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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영국과 남아공의 변이 바이러스가 백신에 미치는 영향은?

산포로 2021. 1. 11. 16:20

[바이오토픽] 영국과 남아공의 변이 바이러스가 백신에 미치는 영향은?

전 세계의 연구소들은 영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변이 바이러스가 ‘그렇게 빨리 전파되는 이유’와 ‘백신을 무력화할 수 있는지’ 여부를 알아내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The new mutations first discovered in the UK and South Africa are spreading fast around the world — and could diminish the effectiveness of the existing vaccines. / ⓒ Vox

빠르게 확산되는 코로나바이러스 변이주(variant)에 대한 우려가 고조됨에 따라, 전 세계의 연구소들은 그 바이러스의 생물학을 밝혀내기 위한 경쟁에 돌입했다. 과학자들은 영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발견된 변이 바이러스가 ‘(외견상) 그렇게 빨리 전파되는 이유’와 ‘백신의 효능을 약화시키거나 자연면역을 극복함으로써 빈번한 재감염을 초래하는지 여부'를 이해하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새로운 변이주를 이해하려 애쓰고 있으며, 가장 많이 제기되는 의문은 '현재 투여되고 있는 백신의 효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이다"라고 매사추세츠 대학교 의과대학의 제러미 루반(바이러스학)은 말했다.

연구자들이 앞 다퉈 SARS-CoV-2의 세포 및 동물모델을 이용하여 바이러스의 변이주와 변이요소(constituent mutation)를 탐지한 다음, 백신과 자연감염에 의해 촉발된 항체에 대한 반응을 테스트하는 가운데, 최초의 분석결과들이 조금씩 나오고 있으며 향후 며칠 동안 더 많은 결과들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예컨대, 1월 8일 발표된 출판전 논문에 따르면(참고 1), '영국과 남아공의 변이주가 공유하는 변이'가 '화이자/바이오엔텍 백신을 접종받은 사람들'이 생성한 항체의 활성을 변화시키지 않는다고 한다. 다른 변이와 백신에 대한 데이터는 조만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1월 셋째 주가 되면 훨씬 더 많은 정보가 입수될 것이다"라고 텍사스 대학교 갤버스턴 의과대학(UTMB)의 비넷 메나허리(바이러스학)는 말했다. 그가 이끄는 연구팀은 현재 변이 바이러스를 연구하고 있다.

변이주의 근간을 이루는 생물학

작년 11월 말과 12월 초, 연구자들은 유전체 시퀀싱을 통해 두 가지 코로나바이러스 변이주를 모두 포착했다. (1) 영국인 전체를 대상으로 실시된 COVID-19 유전체학 연구에서, 영국의 남동부와 런던에서 급증하고 있는 감염사례의 주범은 B.1.1.7이라는 변이주인 것으로 확인되었다(참고 2). 그 변이주는 현재 영국의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었으며, 다른 수십 개 나라에서도 탐지되었다.

(2) 한편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 소재 크와줄루-나탈 대학교의 툴리오 데 올리베이라(생물정보학)가 이끄는 연구팀은, 남아공의 동케이프주(Eastern Cape Province)에서 빠르게 확산되는 전염병의 주범이 501Y.V2라는 변이주임을 확인했다(참고 3). 영국과 남아공의 변이주는 각각 독립적으로 등장했지만, 둘 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 속에 많은 변이—그중 일부는 유사하다—를 보유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스파이크 단백질을 통해 숙주를 확인하고 감염시키므로, 인체의 면역반응의 주요 표적이 된다.

 

☞ 바이러스의 시퀀스

 

유전체 시퀀싱 노력은 SARS-CoV-2가 어떻게 변이하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다. 신속히 전파하는 변이주인 B.1.1.7은 영국의 거국적인 COVID-19 유전체 분석에서 확인되었는데, 1월 6일 현재 31개 나라(또는 지역)가 그와 동일한 시퀀스를 GISAD(Global Initiative for Sharing All Influenza Data)라는 웹사이트에 업로드했다.

 

※ Source: Data from GISAID/Angie Hinrichs, University of California, Santa Cruz, Genomics Institute; data as of 6 January 2021.

 

영국에서 B.1.1.7의 확산을 연구하는 역학자들의 추정에 따르면(참고 4), B.1.1.7은 기존에 유행하는 바이러스보다 전파력(transmissibility)이 약 50% 높다고 한다(참고 5). 이에 따라, 영국 정부는 1월 5일 세 번째로 거국적인 록다운에 돌입하기로 결정했다. "역학은 우리가 지나온 길과 나아갈 길을 보여준다"고 임페리얼칼리지런던(ICL)의 바이러스 학자로서 영국 정부에 'B.1.1.7에 대한 대응방안'을 자문하는 웬디 바클레이는 말했다.

