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토픽] 영국의 변종 코로나바이러스, 우려되지만 중요성은 아직 미지수
지난 12월 8일 열린 '팬데믹 코로나바이러스의 영국 내 확산'에 관한 화요 정례회의에서, 과학자와 공중보건 전문가들은 한 다이어그램을 보고 벌떡 일어났다. 영국의 남동부에 위치한 켄트에서 감염 사례가 급증하고 있었는데, 바이러스의 시퀀스를 보여주는 계통수가 매우 이상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감염 사례의 절반이 특이한 변종 SARS-CoV-2에 의해 초래되었을 뿐 아니라, 그 변종은 계통수상에서 문자 그대로 '툭 삐져나온 가지'에 위치하고 있었다." 브리검 대학교의 닉 로먼(미생물유전학)은 말했다. "그런 계통수 가지는 금시초문이었다."
그로부터 2주도 채 안 지나, 그 변이체는 영국과 다른 유럽 국가에서 대혼란을 야기했다. 12월 19일에는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가 더욱 엄격한 록다운 조치를 발표하며, "B.1.1.7이라고 불리는 그 변이체는 사람들 사이에서 더 잘 확산되는 것 같습니다"라고 덧붙였다. 그 소식을 들은 많은 시민들이 (새로운 규칙이 발효되기 전에) 런던을 떠나는 바람에 철도역이 북새통이 되었다. 그리고 12월 20일, 네덜란드, 벨기에, 이탈리아는 영국발 항공기 승객의 입국을 일시적으로 금지했다. 브뤼셀과 런던을 잇는 유로스타 열차도 같은 날 자정부터 24시간 이상 중단되었다.
그러는 사이에, 과학자들은 B.1.1.7이 대인전파(human-to-human transmission)에 정말로 능숙한지—모두가 이 사실을 납득하는 건 아니다—, 만약 그렇다면 이유가 뭔지를 알아내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또한 과학자들은 그게 왜 그렇게 빨리 진화했는지 의아해 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B.1.1.7은 한꺼번에 17개의 변이를 획득했는데(참고 1), 이는 사상 유례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현재 과학자들은 연구실에서 그 변이들 중 일부의 특징을 파악하느라 광분하고 있다"라고 에든버러 대학교의 앤드루 램보트(분자진화생물학)는 말했다.
B.1.1.7 - 전파능력 70% 상승?
연구자들은 지금껏 SARS-CoV-2의 진화과정을 역사상 어떤 바이러스보다도 면밀히 실시간으로 관찰해 왔다. SARS-CoV-2는 현재까지 '매월 1~2건'의 속도로 변이를 축적해 왔다. 이는 12월 20일에 시퀀싱된 유전체 중 상당수가 (지난 1월 중국에서 시퀀싱된) 최초의 유전체와 20군데쯤 다르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차이점이 적은 변이체'들도 많이 유포되고 있다. "우리는 유전체를 매우 타이트하게 감시하므로, 거의 모든 단계를 들여다볼 수 있다"라고 로먼은 말했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한꺼번에 12개 이상의 변이를 획득한 바이러스를 구경한 적이 없었다. 그게 어떻게 가능할까? '오랫동안 감염된 단일 환자의 몸에서 복수(複數)의 변이가 생겨난 듯하다'는 게 과학자들의 생각이다. 즉, SARS-CoV-2가 한 환자의 몸속에서 장기간에 걸쳐 신속한 진화를 거듭하다 보니, 여러 개의 변이를 축적한 바이러스가 경쟁적 우위를 점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램보트에 따르면, 한 가지 우려사항은 "17개의 변이중에서 8개가 스파이크 단백질을 코딩하는 유전자에서 발생했으며, 그중 2개가 특히 걱정된다"(참고 2)는 것이다. 둘 중 하나인 N501Y는 선행연구에서 '스파이크 단백질과 ACE2 수용체 간의 결합'을 강화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다른 하나인 69-70del은 스파이크 단백질의 아미노산 2개를 상실하는 것인데, 그런 변종 바이러스는 선행연구에서 일부 면역손상 환자(immunocompromised patient)의 면역반응을 회피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참고】 A figure with 9 mutations in the Spike Protein.
There is a concern for 3 of these mutations that could enhance the transmission.
