 땀방울이 행여 연약한 인시목(鱗翅目)—나비나 나방류(類)를 포함하는 곤충강(綱)의 한 목: 성충의 네 날개는 작은 인편(鱗片)으로 덮여 있다—곤충의 샘플을 부패 시키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그는 뭔가 '거의 보이지 않는 것', 즉 유리날개(glasswing)라고 불리는 투명한 나비를 찾고 있었다.
"그 희귀나비는 마치 '열대우림 속의 유령' 같다"라고 포메란츠의 박사학위 지교교수인 니팜 파텔은 말했다. 이제, 포메란츠와 파텔은 희귀나비를 발견한 것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그 내용인즉, 유리날개를 둘러싼 오랜 미스터리인 '그들의 날개는 어떻게 투명하게 되었나?'라는 의문을 해결한 것이다.
유리날개나비(Greta oto)는 중앙아메리카 및 남아메리카 전역에 서식하는 야구공만 한 크기의 날곤충(참고 1)으로, 투명한 날개를 가진 수백 종(種)의 나비 중 하나다. 그 드문 적응(rare adaptation)은 유리날개가 잠재적인 포식자를 회피하는 데 도움을 줬다. 다른 '훤히 드러나 보이는 종'들(예: 잠자리)과 달리, 유리날개는 포식자를 유유히 따돌리며 열대우림 속을 훨씬 더 능숙하게 날아다닌다. 왜냐하면, 그들의 날개는 햇빛 속에서 반짝이거나 섬광을 내뿜지 않기 때문이다.
평소에 절지류(arthropod)의 진화를 연구하는 파텔은 평생 동안 유리날개에 관심을 가졌으며, 여덟 살 이후 무려 수만 마리의 나비 표본을 수집했다. 유리날개를 '스텔스 비행체'로 만든 요인을 이해하기 위해, 현재 매사추세츠주 우즈홀 소재 해양생물학연구소(MBL: Marine Biological Laboratory)의 소장을 맡고 있는 파텔은 한 무리의 대학원생들에게 '십여 가지 투명한 나비종(種)의 사진을 촬영해 달라'고 부탁했다.
"학생들의 노력에 힘입어, 몇 가지 나비(또는 나방)은 우리가 생각해 낼 수 있는 '투명해지는 방법'을 모두 마스터한 것으로 밝혀졌다"라고 파텔은 말했다. 나비의 날개는 키틴(chitin)이라고 불리는 천연 폴리머의 박막층(薄膜層)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것은 전형적으로 (맞물린 타일을 닮은) 미세한 비늘로 뒤덮여 있다. 투명한 날개를 가진 종들은 빛을 비늘들 사이로 통과시키고, 비늘의 개수를 줄이고, 비늘을 수직으로 세우거나 아예 제거하는 방법을 고안해 냈다.
그런데 유리날개에는 ‘플러스 알파’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비늘의 수를 줄일 뿐만 아니라, 한술 더 떠서 상당수의 비늘을 강모(bristle)로 바꿈으로써 빛이 날개를 더 쉽게 통과하도록 만든 것이다.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포메란츠는 주사전자현미경(SEM: scanning electron microscope)을 이용하여, 강모(剛毛)들 사이의 미세한 융기—이것을 나노기둥(nanopillar)이라고 한다—들이 왁스층으로 코팅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포메란츠에 의하면, 나노기둥은 눈부심(glare)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 눈부심 현상은 빛이 표면에 부딪친 후 (마치 거울에 반사되는 것처럼) 동일한 각도로 튀어나올 때 발생한다. 그런데 나노기둥은 날개의 표면을 거칠게 만듦으로써, 빛이 다양한 각도로 반사(즉, 난반사)되게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일종의 미세한 과속방지턱처럼 작용한다"라고 포메란츠는 말했다. 연구팀은 이상의 연구결과를 지난달 《Journal of Experimental Biology》에 발표했다(참고 2).
추가로, 왁스 코팅은 빛이 날개를 통과하는 속도를 늦추는 효과가 있다. 왜냐하면 왁스 속은 공기보다 조밀하기 때문에, 그곳을 통과하는 빛은 마치 '당밀(molasse) 속을 헤엄치는 사람'과 같기 때문이다. 이러한 감속(減速)은 비늘을 때린 빛의 영향을 누그러뜨려, 눈부심을 더욱 줄이게 된다. "유리날개에서 왁스 코팅을 벗기고 나노기둥을 제거했더니, 날개가 다시 반짝이게 되었다"라고 포메란츠는 말했다.
"수많은 '투명한 종'들, 이를테면 히페리아(hyperiid; 참고 3)도 그런 미세한 과속방지턱을 진화시켰지만, 왁스 코탱은 새롭고 약간 알쏭달쏭하다"라고 듀크 대학교의 손케 욘센(생물학)은 논평했다. 그가 알쏭달쏭하다고 하는 이유는, 강하기로 소문난 키틴질 덮개에 왁스층이 추가될 경우 강도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키틴을 왁스로 대체함으로써, 키틴의 경이로운 장점을 포기한 이유가 뭘까? 거기에는 필시, 아직 밝혀지지 않은 수수께끼가 도사리고 있을 것이다"라고 그는 덧붙였다.
유리날개의 반사방지 속성(antireflective property)을 연구하면, 언젠가 태양전지판의 효율을 향상시키고 (카메라나 안경에 사용하는) 눈부심 방지렌즈(antiglare lens)의 가격을 낮출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나 현재로서, 포메란츠와 파텔은 유전학을 이용하여 핵심 유전자를 확인함으로써 유리날개가 불투명한 조상(nontransparent ancestor)에서 진화한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참고 4).
"자연이 이 같은 흥미로운 문제를 해결한 메커니즘을 알아내는 것은 매혹적이다"라고 파텔은 말했다. "당신의 안경에 반사방지 코팅을 하려면 별도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그러나 나비는 아마도 수천만 년 전에 그 방법을 고안해 냈을 것이다."
※ 참고문헌
1. https://www.khan.co.kr/culture/book/article/201706162055005
2. https://journals.biologists.com/jeb/article/224/10/jeb237917/268372/Developmental-cellular-and-biochemical-basis-of
3. https://www.cell.com/current-biology/fulltext/S0960-9822(16)31084-3
4. https://www.sciencemag.org/news/2021/06/how-glasswing-butterflies-grow-their-invisible-wings
※ 출처: Marine Biological Laboratory https://www.mbl.edu/blog/seeing-the-invisible-how-butterflies-make-transparent-wings/
바이오토픽 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
생명과학 양병찬 (2021-06-24)
https://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332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