그러나 바클레이에 따르면, 변이 바이러스의 근간을 이루는 생물학을 결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 "바이러스의 전파력을 증가시킨 속성을 이해하면, 정책결정에 대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그는 말했다.

한 가지 걸림돌은, '영국과 남아공의 변이주를 가까운 친척들과 구분하는 변이'의 효과를 파악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즉, B.1.1.7은 8개의 '스파이크 단백질에 영향을 미치는 변이'와 여러 개의 '다른 유전자에 영향을 미치는 변이'를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501Y.V2는 9개의 '스파이크 단백질에 영향을 미치는 변이'를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바이러스의 신속한 전파'와 '그 밖의 속성'에 기여하는 변이가 각각 어떤 것인지를 가려내기가 엄청나게 어렵다"고 루반은 말했다. "내 생각에는, 하나의 변이로 모든 것을 다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많은 연구자들은 두 가지 변이주가 공유하는 '스파이크 단백질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그건 바로 N501Y다. 이 변이는 수용체결합영역(RBD: receptor binding domain)이라는 부분을 변형시키는데, RBD는 인간의 단백질에 달라붙어 감염을 허용하는 역할을 한다. "선행연구에서 드러난 한 가지 가설은 'N501Y가 바이러스로 하여금 세포에 더욱 단단히 달라붙게 함으로써 감염을 용이하게 한다'는 것이다"라고 바클레이는 말했다.

N501Y 변이는 메나허리 팀이 햄스터─SARS-CoV-2 전파 모델─를 이용해 테스트하려고 준비하고 있는 여러 가지 변이 중 하나다. 그는 작년에 "스파이크 단백질의 D614G 변이가 바이러스로 하여금 햄스터의 상기도에서 더 잘 증식하게 한다"(참고 6)고 보고한 연구팀의 일원이다. "나는 N501Y의 기능에 주목하고 있다." 메나허리는 말했다. "만약 그게 바이러스로 하여금 세포에 더 잘 달라붙게 한다면, 바이러스의 전파를 추동할 수 있다." 작년 12월 말 출판된 보고서는 다음과 같은 가설을 지지했다(참고 7). "B.1.1.7에 감염된 사람들은 'N501Y를 보유하지 않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보다 면봉검사에서 SARS-CoV-2의 유전물질이 더 많이 발견된다."

항체검사

새로운 변이주의 신속한 확산은 록다운, 국경 제한(border restriction), 감시 강화를 통해 그 확산을 제한하려는 노력을 촉발했다.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요인은, 그 변이주들이 백신과 과거감염(previous infection)에 의해 유도된 면역반응을 약화시킬지 모른다는 것이다. "영국과 남아공의 변이주 공(共)히 중화항체─바이러스를 강력히 차단하는 항체─에 의해 인식되는 '스파이크 단백질 영역'인 RBD와 NTD(N말단영역)에 변이를 보유하고 있다"고 텍사스-오스틴 대학교에서 코로나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을 연구하는 제이슨 맥레란(구조생물학)은 말했다. "그렇다면, 그 변이들이 RBD와 NTD에 결합하는 항체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1)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학계와 및 정부의 연구자와 백신 개발자들은 '영국과 남아공의 변이주가 백신을 무력화할 수 있는가'라는 의문을 해결하느라 날밤을 새우고 있다. "새로운 변이주들은 미친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고 화이자백신의 임상시험에서 참가자들의 혈액을 분석했던 UTMB의 바이러스 학자 스페이융(史佩勇)은 말했다. 1월 8일 발표된 출판전 논문에서(참고 1), 史와 화이자의 연구팀은 "20명의 참가자가 생성한 항체의 중화능력은 'N501Y를 보유한 바이러스'와 'N501Y를 보유하지 않은 바이러스'에 대해 차이가 없다"고 보고했다. 그 연구팀은 현재 다른 변이가 항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있다.

(2) 한편 in vitro 연구에서, 史의 동료인 메나허리가 이끄는 연구팀은 "N501Y가 회복기혈장─COVID에서 회복한 사람들에게서 채취된 혈액에서 항체를 포함하는 부분─에 포함된 중화항체의 활성에 극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보고했다. 그는 작년 12월 22일 트위터에(참고 8), "우리의 연구에 의하면, N501Y는 면역력을 변화시킬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인다"고 포스팅했다.

 

(3) 예일대학교의 바이러스면역학자인 이와사키(岩崎) 교수팀은 1월 8일 발표한 출판전 논문에서(참고 9), COVID-19 환자 579명의 회복기혈장을 이용해 혈청 에피토프 레퍼토리분석(SERA: Serum Epitope Repertoire Analysis)을 실시한 결과를 보고했다.

