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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아르테미시닌 내성 말라리아병원충, 아프리카에서 확인

산포로 2021. 9. 27. 15:04

[바이오토픽] 아르테미시닌 내성 말라리아병원충, 아프리카에서 확인

 

아르테미시닌 기반 요법(artemisinin-based treatment)으로 말라리아 병원충 감염을 완치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아르테미시닌은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 현재로는.

 

ⓒ Juntendo University

과학자들은 아프리카의 말라리아 병원충(malaria parasite)이 핵심적인 항(抗)말라리아제에 대한 내성(resistance)을 획득했음을 확인했다.

"우리는 상당한 기간 동안 이것을 예상하며 우려해 왔다"라고 호주 멜버른 대학교에서 항말라리아제 내성의 분자적 기초(molecular basis)를 연구하는 리앤 틸리(생화학)는 말했다.

약물내성의 징후는 아프리카에 오랫동안 존재해 왔다. 예컨대 2021~2015년 르완다에서, 과학자들은 말라리아 병원충의 내성과 관련된 유전자 변이의 존재를 탐지했다(참고 1). 그리고 9월 23일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발표된 새로운 연구에서(참고 2), 연구자들은 그러한 변이가 항말라리아제의 신속한 효능을 눈에 띄게 저하시킨다는 것을 확인함으로써 기존의 발견을 뒷받침했다.

말라리아의 황금률 치료제—아르테미시닌(artemisinin)과 그 유도체를 포함하는 약물군(群)—는 종종 「아르테미시닌 병용요법(ACTs: artemisinin-combination therapies)」의 일환으로 '파트너' 약물들과 함께 투여된다. 왜냐하면 다중약물(multiple drugs)은 병원충으로 하여금 내성을 획득하기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아르테미시닌과 그 유도체에 대한 내성의 첫 번째 징후는 2000년대 초 캄보디아에서 나타났다. 그로부터 몇 년 내에, 동남아시아의 말라리아 병원충은 ACTs에 포함된 파트너 약물 중 일부까지도 회피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가장 효과적인 약물 칵테일 중 일부가 무용지물이 되자, 동남아시아의 공중보건 당국자들은 '아직 잘 듣는' 병용요법을 찾느라 허둥대게 되었다.

"이번에 아프리카에 등장한 내성은 특히 심각하다"라고 틸리는 말했다. "전 세계의 말라리아 감염과 사망 중 90% 이상은 아프리카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우려되는 것은, 이번 연구에서 '아프리카의 내성은 동남아시아의 내성 병원충과 독립적으로 발생했다'는 증거가 발견되었다는 점이다. 이는 아프리카의 균주가 계속 진화하고 있음을 의미하며, 궁극적으로 슈퍼저항성 병원충이 되어 우점종으로 자리 잡게 될 것임을 시사한다."

"이번 연구 결과는 정말로 우려스럽다. 왜냐하면 우리는 전적으로 ACTs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방콕 소재 「마히돌 옥스퍼드 열대의학연구유닛(Mahidol Oxford Tropical Medicine Research Unit)」의 말라리아 연구팀장인 아르젠 돈도르프는 말했다. "과학자들은 동남아시아와 유사한 시나리오가 아프리카에서 펼쳐질까 봐 걱정하고 있다." 특히 사하라 이남 지역의 경우 충분한 헬스케어에 접근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한 때, 엄청난 조종(弔鐘)을 울릴 수 있다.

임상적 확인

2017~2019년 우간다에서 수행된 이번 연구에서, 연구팀은 240명의 말라리아 환자들에게 아르테수네이트(artesunate)—아르테미시닌의 강력한 유도체—정맥주사제를 하루 세 번 투여한 후, ACT 정제[아테메테르-루메판트린(artemether–lumefantrine)] 표준 3일요법을 실시했다.

치료 결과, 14명의 환자들은 말라리아 병원충(Plasmodium falciparum)의 절반을 제거하는 데 5시간 이상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세계보건기구(WHO)의 내성 정의(definition for resistance)를 충족한다. [말라리아 환자들은 아르테수네이트를 투여 받은 후 2시간 내에 병원충의 절반을 제거하는 것이 보통이다.] 14명의 환자 중 13명에게서 채취된 P. falciparum은 동남아시아에서 항말라리아제 내성과 관련된 것으로 밝혀진 kelch13 유전자(참고 3)의 2개 변이(A675V, C469Y) 중 하나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 Juntendo University

"문제의 변이는 아프리카의 P. falciparum에서 이미 탐지된 바 있지만, 그 변이를 보유한 병원충이 실제로 인간의 약물에 저항하는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었다"라고 이번 연구의 공저자인 일본 준텐도대학(順天堂大学)의 미타 토시히로(美田敏宏, 기생충학)는 말했다. "이번 연구와 지난 4월 《The Lancet Infectious Diseases》에 발표된 연구(참고 4)에서, 과학자들의 의심은 현실이 되었다."

