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토픽] 소화관 내의 암 줄기세포는 이웃 줄기세포에게 악영향을 미친다
소화관 내의 악성 줄기세포는 이웃 줄기세포의 분화를 촉진하는 인자들을 분비함으로써, 「정상 줄기세포」가 「암촉진 변이(cancer-promoting mutation)를 가진 줄기세포」로 대체되는 데 기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 최근 수십 년간의 연구들을 통해, 변이가 '악성세포의 진화'와 '주어진 종양의 궁극적인 특징'에 기여하는 메커니즘이 드러났다. 그 덕분에, 주변의 조직환경이 이러한 「변이에 의해 추동된 특징(mutation-driven characteristics)의 자연선택」에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악성 세포와 이웃 야생형 세포들 간의 상호작용으로 인한 효과—그리고 이러한 상호작용과 악성 세포가 주변 환경을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형성하는 메커니즘—는 제대로 평가되지 않았다. 그러나 6월 2일 《Nature》에 실린 논문에서, Yum et al.(참고 1; 영국 케임브리지 거든 연구소의 염민규·한승민 박사, 오스트리아 IMBA GmbH의 구본경 박사), Van Neerven et al.(참고 2), Flanagan et al.(참고 3)은 「암세포와 이웃 장(腸)세포들 간의 경쟁적 역동성(competitive dynamics)」에 대한 중요한 통찰을 제공했다.
'암촉진 변이를 가진 세포'와 '기존 환경 속의 이웃세포' 간의 상호작용을 연구하기 위해 Yum et al.은 멀티컬러 라벨링 시스템(multicolour labelling system)을 이용하여 생쥐의 세포계열(클론)들을 모니터링하는 현미경 기반 접근방법을 개발했다. 이 접근방법 덕분에, 저자들은 두 개의 핵심 유전자(Kras, Pik3ca)에 암관련 변이가 발현된 장줄기세포(intestinal stem cell)를 추적하고, 이웃의 야생형 세포(wild-type neighbouring cell)들까지도 평가할 수 있었다. 저자들이 보고한 바에 따르면, 변이된 유전자를 보유한 장(腸)줄기세포의 존재는 이웃 야생형 세포들의 분화속도를 증가시킨다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결과는 특이적인 인자들—BMP 신호전달경로를 활성화하는 분자들과, WNT 신호전달경로를 억제하는 다른 분자들—에 의해 추동된다고 한다.
그에 더하여, Yum et al.은 줄기세포를 둘러싼—그리고 통상적으로 줄기세포의 유지를 촉진하는—구조세포(기질세포)가 변이된 줄기세포가 존재할 경우에는 거꾸로 분화를 촉진하는 인자의 분비를 증가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장(腸)줄기세포의 유지에 덜 우호적인 환경(less-supportive environment)을 초래하게 된다. 왜냐하면, 분비된 인자들이 (암촉진 변이를 보유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줄기세포의 분화를 촉진하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변이가 있는 세포들'은 '변이가 없는 세포들'보다 영향을 덜 받기 때문에 경쟁적인 우위에 서게 된다. 그리고 변이를 통해 생성된 세포들의 클론에 인접한 장내 영역('음와'라고 불리는 유닛)에서 세포 교체(cellular turnover)가 증가하는데, 이는 변이된 세포들의 클론이 확립되는 것을 촉진하게 된다.
☞ 포유류의 소화관에서 일어나는 세포들 간의 경쟁이 종양의 형성을 촉진한다
Yum et al., Van Neerven et al., Flanagan et al.은 6월 2일 《Nature》에 실린 논문에서 "암촉진 변이를 보유한 장(腸)줄기세포가 음와(crypt) 구조에 존재하는 이웃의 정상 줄기세포에 영향을 미치는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a. Yum et al.은 "변이된 줄기세포가 분비하는 분자들이 BMP 신호전달 경로를 활성화하고 WNT 신호전달 경로를 억제한다"라고 보고했다. 이 분자들은 줄기세포의 분화를 촉진하는데, 주로 정상 줄기세포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Van Neerven et al.과 Flanagan et al.은 WNT 억제제의 분비를 상세히 보고했다. 더욱이 Yum et al.은, 변이된 줄기세포가 인접한 기질세포(stromal cell)로 하여금 WNT 억제제를 분비하게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b. 정상 줄기세포가 분화한 후, 변이된 줄기세포가 줄기세포 풀(stem-cell pool)을 지배하게 된다.