B.1.1.7의 스파이크 단백질은 2개의 결실과 6군데의 변이를 보유하는데, 이 변이 영역은 야생형 코로나바이러스의 에피토프와 직접적으로 겹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뉴클레오타이드 단백질의 2군데 변이도 에피토프와 마찬가지 결과를 보였는데, 이는 변이주가 백신의 효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 Linear epitope signal in COVID-19 patients for B.1.1.7 SARS-CoV-2

(4) 그러나 다른 변이가 면역력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은 데 올리베이라 팀이 501Y.V2에서 발견한 또 하나의 RBD 변이인 E484K다. 그 연구팀은 더반 소재 아프리카 보건연구소(Africa Health Research Institute)의 알렉스 시갈(바이러스학)과 함께, 회복기혈장과 '백신 임상시험에서 백신을 접종받은 사람의 혈청'을 이용하여 그 변이주의 속성을 연구하고 있다. 데 올리베이라에 의하면, 그 결과는 수일 내에 발표될 거라고 한다.

면역회피(immune escape)

'E484K가 바이러스에게 일부 사람들의 면역반응을 회피하는 능력을 부여한다'는 설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입수되고 있다. 작년 12월 28일 발표된 출판전 논문에서(참고 10), 이탈리아 토스카나 생명과학재단(Fondazione Toscana Life Sciences)의 리노 라푸올리(면역학)가 이끄는 연구팀은, 한 사람의 회복기혈장이 포함된 배지에서 SARS-CoV-2를 배양한 결과를 보고했다. 그들의 목표는, 감염에 반응하여 생성된 항체의 다양한 레퍼토리를 회피하는 바이러스의 변이를 선별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그 연구의 공저자인 맥레란은 말했다. 그러나 90일쯤 후, 바이러스는 회복기혈장에 저항하는 3개의 변이─남아공 변이주에서 발견된 E484K와, 남아공 변이주와 영국 변이주에서 발견된 NTD 변이가 포함된다─를 획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험 결과는 놀라웠다." 맥레란은 말했다. "왜냐하면, 그것은 'SARS-CoV-2에 대한 그 사람의 총체적 항체반응이 스파이크 단백질의 작은 부분에 집중된다'는 것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그 연구실에서 진화한 바이러스는, 다른 사람의 회복기혈장에는 저항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그 실험결과는, E484K를 비롯한 (영국과 남아공의 변이주들이 보유하고 있는) RBD와 NTD의 변이들이 (백신과 과거감염에 의해 생성된) 항체의 '바이러스 인식 메커니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RNA 기반 백신을 개발한 모더나(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 소재)는, 자사의 백신이 영국의 변이주에 잘 작동할 것으로 예상되며 현재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의문은 '그런 변이들이 백신의 실제 효과를 변화시키는가?'이다"라고 프레드 허친슨 암연구센터(워싱턴주 시애틀 소재)의 제시 블룸(바이러스 진화학)은 말했다. 지난 1월 4일 발표한 출판전 논문에서(참고 11), 그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지만, E484K와 다른 여러 개의 변이들이 회복기혈장 속의 항체들에게 인식되는 것을 회피할 수 있다"고 보고했다.

 

ⓒ 제시 블룸 연구실 트위터 (https://twitter.com/jbloom_lab/status/1346442016092082176)


그러나 블룸과 다른 과학자들은 "변이주들의 변이가 백신의 성과를 실질적으로 약화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 섞인 견해를 제시한다. 백신은 엄청난 양의 중화항체를 생성하므로, 변이주에 대한 효능이 다소 감소하더라도 별로 문제될 게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백신이 촉발하는 다른 면역반응(이를테면 T세포)은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다. "만약 지금 돈을 걸라고 한다면, 나는 ‘백신의 핵심적인 부분─치명적인 중증질환을 예방함─에는 변함이 없다’는 쪽에 걸겠다"라고 루반은 말했다.

※ 참고문헌
1. https://doi.org/10.1101/2021.01.07.425740
2. https://virological.org/t/preliminary-genomic-characterisation-of-an-emergent-sars-cov-2-lineage-in-the-uk-defined-by-a-novel-set-of-spike-mutations/563
3. https://doi.org/10.1101/2020.12.21.20248640
4. https://www.imperial.ac.uk/mrc-global-infectious-disease-analysis/covid-19/report-42-sars-cov-2-variant/
5. https://doi.org/10.1101/2020.12.24.20248822
6. https://doi.org/10.1038%2Fs41586-020-2895-3
7. https://t.co/UvNhqdPvkN?amp=1
8. https://twitter.com/TheMenacheryLab/status/1341460341293723650
9. https://doi.org/10.1101/2021.01.06.20248960
10. https://doi.org/10.1101/2020.12.28.424451
11. https://doi.org/10.1101/2020.12.31.425021

※ 출처: Nature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21-00031-0

 

바이오토픽 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의학약학 양병찬 (2021-01-11)
https://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32637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