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토픽] 요즘 잘나가는 「리소좀 겨냥 키메라(LYTACs: lysosome-targeting chimeras)」 트리오
세포로 하여금 '질병을 초래하는 단백질'을 쓰레기와 함께 처리하게 만드는 핫한 약물전략이 있었다. '이것을 세포의 쓰레기 압축기(trash compactor)로 보내라'고 지시하는 분자로 말썽꾸러기에게 딱지를 붙인다는 개념의 특징은, 세포 내부의 바람직하지 않은 단백질(undesirable protein)에만 작용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해로운 세포외 단백질(damaging extracellular protein)에 딱지를 붙이는 '밀접하게 관련된 테크닉 트리오(a trio of closely related techniques)'를 개발하여, 세포 내부로 끌고 들어가 기존의 전략과 동일한 과제를 수행하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 「아웃사이드-인 단백질 처치(outside-in protein disposal)」라고 불리는 새로운 접근방법은 자가면역질환에서부터 세균감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질병을 치료하는 신약개발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되어, 많은 바이오파마(biopharma) 업체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단백질분해(protein degradation)라는 개념은 바이오파마 업계 종사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왔다"라고 스탠퍼드 대학교의 캐롤린 베르토지(화학)는 말했다. 그녀가 이끄는 연구팀은 새로운 접근방법 중 하나를 제시했으며, 그녀는 그것을 이용한 신약개발을 추진하는 리시아 테라퓨틱스(Lycia Therapeutics)라는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최근의 진보는 다양한 화합물들을 겨냥하는 문을 활짝 열었다"라고 그녀는 덧붙였다.
세포내 단백질로 향하는 첫 문이 열린 것은 2001년이었다. 예일 대학교의 크레이그 크루(생화학)가 이끄는 연구팀은 키메라(chimera)라고 불리는 '두 부분으로 이루어진 분자(two-part molecule)'를 설계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한쪽 끝은 METAP2라는 세포내 암 단백질에 결합하고, 다른 쪽 끝은 「E3 유비퀴틴 연결효소(E3 ubiquitin ligase)」를 소환하여 METAP2에 딱지를 붙임으로써, 세포의 주요 단백질 재활용자(protein recycler)인 프로테아좀(proteasome)에게 파괴를 의뢰한다." 「단백질분해를 겨냥하는 키메라(PROTACs: proteolysis-targeting chimeras)」라고 알려진 크루의 기법은 파생기법들과 함께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제약사들은 다양한 질병에 관여하는 단백질 분해를 희망하며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다. 그리하여 지난 4월에 나온 《Nature Reviews Drug Discovery》에 따르면, 현대 18개의 그런 단백질분해자(protein degrader)들이 임상시험에 계류되어 있거나 접근해 있다. 몇 개의 기승인 약물(예: 탈리도마이드)도 동일한 방식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질병초래 단백질의 활성부위(active site)에 결합하는 전통적 의약품과 달리, PROTAC 약물은 단백질을 완전히 제거한다"라고 던디 대학교의 알레시오 출리(생화학)는 설명했다. "이는 분해자의 효과를 오랫동안 지속시켜 주고, 활성부위를 겨냥하기보다는 분자의 어느 부분에든 결합함으로써 약물치료가 불가능한(undruggable) 단백질을 불능화하게 해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PROTACs에는 한계가 있다. 베르토지에 의하면, 가장 중요한 것은 체내의 단백질 중 약 40%는 세포 밖—구체적으로, 표면, 혈류, 또는 세포외 기질(extracellular matrix)—에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접근방법을 이용하면, 그런 단백질들도 실행가능한 분해자의 표적(viable targets for degrader)이 될 수 있다"라고 그녀는 말했다. 2020년 《Nature》에 실린 논문에서(참고 2), 베르토지가 이끄는 연구팀은 「리소좀을 겨냥하는 키메라(LYTACs: lysosome-targeting chimeras)」를 발표했다. 그 분자는 '세포외 표적 단백질'과 '세포 표면 수용체'에 결합한 후, 그 단백질을 세포 안으로 연행하여 리소좀(단백질 분해를 담당하는 쓰레기 압축기)에게 인계한다.
