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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실험적 말라리아 생(生)백신, 초기 임상시험 성공

산포로 2021. 7. 1. 13:33

[바이오토픽] 실험적 말라리아 생(生)백신, 초기 임상시험 성공

 

NIH 임상센터(NIH Clinical Center)가 수행한 임상 1상에서, 「살아있는 말라리아 기생충」으로 구성된 백신이 강력하고 지속적인 예방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Colorized electron micrograph showing malaria parasite (blue) attaching to a human red blood cell. Inset shows attachment point at higher magnification. [Source: NIAID, National Institute of Allergy and Infectious Diseases]

한 소규모 임상시험에서, 살아있는 기생충(live parasite)을 포함한 실험적 말라리아 백신이 거의 모든 접종자를 말라리아에서 보호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6월 30일 《Nature》에 실린 연구에서(참고 1), 연구팀은 참가자들에게 「살아있는 말라리아 기생충(Plasmodium falciparum)이 포함된 백신」과 「(간이나 혈류에 도착하여, 말라리아 증상을 초래할 수 있는) 기생충을 모조리 죽이는 약물」을 함께 투여했다. 다음으로, 연구팀은 3개월 후 참가자들을 고의로 말라리아에 감염시켜 백신의 효능을 테스트했다.

그 결과, 3개월 후 (접종에 사용된 것과) 동일한 계열의 기생충에 감염된 참가자 중 87.5%와 상이한 계열의 기생충에 감염된 참가 중 77.8%가 각각 말라리아에 걸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살아있는 기생충을 말라리아 백신에 이용하려는 초기 노력에 비해 유의미한 진전이다. 초기 노력에서는 상이한 계열의 기생충에 대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었다.

"또한, 이번 연구는 '말라리아에 대항하는 면역을 획득하는 메커니즘'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제공했다"라고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글로벌 말라리아 프로그램(Global Malaria Programme)」의 사무총장 페드로 알론소는 말했다. "그것은 백신의 과학(science of vaccine)에 크게 기여했다. 그게 얼마나 중요한지는 아무리 강조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다. 왜냐하면 말라리아 백신은 오랫동안 간과되어 온 분야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단백질과 기생충

현재 많은 말라리아 백신들이 개발되고 있다. 그중에서 가장 앞선 것은 「RTS,S」로, '안전성 및 효능'과 '보급을 위한 물류정책'을 평가하기 위해 아프리카 3개국에서 실시된 예비프로그램(pilot programme)의 일환으로 지금껏 65여만 명의 어린이들에게 투여되었다.

또 하나의 백신인 「R21」은 최근 450명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최대 77%의 효과가 입증되어(참고 2), 현재 대규모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위의 두 가지 백신은 면역반응을 촉발하기 위해 동일한 단백질—포자소체 단백질(CSP: circumsporozoite protein)—을 사용한다. CSP란 기생충의 포자소체 형태(sporozoite form)의 외부를 장식하는 단백질이며, 포자소체란 기생충의 생활주기 중에서 '감염된 모기의 침샘에서 인체로 처음 침투하는 단계'를 말한다.

 

Courtesy of the National Institute of Allergy and Infectious Diseases, NIH

지난 수십 년 동안, 연구자들은 '기생충 전체'를 백신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모색해 왔다. 예컨대 많은 바이러스 백신들은 '약독화된 바이러스 전체'를 사용해 왔는데, 그 접근방법은 면역계에 '달랑 하나의 단백질'이 아니라 '여러 개의 표적'을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말라리아의 경우, 그 접근방법의 성공은 제한적이었다. 한 연구에서(참고 3), 방사선 조사(radiation)를 이용해 약화된 포자소체는 상이한 기생충 계열에 대해 겨우 20%의 예방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Malaria parasite life cycle and vaccine targets. Transmission-blocking vaccines are directed against the sexual stages of malaria parasite development in the mosquito, while other stages of the parasite life cycle can be targeted with different vaccine approaches. [Source: NIAID, National Institute of Allergy and Infectious Diseases]

일부 과학자들은 '생(生)기생충이 강력한 면역반응을 촉발하는 이유는, 체내에서 복제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외래 단백질(foreign protein)을 생산하기 때문'이라고 추측해 왔다. 메릴랜드주 베데스다 소재 미국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의 세라 힐리와 패트릭 더피는 이 접근방법의 유효성을 향상시키는 방법을 강구해 왔다.

42명의 참가자를 등록시킨 이번 임상시험에서, 힐리와 더피가 이끄는 연구팀은 참가자들에게 살아있는 포자소체를 주입했다. 그러나 그들은 또한, 백신 접종자들에게 기생충을 살해하는 의약품을 투여했다. 왜냐하면, 만약 기생충이 간이나 혈액에 도달할 경우, 혈액세포를 진짜로 감염시킴으로써 말라리아 증상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략은 기생충의 계열(하나는 백신에 사용된 계열, 다른 하나는 남아메리카에서 발견된 또 하나의 계열)을 불문하고 잘 작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현재 말리(Mali)에서 수행되고 있는 현장연구에서, 성인들을 대상으로 백신의 안전성과 효능을 테스트하고 있다.