지난 4월의 연구에서, 연구자들은 르완다에서 말라리아에 걸린 어린들에게 실시한 ACT 정제 3일요법의 결과를 발표했다. 어린이들 중 일부는 치료를 마친 후에도 병원충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병원중의 10% 이상은 kelch13의 2개 내성 변이(R561H, P574L) 중 하나를 갖고 있었지만, 변이의 내용이 우간다에서 관찰된 것과 다르다.

경종(警鐘)

"현재로서, 아르테미시닌 내성이 임상적 결과를 초래한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다"라고 WHO와 함께 우간다에서 연구를 수행하는 UCSF의 필립 로젠탈(감염병 임상의)은 설명했다. "일부 중증 사례의 경우, 병원충이 제거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치료 후 1주 이내에 재발하는 수도 있지만, 사하라 이남 지역 중 많은 곳에서 채택된 ACT—아르테미시닌의 또 다른 유도체인 아테메테르와 파트너 약물인 루메판트린의 병용요법—는 여전히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젠탈은 이번 연구결과를 가리켜 "경종을 울린다"고 한다. 만약 내성이—예상대로—확산되어 P. falciparum이 루메판트린에 내성을 띠게 된다면, 처참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대다수의 어린이들이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시골 의원에서 치료받는 아프리카의 실정을 감안할 때, 핵심적인 의약품을 잃는다는 것은 파멸을 의미한다"라고 그는 말했다.

그러나 동남아시아의 경우와 달리, 아프리카에서는 내성이 신속하게 확산되지 않을 수도 있다. 사하라 이남 주민들 중 일부는 어린 나이에 말라리아에 걸린 후 혈중에 병원충을 보유한 채 생활하는데, 연구자들에 따르면 그로 인해 면역관용(immune tolerance)이 형성될 수 있다고 한다. "아프리카의 내성 병원충은 동남아시아 사람들과 동일한 증세(症勢)를 초래하지 않을 수 있다. 왜냐하면 내성 병원충은 면역관용과 씨름해야 할 뿐만 아니라, 이미 상주(常住)하고 있는 병원체들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틸리는 말했다.

클로로퀸의 추억

하지만 과학자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그들은 클로로퀸(chloroquine)의 실패 사례를 떠올린다. 그것은 한때 말라리아 특효약이었지만, P. falciparum은 1950년대 후반부터 전 세계적으로 클로로퀸에 대한 내성을 신속히 획득했다. "클로로퀸을 잃음으로써 아마 수백 명의 사람들이 추가로 희생되었을 것이다"라고 로젠탈은 말했다.

 

Origin of Drug Resistance in SE Asia (참고 5)

"동남아시아의 경우, WHO는 '환자에게 신속히 ACTs를 투여함으로써 내성 병원충을 몰아낸다'는 공격적 캠페인을 시작했지만(참로 6), 말라리아가 광범위하게 유행하는 사하라 이남의 경우에는 그런 접근방법이 비현실적이다"라고 「WHO 글로벌 말라리아 프로그램(WHO Global Malaria Program)」에서 약물내성 방지 유닛(Drug Resistance and Containment Unit)을 지휘하는 파스칼 링월드는 말했다.

"이번 연구는 연구자와 제약사들에게, '만에 하나 ACTs가 실패할 경우를 대비하여 또 다른 실현가능한 치료법(viable treatment)이나 백신을 개발하라'는 압력을 가한다"라고 링월드는 말했다. 현재 많은 말라리아 백신들이 개발되고 있는데, 그중 하나는 올해 초 실시된 소규모 임상시험에서 가능성을 보였다(참고 7; 한글번역).

그러나 새로운 옵션이 곧바로 등장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향후 몇 년 동안 아르테미시닌 내성 균주들에 대한 보고서가 더 많이 발표될 것이다"라고 링월드는 말했다. "왜냐하면 그들은 비 온 후 버섯처럼 불쑥불쑥 고개를 들기 때문이다."

 

※ 참고문헌
1. https://doi.org/10.1038%2Fs41591-020-1005-2
2. https://doi.org/https%3A%2F%2Fdoi.org%2F10.1056%2FNEJMoa2101746
3. https://doi.org/10.1038%2Fnature12876
4. https://doi.org/https%3A%2F%2Fdoi.org%2F10.1016%2FS1473-3099%2821%2900142-0
5. https://www.malariasite.com/drug-resistance/
6. https://www.nature.com/immersive/d41586-018-05772-z/index.html
7. https://doi.org/https%3A%2F%2Fdoi.org%2F10.1038%2Fs41586-021-03684-z (한글번역 https://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332331&SOURCE=6)

※ 출처:
1. 順天堂大学 https://prtimes.jp/main/html/rd/p/000000339.000021495.html
2. Nature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21-02592-6

바이오토픽 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

 

의학약학 양병찬 (2021-09-27)

https://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3348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