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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새로운 임상시험에서 강력한 예방효과 확인

산포로 2021. 3. 23. 15:24

[바이오토픽]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새로운 임상시험에서 강력한 예방효과 확인

 

▶ 최근 「드물지만 심각한 부작용의 가능성」에 관한 뉴스(참고 1; 한글번역)의 한복판에서 '접종에 대한 신뢰감 잠식(蠶食)'에 고심해 온 아스트라제네카가, 오랫동안 기다려 온 새로운 임상시험 결과 덕분에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듯하다. AZ는 3월 22일 아침 발표한 보도자료에서(참고 2), "32,000여 명의 칠레, 페루, 미국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AZ 백신은 유증상 COVID-19(symptomatic COVID-19)를 예방하는 데 79%의 효능을 발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밝혔다.

"나는 전율을 느낀다"라고 브라운 대학교 공중보건 대학원의 아시시 즈하 총장은 말했다. "나는 AZ 백신이 수많은 지구촌 주민들에게 접종될 거라고 가정해 왔다."

임상시험 참가자 중 2/3는 초기용량(initial dose)을 접종받은 데 이어 4주 후 추가용량(booster dose)을 접종받았고, 나머지 1/3은 두 번 모두 위약을 투여 받았다. 보도자료에 의하면 전체적으로 141건의 유증상 환자가 발생했다고 하지만, '백신 투여군과 위약 투여군에서 각각 몇 명의 환자가 발생했는지'는 언급되지 않았다.

또한 보도자료에 의하면 중증질환과 병원입원을 100% 예방했다고 하지만, 위약 투여군에서 몇 건의 사건이 일어났는지는 언급되지 않아, 결과의 통계적 유의성을 판단할 수가 없다. "위약 투여군에서 몇 건의 사건이 발생했는지를 보고하지 않은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라고 증거기반의학 및 건강커뮤니케이션 분야의 전문가인 힐다 바스티안은 말했다. 그녀의 지적에 따르면, 이번 임상시험은 'AZ 백신이 중증질환을 얼마나 잘 예방하는가?'라는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설계되지 않았다고 한다. "사람들에게 '이 백신을 접종받으면, 중증질환을 완벽하게 예방할 수 있다'는 마음을 품게 하는 것은 위험천만할 수 있다."

▶ 이전의 대규모 임상시험에서 '일정한 범위의 효능'이 확인된 AZ 백신은, '남아공발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효능이 불량한 듯하다'는 임상시험 결과가 나온 후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예정됐던 백신접종 캠페인이 취소되는 수모를 당했음에도 불구하고(참고 3; 한글번역) 영국의 백신접종 캠페인에서는 여전히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주 유럽에서 "AZ 백신을 접종받은 사람들 중에서 대뇌정맥동혈전증(CVST: cerebral venous sinus thromboses)과 혈액응고장애(clotting disorder)라는 드문 뇌졸중이 발생했다"라고 보고된 후 AZ 백신에 관심이 집중되었다. 백신안전 전문가들이 조사에 돌입하자 많은 유럽 국가들이 AZ 백신접종을 중단했고, 지난주 목요일 유럽의약청(EMA)은 "문제의 증상과 백신 간의 관련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이익이 위험을 훨씬 상회한다"라는 결과를 발표했다(참고 4). 이에 12개국 이상이 AZ 백신의 사용을 재개했는데, 그중에는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가 포함되어 있다.

3월 22일 발표된 보도자료에 의하면, AZ 백신을 접종받은 21,583명의 참가자 중에서 CVST가 발병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 부작용이 드물지만 여전히 발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 옥스퍼드 대학교와 공동으로 개발된 AZ 백신은 「무해(無害)한 바이러스에 적재된 SARS-CoV-2의 (스파이크 단백질을 코딩하는) 유전자」로 구성되어 있다. AZ가 '마진을 남기지 않고, 다른 어떤 COVID-19 백신보다도 저렴한 가격(현재까지 보도된 바로는, 1도스당 2~6 달러)으로 판매하겠다'고 맹세하자, 전 세계의 많은 나라들은 AZ 백신에 큰 희망을 걸었었다.