그러나 PROTACs와 마찬가지로, LYTACs는 특정한 조직이 아니라 모든 조직에 작용하기 때문에 부작용의 위험을 제기했다. 그래서 새로 개선된 방법은 활성을 (인체에서 단백질을 분해하는 주요 기관인) 간(肝)에 한정하는 것을 가능케 했다. 2020년 여름 논문이 발표된 지 불과 몇 주 만에, 베르토지, 예일 대학교의 데이비드 스피겔(합성화학), 위스콘신 대학교 매디슨 캠퍼스의 탕웨이핑(唐维平, 의료화학)가 이끄는 연구팀들은 일제히 '간을 겨냥하는 세포외 단백질 분해자(liver-targeted extracellular protein degrader)'에 관한 논문을 출판전 서버에 업로드했다. "트리오(세 연구팀)이 똑같은 아이디어를 떠올린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라고 베르토지는 회고했다.
트리오 중에서, 베르토지와 唐의 동료심사 논문은 올봄에 출판되었다. (1) 지난 3월 《ACS Central Science》에 실린 논문에서(참고 3), 唐은 "종양에서 흔히 변이되어 과잉발현되는 단백질(성장인자의 세포표면 수용체)에 결합하는 키메라를 개발했다"라고 보고했다. 키메라는 그 단백질을 2차 결합 파트너인 아시알로당단백질수용체(ASGPR: asialoglycoprotein receptor)에 전달하는데, ASGPR은 간세포에 풍부하다. 키메라에 엮인 단백질은 세포 안으로 끌려 들어가 리소좀에 인계된다.
(2) 그리고 3월 25일 《Nature Chemical Biology》(온라인판)에 실린 논문에서(참고 4), 베르토지가 이끄는 연구팀은 唐과 비슷한 전략을 보고했다. 두 연구팀이 개발한 키메라는 고도의 특이적인 항체에 의존하여 표적 단백질을 낚아챈다. 또한 베르토지가 이끄는 연구팀은 단백질 단편(펩타이드)을 이용하여 세포외 단백질을 겨냥한다. 키메라의 다른 쪽은 3개의 당(糖) 분자로 구성되어 있으며 ASGPR에 결합한다.
(3) 항체는 생산비가 많이 들기로 유명한 대형분자이며, 정맥주사(IV)를 이용해 주입해야 한다. 한편 펩타이드도 IV를 이용해 배달해야 하며, 체내의 효소들은 그것을 신속히 파괴한다. 스피겔이 이끄는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회피하는 키메라를 고안해 냈다. 그리하여 지난 8월 19일 《Nature Chemical Biology》(온라인판)에 실린 논문에서(참고 5), "훨씬 더 작은 약물유사 분자를 이용하여 표적 단백질에 결합하는 동시에, 당 그룹을 이용하여 ASGPR에 결합하는 키메라를 개발했다"라고 보고했다. 그리고 세포와 생쥐를 이용한 실험에서, 그 키메라는 (원치 않는 염증을 촉발할 수 있는) 항체, 사이토카인, 세포외 단백질을 선택적으로 분해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출리에 의하면, 세포외 단백질을 분해하는 방법은 자가면역질환이나 아밀로이드병(예: 알츠하이머병)처럼 '악당 단백질'이 세포 밖에서 뒤엉키는 질병을 치료하는 데 안성맞춤이라고 한다. "스피겔의 논문은, 새로운 접근방법에 훌륭한 기법을 추가했다"라고 그는 말했다.
종전에 PROTACs가 그랬던 것처럼, 세포외 분해(extracellular degradation)는 대박을 치고 있다. 지난 6월 리시아는 '세포외 질병 초래 단백질'을 겨냥하기 위해 5,000만 달러의 자금을 조달했으며, 지난주에는 일라이릴리와 '3,500만 달러의 선금을 받고, 핵심적인 이정표에 도달할 경우 16억 달러의 로열티를 추가로 받는다'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스피겔은 자신의 기술을 바이오헤이븐 파마슈티컬스(Biohaven Pharmaceuticals)에 라이센싱했다. 그리고 唐에 의하면, 그는 여러 바이오텍 및 제약사들과 자신의 기술을 라이센싱하는 조건을 상의하고 있다. 요즘 돌아가는 것을 보니, 세포의 쓰레기를 치우는 방법은 여러 면에서 크게 수지맞을 것 같다.
※ 참고문헌
1.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9-020-00680-8
2.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0-2545-9
3. https://pubs.acs.org/doi/abs/10.1021/acscentsci.1c00146
4.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9-021-00770-1
5.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9-021-00851-1
※ 출처
1. Lycia Therapeutics https://lyciatx.com/wp-content/uploads/2021/08/Lilly_Lycia_Therapeutics_Collaboration_Aug-25-2021.pdf
2. Nature Biochemistry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9-021-00835-1
3. Science https://www.science.org/content/article/protein-destroying-compounds-take-aim-disease-molecules-outside-cells
바이오토픽 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
생명과학 양병찬 (2021-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