☞ https://twitter.com/CeronLab/status/1340998437429514240
한 가지 다행스러운 우연의 일치는, B.1.1.7—2020년 12월 조사 과정에서 처음 발견되었다("variant under investigation” in December 2020)고 하여, VUI-202012/01이라고도 불린다—이 영국에서 발견된 다른 변이체들보다 빨리 확산되는 듯 하다는 것이다. 영국에서 널리 사용되는 PCR 검사(TaqPath)는 통상적으로 3개 유전자의 단편을 탐지한다. 그런데 69-70del을 보유한 바이러스는 하나의 유전자에서 음성판정이 나오고, 두 개의 유전자에서만 양성판정이 나온다. 이는 (매일 수십만 번 수행되며, 바이러스 전체를 시퀀싱하는 방법보다 훨씬 빠르고 저렴한) TaqPath가 B.1.1.7을 추적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영국 정부의 최고과학보좌관인 패트릭 밸런스는 지난주 토요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9월 20일 분리된 바이러스에서 처음 나타난 B.1.1.7이 11월 중순 발견된 감염사례의 약 26%를 차지한다고 말했었다. "그런데 12월 9일부터 주(週) 단위로, 그 수치는 급속히 증가하기 시작했다"고 그는 말했다. "현재 런던에서 발생하는 모든 감염사례의 60% 이상이 B.1.1.7에 의한 것이다." 보리스 존슨에 따르면, 그 변이 때문에 바이러스의 전파능력이 70% 상승했다고 한다.
아직 모르는 게 너무 많아
베를린 샤리테 대학병원의 크리스티안 드로스텐(바이러스학)는 시기상조임을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다. "현재로서는 모르는 게 너무 많아, 뭐라 말하기 어렵다." 드로스텐은 두 가지 가능성을 제시했다. 첫째로, B.1.1.7는 우연성에 기인했을 수 있다. 과학자들은 선행연구에서, "스페인에서 나머지 유럽으로 신속히 확산된 B.1.177라는 변이체—B.1.1.7과 헷갈리지 말기 마란다—의 전파능력이 높다"고 우려한 적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건 스페인에서 휴일을 보낸 여행객들이 유럽 전역으로 바이러스를 옮겼기 때문이었다. "B.1.1.7의 경우에도 B.1.177과 비슷한 일이 일어났을지도 모른다"라고 조지타운 대학교의 안젤라 라스무센(바이러스학)은 말했다. 둘째로, 새로운 변이체는 또 다른 바이러스 유전자인 ORF8이 결실(deletion)되었는데, 선행연구에서는 이 변이가 바이러스의 전파능력을 저하시킨다고 제안한 적이 있다.
그러나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추가적인 우려사항이 제기되었다. 과학자들은 감염사례가 급증하고 있는 남아프리카의 3개 주(이스턴 케이프, 웨스턴 케이프, 크와줄루 나탈)에서 검출된 바이러스의 유전체를 시퀀싱해 왔다. 그들은 (스파이크 유전자에 N501Y 변이를 보유한) 영국의 변이체와 다른 계열의 바이러스를 확인했다(참고 3). "이 계열은 훨씬 빨리 전파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크와줄루-나탈 대학교의 툴리오 드 올리베이라(바이러스학)는 말했다. 드 올리베이라는 영국의 과학자들에게 N501Y의 중요성을 처음으로 경고한 인물이다. (드 올리베이라에 따르면, 501Y.V2라고 불리는 바이러스株에 대한 출판전 논문이 12월 21일 발표될 예정이라고 한다.)
세 번째 우려사항은, B.1.1.7가 더욱 심각한 질병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화적 증거에 따르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변이체는 '젊은 사람들'과 '평소에 건강한 사람들'에게 중증 COVID-19를 초래할 수 있다"고 아프리카 질병통제예방센터의 존 엔켄가송 원장은 말했다. "이건 우려되는 사항이지만, 진상을 밝히기 위해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 아프리카 코로나바이러스 태스크포스(참고 4)는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12월 21일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스페인에서 발생했던 B.1.177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스위스 바젤 대학교의 에마 호드크로프트(바이러스학)는 말했다. "처음에 영국의 과학자들은 처음에 B.1.177의 치명률이 50%나 높다고 생각했었지만, 나중에 '초기 데이터의 편향으로 인한 착각'으로 밝혀졌다"고 그녀는 말했다. "내 생각에, B.1.177은 초기 데이터를 신중히 다뤄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다." N501Y의 경우 젊은 사람들에게 중증을 초래했는데, 그 이유는 젊은 사람들이 바이러스에 더 많이 노출되었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올리베이라에 따르면, 최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있었던 종강파티가 '슈퍼전파 사건'의 원인이라고 한다. "세포실험과 동물실험을 통해, 많은(또는 모든) 변이를 보유한 변종 바이러스가 기존의 변이체와 얼마나 다른지를 비교해야 한다"고 드로스텐은 말했다.
