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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엄마의 분변 이식: 제왕절개 분만아의 장내미생물 정상화, 면역계 강화

산포로 2020. 10. 5. 11:08

[바이오토픽] 엄마의 분변 이식: 제왕절개 분만아의 장내미생물 정상화, 면역계 강화

 

Maternal Fecal Microbiota Transplantation in Cesarean-Born Infants Rapidly Restores Normal Gut Microbial Development: A Proof-of-Concept Study / ⓒ Cell(참고 3)

우리의 몸 안(특히 소화관)에 서식하는 세균들은 면역과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참고 1). 그러나 질식 분만(vaginal birth)을 통해 태어난 아기들과 달리, 제왕절개를 통해 태어난 아기들은 풍부한 미생물총—천식이나 알레르기와 같은 장애를 예방할 수 있는 미생물군—을 얻을 수 없다. 이제 한 논문에서, 저자들은 "제왕절개 분만아들에게 엄마의 분변을 ‘아주 조금’ 투여할 경우, 장내미생물—소화계에 서식하는 세균·바이러스·균류의 생태계—을 정상화하고 면역계를 건강하게 출발시킬 수 있다"고 제안했다.


신생아의 소화관은 빈 서판(blank slate)이나 마찬가지다. 질(膣)을 통해 태어나는 아기들은 엄마의 회음(perineum: 음문과 항문 주변의 지역)에서 미생물을 획득하고, 제왕절개를 통해 태어나는 아기들은 엄마의 피부에서 미생물을 획득하는데, 그 차이는 몇 시간 내에 극명해 진다. "예컨대, 박테로이데스(Bacteroides)와 비피도박테리아(Bifidobacteria)는 질식 분만아에게 풍부하지만, 제왕절개 분만아에게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헬싱키 대학교에서 마이크로바이옴을 연구하는 빌렘 데 보스는 말했다. 제왕절개 분만아는 훗날 면역관련장애를 앓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연구자들은 '생애 초기의 미생물이 임계성장기(critical development period) 동안 면역계에 시동을 건다'고 생각하고 있다.


신생아의 면역계 손상을 줄이기 위해, 선행연구에서는 제왕절개 분만아들에게 엄마의 질내 미생물(vaginal microbiota)을 파종했다. 그러나 그 방법이 별로 효과가 없는 것으로 밝혀지자(참고 2), 데 보스가 이끄는 연구팀은 '질식 분만아는 출생 과정에서 (어쩌다 보니) 엄마의 분변을 약간 섭취함으로써 미생물을 획득하는 것 같다'는 가설을 세웠다. 가설 검증을 위해, 그들은 제왕절개를 준비하고 있는 여성 17명을 모집했다. 그리고 분만 3주 전에 분변을 채취하여, B군 연쇄상구군(group B Streptococcus)이나 헤르페스바이러스와 같은 병원균을 검사했다.


분변 샘플 중에서 무균 상태임이 확인된 여성은 7명이었다. 그녀들이 아기를 낳은 후, 연구팀은 3.5 또는 7밀리그램의 '희석된 분변 물질'을 5밀리리터의 모유와 혼합하여 아기들에게 먹였다.


다음으로, 연구팀은 아기들의 대변 속 유전물질을 시퀀싱함으로써 장내미생물을 분석했다. 그들은 태변(meconium: 최초의 분변)에서 시작하여, 12주 동안 일정한 간격으로 아기의 분변을 채취했다. 그리하여 그것을 29명의 질식 분만아 및 8명의 제왕절개 분만아(분변이식을 받지 않음)와 비교해 보니, '분변이식을 받은 제왕절개 분만아'들의 마이크로바이옴은 3주 내에 '질식 분만아'의 마이크로바이옴과 유사하게 진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적으로, 분변이식을 받지 않은 제왕절개 분만아의 경우, 이런 천이(transition)가 일어나는 데 꼬박 1년이 소요된다.] 연구팀은 이상의 연구결과를 10월 1일 《Cell》에 발표했다(참고 3).


'질식 분만아'와 마찬가지로, '분변이식을 받은 제왕절개 분만아'들은 며칠 내에 풍부한 박테로이데스를 보유하게 되었다. 그리고 '분변이식을 받지 않은 제왕절개 분만아'에 비해, '분변이식을 받은 제왕절개 분만아'들은 병원성 세균(예: Enterococcus faecium, Salmonella enterica)이 유의미하게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생아들은 연구기간 동안 아무런 유해효과도 경험하지 않았다"라고 데 보스는 말했다.


"이번 연구는 '제왕절개의 부수적인 효과를 완화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설(說)을 뒷받침한다"고 럿거스 대학교 뉴브런스윅 캠퍼스의 마리아 글로리아 도밍게스-벨로(미생물학)는 말했다. "모든 척추동물에서 질구(vaginal orifice: 아기가 나오는 곳)가 항문외구(anal orifice: 대변이 나오는 곳) 바로 옆에 있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것은 무작위선택이 아니라, 자연선택의 결과물이다. 이번 연구는 '신생아는 분변에 노출되어야 한다'는 자연의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했다."


"그러나 '얼마나 많은 분변을 신생아에게 노출할 것인지'를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네덜란드 마스트리히트 대학교의 욘 펜데르스(의료미생물학)는 덧붙였다. "우리는 아기들이 얼마나 많은 분변을 자연스럽게 섭취하는지 모르고 있다. 따라서 정확한 용량을 알아내려면 신중한 검사가 필요하다. 더 많은 아기들을 대상으로 한 장기적인 연구를 통해, 이번 연구에 적용된 용량이 안전한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데 보스와 동료들은 그런 연구(수십 명의 제왕절개 분만아들에게 '어머니의 분변'과 위약 중 하나를 투여하는 무작위·대조 시험)를 이미 시작했다. "우리는 아기들의 건강상태를 수년 동안 모니터링할 예정이다"라고 데 보스는 말했다. "장기적인 무작위·대조 시험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분변이식은 신중한 의학적 관리를 필요로 한다. 부모들이 가정에서 임의적으로 시행해서는 안 된다."


※ 참고문헌
1. https://www.sciencemag.org/topic/microbiome
2. https://www.sciencemag.org/news/2016/02/how-give-c-section-baby-potential-benefits-vaginal-birth
3. https://www.cell.com/cell/fulltext/S0092-8674(20)31089-8


※ 출처: Science https://www.sciencemag.org/news/2020/10/eating-tiny-bit-mom-s-poop-could-give-c-section-babies-immune-primer


바이오토픽 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의학약학 양병찬 (2020-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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