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토픽] 실험약의 환각효과를 탐지하는 센서 개발
환각성 약물을 이용한 치료법(psychedelic drug treatment)을 찾는 과학자들이, 사람이나 동물을 대상으로 테스트할 필요 없이 '어떤 분자가 환각을 초래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뇌에서 활성화되는 환각성 화합물(psychedelic compound)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와 같은 정신과 질환을 치료할 잠재력을 지녔다'는 증거가 누적되고 있지만, 연구자들은 그런 화합물에서 (치료를 복잡하게 만드는) 환각성 부작용을 빼고 이로운 속성(beneficial property)만 발라내는 방법이 있는지를 알아내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다.
"현재로서, 동물이나 인간을 대상으로 한 테스트를 실시하지 않고, 잠재적인 약물이 환각을 초래하는지 여부를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 때문에 신약개발이 늦어지고 있다"라고 UC 데이비스의 데이비드 올슨(화학 신경과학)은 말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슨과 UC 데이비스의 톈 린(신경과학)이 이끄는 연구팀은 형광센서(fluorescent sensor)를 설계했다. 그것은 환각제가 겨냥하는 뇌 수용체(brain receptor)의 구조에 기반한 것으로, 특정 분자의 환각유발성(hallucinogenicity)을 예측한다. 연구팀은 이러한 접근방법을 이용하여 in vitro에서 「환각유발성 없는 환각제 유사 분자(psychedelic-like molecule without hallucinogenic property)」를 확인하고, 생쥐를 이용한 연구에서 그것이 항우울 활성(antidepressant activity)을 지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참고 1).
"이번 발견은 「부작용 없는 환각제 유사분자」를 이용해 신약을 개발하려는 노력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노스캐롤라이나 의대 채플힐 캠퍼스의 브라이언 로스(분자약학)는 논평했다.
사이클라이트(psychLight)
선행연구들에 의하면, 일부 환각성 약물들이—아마도 뇌로 하여금 뉴런 간의 새로운 연결(connection)을 창조하도록 도와줌으로써—만성 정신질환(예: 약물중독, PTSD, 심각한 우울증)의 증상을 경감할 수 있다고 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임상시험들은 (일명 '마법의 버섯'에서 추출된) 실로시빈(psilocybin), LSD(lysergic acid diethylamide), MDMA(3,4-methylenedioxymethamphetamine, 일명 엑스타시)를 이용해 다양한 정신과 장애들을 치료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약물들은 환각유도 속성이 있어서, 투여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왜냐하면 약물을 투여 받는 임상시험 참가자를 지속적으로 감독해야 하는 데다, 환각효과가 끔찍한 경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어떤 연구자들은 (몽롱한 부작용은 없고 치료 잠재력만 보유하고 있는) 환각제 유사 분자를 물색하고 있다.
환각제는 뇌 속에서 (평상시에, 기분에 영향을 미치는 세로토닌과 결합하는) 수용체와 상호작용을 함으로써 환각을 초래한다. 그러나 세로토닌 수용체에 결합하는 분자들이 모두 환각을 초래하는 것은 아니다. 연구팀이 개발한 센서는 5-HT2AR이라는 특정 세로토닌 수용체의 구조에 기반했다. 그 센서는 어떤 분자가 결합했을 때 형태가 변화하는데, 변화하는 정도에 따라 환각을 초래하는지 여부가 결정된다.
연구팀이 「사이클라이트(psychLight)」라고 명명한 센서는 수용체와 녹색형광단백질(green fluorescent protein)을 연결한 것으로, 수용체의 형태에 따라 상이한 강도의 빛을 발한다. "그것은 환각유발 잠재력(psychedelic potential)을 탐지하는 레이더처럼 작용한다"라고 톈은 말했다. 연구팀은 「사이클라이트」 덕분에, '하나의 분자가 5-HT2AR과 결합하는 방법'과 '그 결합으로 인해 수용체가 활성화되는지 여부'를 시각적으로 판단할 수 있었다.
분자선별(molecular screening)
연구팀은 「사이클라이트」가 주어진 분자의 환각유발 속성을 정말로 예측할 수 있는지 알고 싶어 했다. 그래서 환각유발 프로파일(psychedelic profile)이 알려진 83개 화합물 그룹을 대상으로, '센서와 결합했을 때 방출하는 빛의 강도'에 따라 점수를 매겼다. "테스트 결과, 「사이클라이트」는 모든 화합물에 대해 환각유발 잠재력을 신뢰성 있게 예측할 수 있었다"라고 올슨은 말했다.
다음으로, 연구팀은 미지(未知)의 환각유발 프로파일을 보유한 34개 화합물에 테스트를 적용했다. 테스트 결과 그들은 AAZ-A-154라는 분자를 동정(同定)했는데, 그것은 세로토닌 수용체와 상호작용하지만 환각을 초래하지 않는 것으로 예측되었다. 연구팀이 생쥐에게 AAZ-A-154를 투여했더니, 생쥐는 머리 흔들기(head twitching)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또한 AAZ-A-154는 특정 변이(쾌락을 느끼는 능력이 감소하는 변이)를 지닌 생쥐의 우울증 증상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AAZ-A-154의 작용 메커니즘은 아직 불분명하지만, 그것을 동정하는 데 사용된 방법은 「환각유발성 없는 환각제 유사 화합물(non-hallucinogenic psychedelic)」을 찾아내는 혁신적인 접근방법이다"라고 로스는 말했다.
"'환각제'와 '환각성 부작용'의 연결고리를 끊는 센서 기술(ensor technology)이 갈 길은 아직 까마득히 멀다"라고 스탠퍼드 대학교 캘리포니아 캠퍼스의 로버드 말렌카(정신과학, 신경과학)는 경고했다. "생쥐에서 나타난 환각제 효과를 인간에게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그리고 AAZ-A-154가 동정되었다는 것은 훌륭한 센서 개념 검증(proof of the sensor concept)이라고 할 수 있지만, 연구팀이 개발한 기법을 분자선별에 적용하려면 더 많은 후속연구가 필요하다." (참고 2)
※ 참고문헌
1. https://doi.org/10.1016%2Fj.cell.2021.03.043
2.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21-01156-y
※ 출처: UC Davis Health Newsroom https://health.ucdavis.edu/health-news/newsroom/psychlight-sensor-to-enable-discovery-of-new-psychiatric-drugs/2021/04
마지막 고래잡이
지구촌 최후의 생계형 고래잡이 부족,그들의 용기와 희생, 사랑을 생생하게 전한다!인도네시아의 어느 화산섬에는 대나무 작살과 목선으로 거대한 고래를 사냥해 생계를 이어가는 토착 부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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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의학약학 양병찬 (2021-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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