확실한 답을 얻으려면 몇 달이 소요될 수 있다. 그러나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라빈드라 굽타(바이러스학)은 첫걸음을 내디뎠다. 69-70del 변이는 또 다른 변이인 D796H와 함께, 여러 달 동안 감염되었다가 치료를 위해 회복기혈장(convalescent plasma)을 투여 받은 환자—이 환자는 결국 사망했다—에게서 발견되었다. 연구실에서, 굽타는 '2개의 변이를 보유한 바이러스가 야생형 바이러스보다 회복기혈장에 덜 취약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굽타는 이번 달 발표한 출판전 논문에서(참고 5), "이는 그 바이러스가 (야생형 바이러스를 겨냥하는) 항체를 회피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스파이크의 변이 버전을 발현하도록 만든 렌티바이러스에서, 69-70del만으로도 감염능력이 두 배로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현재 69-70del과 N501Y를 모두 보유한 바이러스를 이용하여 비슷한 실험을 하고 있다. 굽타에 따르면, 크리스마스 직후에 첫 번째 결과가 나올 거라고 한다.
변종 바이러스가 다른 데서도 발견되나?
"영국발 항공승객의 입국을 금지하는 다른 나라달의 행동은, 좀 극단적일 수 있다"고 호드크로프트는 말했다. 그러나 그렇게 함으로써, 영국의 항공승객들에게 추가적인 조치를 취할지 여부를 생각할 시간을 벌 수 있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도 그런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B.1.1.7이 이미 훨씬 광범위하게 확산되었을지 모른다고 말하고 있다. 예컨대 네덜란드의 보건장관은 12월 20일 의회에 보낸 서한에서, "연구자들은 12월 초 한 환자에게서 채취한 샘플에서 B.1.1.7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네덜란드의 연구자들은 '그 환자가 감염된 과정'과 '관련된 증례의 존재 여부'를 알아내려 노력하고 있다. "다른 나라에도 B.1.1.7이 존재할 수 있다"고 하버드 공중보건 대학원의 윌리엄 해니지(역학)는 말했다. "영국에서 제일 먼저 B.1.1.7이 발견된 것은, 세계에서 가장 정교한 유전체 검사방법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일 뿐이다. 많은 나라들은 시퀀싱을 거의(또는 전혀) 하지 않는다."
B.1.1.7을 탄생시킨 진화과정은, 다른 나라에서도 얼마든지 진행될 수 있다. "백신이 보급되면 바이러스에 대한 선택압(selective pressure)이 변화하게 될 텐데, 이는 바이러스의 창궐을 돕는 변이가 선택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스크립스 연구소의 크리스티안 안데르센(감염병 전문가)은 말했다. 향후 몇 개월 동안 중요한 것은, 그런 사건을 포착하는 것이다. "B.1.1.7 계열의 등장을 가능케 한 사건은 전 세계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다." 그는 말했다. "우리가 그것을 탐지하여 적절히 대처할 수 있을까? 내가 보기에는, 그게 가장 중요한 문제다."
※ 참고문헌
1. https://virological.org/t/preliminary-genomic-characterisation-of-an-emergent-sars-cov-2-lineage-in-the-uk-defined-by-a-novel-set-of-spike-mutations/563
2. https://www.cogconsortium.uk/wp-content/uploads/2020/12/Report-1_COG-UK_19-December-2020_SARS-CoV-2-Mutations.pdf
3. https://twitter.com/Tuliodna/status/1340902851061673985
4. https://africacdc.org/news-item/africa-cdc-establishes-continent-wide-task-force-to-respond-to-global-coronavirus-epidemic/
5. https://www.medrxiv.org/content/10.1101/2020.12.05.20241927v2.full.pdf
※ 출처: Science https://www.sciencemag.org/news/2020/12/mutant-coronavirus-united-kingdom-sets-alarms-its-importance-remains-uncl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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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ibric.org
바이오토픽 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의학약학 양병찬 (2020-12-22)
https://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3257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