AZ 백신은 선행 효능시험(efficacy trial)에서 영국, EU, 기타 일부 국가의 승인기준을 충족하는 결과를 얻었지만, 많은 외부 전문가들의 눈 밖에 났다. 왜냐하면, 일부 참가자들이 0.5도스를 접종받았는데 그건 당초의 의도가 아니었던 데다(참고 5; 한글번역), 1차 접종과 2차 접종 사이의 간격도 일정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또한 참가자 중에 고령자가 적게 포함되어 있어, '그 고위험군을 얼마나 잘 보호할 수 있을까?'라는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AZ에 따르면, "이번 임상시험 참가자들 중에는 65세 이상이 20% 포함되어 있고, 그 그룹의 예방률도 80%"라고 하지만, 보도자료를 아무리 읽어 봐도 그와 관련된 수치는 제시되어 있지 않다.

"다른 백신들이 경우와 마찬가지로 처음부터 제대로 된 임상시험을 실시했다면, 엄청난 불안과 의사결정상 어려움을 회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라고 바스티안은 말했다. "그러나 몇 가지 석연찮은 점에도 불구하고 이번 임상시험 결과는 경이롭다. 잘 설계된 임상시험 결과서를 받아 들고 나니 커다란 안도감이 든다."

"이번 효능검사를 계기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다"라고 즈하는 말했다. "왜냐하면, 미국에는 수백만 도스의 AZ 백신이 사용되지 않은 채 방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AZ는 지금껏 FDA에 승인신청서를 제출할 엄두를 내지 못했는데, 그 이유는 FDA가 AZ의 임원과 옥스퍼드의 과학자들에게 '새로운 임상시험 결과를 제출하지 않으면 어림도 없다'고 으름장을 놓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제 AZ는 FDA에 데이터를 제출할 계획이지만, 어떤 긴급사용승인(EUA) 신청서도 처리되려면 수 주(數週) 동안 기다려야 한다.

"영국과 그 밖의 데이터에 기반하여 AZ 백신을 승인하지 않고 새로운 임상시험 자료를 요구한 데 대해, FDA는 커다란 분노에 직면할 것이다"라고 즈하는 말했다. 새로운 임상시험 결과가 좋게 나온 이상, FDA는 과잉대응에 대한 비난을 면치 못할 것 같다. "FDA는 AZ 백신의 진가를 몰랐던 것 같다. 그러지 않고서야 그렇게 문전박대했을 리 없다"라고 즈하는 말했다.

※ 참고문헌
1. https://www.sciencemag.org/news/2021/03/it-s-very-special-picture-why-vaccine-safety-experts-put-brakes-astrazeneca-s-covid-19 (한글번역 https://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328862&SOURCE=6)
2. https://www.astrazeneca.com/media-centre/press-releases/2021/astrazeneca-us-vaccine-trial-met-primary-endpoint.html
3. https://www.sciencemag.org/news/2021/02/south-africa-suspends-use-astrazenecas-covid-19-vaccine-after-it-fails-clearly-stop (한글번역 https://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327492&SOURCE=6)
4. https://www.sciencemag.org/news/2021/03/european-countries-resume-use-astrazenecas-covid-19-vaccine-hoping-pause-has-not-dented
5. https://www.sciencemag.org/news/2020/11/after-dosing-mix-latest-covid-19-vaccine-success-comes-big-question-mark (한글번역 https://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324677&SOURCE=6)

※ 출처: Science https://www.sciencemag.org/news/2021/03/astrazeneca-reports-powerful-covid-19-protection-new-vaccine-trial

 

바이오토픽 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의학약학 양병찬 (2021-03-23)
https://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32899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