▶ 정상적인 줄기세포와 악성 줄기세포 간 상호작용의 밑바닥에 깔린 메커니즘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Van Neerven et al.과 Flanagan et al.은 「Apc 유전자의 불활성화에 의해 매개되는 장암」의 생쥐 및 인간 모델을 이용했다. Apc의 변이는 대부분의 결장암에 시동을 걸며(참고 4, 참고 5), APC 단백질은 WNT 신호전달경로의 핵심적인 음성적 조절자(negative regulator)로 알려져 있다. APC는 베타카테닌(β-catenin) 단백질의 파괴를 매개하는데, 베타카테닌은 유전자발현 조절자(gene-expression regulator)로서 장(腸)줄기세포의 상태를 유지하는 데 기여한다.
Van Neerven et al.과 Flanagan et al.은 "WNT 경로를 억제하는 여러 유전자들, 특히 Notum이 야생형 세포보다 'Apc 변이를 보유한 세포'에 많이 발현된다"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두 연구팀은 in vitro 시스템을 이용하여 세포들을 함께 배양했는데, 그 시스템에서 개별 줄기세포는 '미니 장(腸)과 유사한 오가노이드' 구조로 분화함으로써 줄기세포의 잠재력을 측정할 수 있는 수치를 제공했다. 즉, 'Apc 변이를 보유한 세포와 함께 배양되거나, Apc 변이를 보유한 세포가 배양된 배지에서 추출된 액체에 노출된 야생형 줄기세포'는 '다른 야생형 줄기세포나 그 배지에 노출된 야생형 줄기세포'보다 오가노이드의 형성 및 성장 속도가 느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는 'Apc 변이를 보유한 세포는 확산성 인자(diffusible factor)를 분비함으로써 야생형 줄기세포의 잠재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가설을 뒷받침한다. Van Neerven et al.과 Flanagan et al.에 의하면, WNT 신호전달의 분비형 억제제(secreted inhibitor)인 NOTUM 단백질은 줄기세포의 잠재력을 억제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한다.
초파리(Drosophila melanogaster)를 이용한 선행연구에서, Apc 변이를 보유한 세포는 주변의 야생형 세포들의 사멸을 유도함으로써 그들을 압도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참고 6). 그와 대조적으로, 이번에 《Nature》에 실린 세 편의 논문 중에서 "Apc, Kras, Pik3ca 변이를 보유한 세포들에 인접한 야생형 세포들의 세포사멸이 증가했다"라고 보고한 논문은 단 한 편도 없었다.
「NOTUM에 의해 매개되는 WNT 경로 억제(NOTUM-mediated inhibition of the WNT pathway)」는 Van Neerven et al.과 Flanagan et al.이 조사한 야생형 세포에서만 관찰되었고, 변이된 세포에서는 관찰되지 않았다. 그 이유는, Apc의 변이가 NOTUM의 작용부위의 하류(downstream)에서 WNT 경로를 활성화하기 때문이다(참고 7). 즉, Apc 변이를 보유한 세포가 분비한 NOTUM은 변이된 세포 자체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야생형 세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Apc 변이를 보유한 세포들은 이웃 세포들의 분화를 추동함으로써 그들을 제압할 뿐만 아니라, NOTUM에 의해 매개되는 부정적 영향으로부터 보호 받을 수 있다. 연구팀들이 염화리튬(Van Neerven et al.의 경우)이나 NOTUM 억제제(Flanagan et al.의 경우)와 같은 분자들을 이용하여 WNT 경로를 활성화함으로써 '야생형 장(腸)세포'와 'Apc 변이를 보유한 장(腸세포' 사이에 공평한 경쟁의 장(a level playing field)을 조성해 보니, 생쥐의 장(腸)에서 「변이된 Apc에 의해 매개되는 암 형성」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혁신적인 항암요법을 개발할 수 있는 접근방법을 시사한다.
▶ 종합하면, 이번에 《Nature》에 실린 세 편의 논문들은 "악성 장(腸)줄기세포가 이웃 줄기세포들을 「전문화되고 덜 증식하는 세포유형(specialized and less-proliferative cell type)」으로 분화되도록 촉진함으로써, 치열한 소화관 내 경쟁에서 승리하는 메커니즘"을 밝혔다. 백혈병 형성 모델을 이용한 선행연구에서도 "악성 세포들이 염증촉진 사이토카인(pro-inflammatory cytokine) 등의 인자들을 분비함으로써, 경쟁하는 정상 세포의 적합성을 손상하고 악성 세포의 적합성을 향상시킨다"라고 보고한 바 있다(참고 8, 참고 9).
세포들 간의 경쟁은 악성 종양의 진행과 관련된 과정이지만, 조직의 건강을 유지하는 품질관리 메커니즘이기도 하다. 예컨대 배아발생 과정에서, 결함 있는 세포는 건강한 성장을 담보하기 위해 (정상 세포가 분비하는 인자와 관련된 과정을 통해) 제거된다(참고 10). 이러한 현상은 세 편의 논문에서 기술된 메커니즘을 상기시킨다.