까다로운 과제: 양산(量産)체제 (참고 4)

이번 임상시험 결과는 고무적이지만, 말라리아와 싸우는 데 필요한 「생(生)포자체 백신」을 양산(量産)하는 것이 급선무다. 설상가상으로 포자체는 모기의 침샘에서 수확된 다음 극저온에서 보관되어야 하는데, 이는 자원이 부족한 지역에 백신을 보급하는 문제를 복잡하게 만든다. 지금껏 모기를 이용해 백신을 대량 생산한 선례는 하나도 없었다. 알론소는 몇 년 전 누군가가 자신에게 「생포자체 백신」의 가능성을 물었던 기억을 떠올린다. 그는 그때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그건 정신 나간 생각이에요."

그러나 메릴랜드주 로크빌 소재 사나리아(Sanaria)라는 바이오텍 업체는 「생포자체 백신」의 실용성을 높이는 방법을 연구해 왔다. 동사(同社)는 NIAID의 연구팀과 함께 이번 임상연구를 수행해 왔는데, 이제 대량의 포자소체를 생산할 수 있으며, 한걸음 더 나아가모기 없이도 포자소체를 만드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과학과 (지금껏 개발되어 온) 기술의 관점에서 볼 때, 그것은 경이롭다"라고 알론소는 말했다.

또한, 사나리아는 연구자들과 손잡고, CRISPR-Cas9 등의 유전자편집 기술을 이용해 기생충을 유전적으로 약화시킴으로써, 추가적인 의약품 투여 없이 백신을 접종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유전자가 편집된 포자소체는 몇 번만 복제한 뒤 사망하므로, 증상을 초래할 겨를이 없을 것이다.

"궁극적으로, 말라리아와 싸우려면 여러 가지 유형의 백신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라고 더피는 말했다. "아마도 단일백신 솔루션(single vaccine solution)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말라리아 제어 수단(모기장과 예방약 포함)은 700만 명의 목숨을 살리고 15억 건의 감염을 예방한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알론소는 말했다. 그러나 그 수단은 살충제 내성, 약물내성, 그리고 인구증가라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현재 전 세계에서 매년 40만 명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데, 그중 대부분은 어린이들이다.

"말라리아는 감당할 수 없는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라고 알론소는 말했다. "매우 효율적인 말라리아 백신이 없다면, 지금까지 선방해 왔던 활동을 지속하기 어려울 것으로 사료된다."

 

☞ 새로운 말라리아 생(生)백신 전략 (참고 5)

 

▶ 말라리아 기생충(Pf: Plasmodium falciparum)을 통째로 사용하는 말라리아 백신 접근방법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기생충은 포자체(sporozoite)라는 형태로 혈류에 침입한 후, 간에 도달하여 간세포(hepatocyte)의 공포(vacuole) 속에 상주한다. 기생충은 간에서 성장한 후, 혈류로 돌아가 적혈구를 감염시킴으로써 질병을 초래한다. 선행연구(참고 6, 참고 7)에서는 기생충의 약독화된 형태(PfSPZ-RAS)를 이용한 백신이 간(肝)에서 성장하지 못하면서 말라리아를 약간 예방해 준다고 제안했다.

미국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의 연구팀은 6월 30일 《Nature》에 실린 연구에서(참고 1), '살아있는 기생충 전체를 포함한 백신'과 '특정한 발달단계의 기생충을 살해하는 의약품'을 결합한 백신접종 방법의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PfSPZ-CVac(PYR)이라는 이름의 그 백신은 피리메타민(PYR: pyrimethamine)이라는 약물을 병용함으로써, PfSPZ-RAS보다 우수한 예방 효과를 발휘했다고 한다. 최고의 결과는 PfSPZ-CVac(CQ) 백신에서 나왔는데, 이것은 PYR 대신 클로로퀸(CQ: chloroquine)을 사용한다.

 

※ 참고문헌
1. https://doi.org/10.1038/s41586-021-03684-z
2.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21-01096-7
3. https://doi.org/10.1093/cid/ciaa1294
4.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21-01806-1
5.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21-01806-1
6. https://doi.org/10.1016%2Fj.vaccine.2015.09.096
7. https://doi.org/10.4049%2Fjimmunol.1800727

※ 출처: US National Institute of Allergy and Infectious Diseases https://www.niaid.nih.gov/news-events/investigational-malaria-vaccine-gives-strong-lasting-protection

바이오토픽 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

 

의학약학 양병찬 (2021-07-01)
https://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332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