세포들 간의 경쟁 과정이 건강과 질병에 영향을 미치는 사례는 이미 많이 보고되었다. 한 연구에 따르면(참고 11), 피부에 발현된 COL17A1 단백질은 기저 줄기세포(basal stem cell)의 분열을 조절한다고 한다. 그런데 세포가 손상되면 COL17A1의 발현이 하향 조절되어, 기저 줄기세포가 성숙한 피부 외곽층 세포로 분화하는 것을 촉진하게 된다. 더욱이 정상 세포는 변이된 세포를 쫓아낸다. 예컨대 정상 상피세포는 암촉진변이를 보유한 세포를 피부층에서 밀어냄으로써, 암의 개시(cancer initiation)를 예방한다(참고 12). 종양 억제 역할을 수행하는 것 말고도, 세포들 간의 경쟁에서 패배한 '루저(loser) 세포'를 효율적으로 인식하여 제거하는 것은 D. melanogaster의 수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참고 13).
결장암의 발병률은 노년기에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NOTUM의 발현도 나이가 증가함에 따라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참고 14). 그렇다면, 이번 연구에서 보고된 과정들이 '노화가 암의 개시를 촉진하는 환경을 창조하는 방법' 중 일부일지도 모른다고 추론할 수 있다. 최근 10년 동안 발표된 수많은 논문들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우리의 피부에는 암촉진 변이를 보유한 세포들이 점점 더 풍부해 진다"라고 기술했다(참고 15). Yum et al., Van Neerven et al., Flanagan et al.이 발표한 논문들이 "그런 세포들이 이웃 줄기세포의 유지를 손상한다"라고 시사한 것을 감안할 때, 그런 전악성 클론(pre-malignant clone)들은 (조직의 유지를 감소시킴으로써) 조직의 노화와 (분화를 촉진하는 힘에 저항하거나 어쩌면 힘을 보태는 암촉진 변이를 선택함으로써) 노인성 암에 기여할 수 있다고 사료된다.
현재 개발되고 있는 암 치료법들은 종종 질병에 대항하는 천연 시스템을 이용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개발자들이 지금껏 주안점을 둬 왔던 전략은 '면역계가 매개하는 방어작용을 촉진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최근 "줄기세포와 조직환경의 측면이 종양의 진행에 중요하다"라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악성 종양의 진화에 불리한) 줄기세포와 조직환경을 촉진하는 중재법이 개발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건강한 조직이 기능부전/악성 세포를 제거하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참고 12), 세 편의 논문은 (악성 세포의 분화촉진 능력을 상쇄함으로써 암을 차단하고, 경쟁하는 정상 세포의 적합성을 향상시키는) 새로운 치료전략의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참고 16).
※ 참고문헌
1. https://doi.org/10.1038%2Fs41586-021-03605-0
2. https://doi.org/10.1038%2Fs41586-021-03558-4
3. https://doi.org/10.1038%2Fs41586-021-03525-z
4. https://doi.org/10.1016%2FS0092-8674%2800%2981333-1
5. https://doi.org/10.1007%2F978-1-4419-1145-2_8
6. https://doi.org/10.1016%2Fj.cub.2015.12.043
7. https://doi.org/10.1016%2Fj.tcb.2018.08.005
8. https://doi.org/10.1016%2Fj.ccell.2015.04.004
9. https://doi.org/10.1016%2Fj.ccr.2011.10.012
10. https://doi.org/10.1016%2Fj.devcel.2013.06.012
11. https://doi.org/10.1038%2Fs41586-019-1085-7
12. https://doi.org/10.1016%2Fj.semcancer.2019.05.011
13. https://doi.org/10.1016%2Fj.cell.2014.12.017
14. https://doi.org/10.1038%2Fs41586-019-1383-0
15. https://doi.org/10.1038%2Fs41568-021-00335-3
16.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21-01379-z
※ 출처:
1. IMBA GmbH https://www.oeaw.ac.at/imba/research-highlights/news/colouring-tumours-reveals-their-bad-influence
2. The Gurdon Institute https://www.gurdon.cam.ac.uk/news/yum-han-simons-intestinal-remodelling
3. Amsterdam UMC https://www.amsterdamumc.org/research/amsterdam-umc/organization/-outcompeting-cancer-neutralizing-the-super-competitiveness-of-mutant-intestinal-stem-cells-.htm
바이오토픽 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
의학약학 양병찬 (2021-06-14)
https://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3317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