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토픽]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전파하는 똑똑한 앵무새들, 문화창조자?
유황앵무(sulphur-crested cockatoo)가 독특한 노란색 볏(yellow crest)과 울음소리를 갖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7월 21일 《Science》에 새로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참고 1), 그들은 쓰레기통 뒤지기(dumpster-diving) 기능 보유자라고 한다. 최근 호주 시드니 교외에 서식하는 유황앵무 중 일부는 가정용 쓰레기통을 열고, 샌드위치·생선뼈·과일 등의 노다지를 발견하는 비법을 스스로 터득했다. 그런데 다른 유황앵무들이 그 기술을 어깨 너머로 배우는 바람에, 그런 행동이 신속히 확산되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다른 지역의 앵무새들이 그 비슷한 방법을 이용하여 깡통 뚜껑을 연다는 것이다. "앵무새가 먹이채취에 관한 하위문화(subculture)를 보유한 것으로 밝혀진 것은 이게 처음이다"라고 논문의 저자들은 말했다.
유황앵무의 쓰레기통 뒤지기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막스플랑크 동물행동연구소(Max Planck Institute of Animal Behavior)의 바버라 클럼프(행동생태학)가 이끄는 연구팀은 호주 시드니의 시민 과학자(citizen scientist)들을 조사했다. 그들은 소셜미디어와 왕립식물원 등의 전자우편 목록을 통해 2018년과 2019년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시드니 거주자들에게 '앵무새들이 쓰레기통 뒤지는 장면을 목격했는지', '만약 목격했다면 때와 장소는 어디인지'를 물었다. 그 결과, 연구팀은 1,300여 명의 거주자들로부터 응답을 받아 지도를 작성했다. "이번 연구에서 작성된 지도는 다른 어떤 시민과학 노력보다도 정확하다"라고 막스플랑크 행동생태학연구소(Max Planck Institute for Evolutionary Anthropology)의 코리나 로간(행동생태학)은 논평했다. "왜냐하면 부정적인 대답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로써 연구의 가치가 크게 높아졌다."
2018년 이전에는 유황앵무의 쓰레기통 뒤지기가 세 교외 지역에서만 보고되었다. 그런데 2019년 말, 그 행동은 거의 500개 지역 중 44개 지역으로 확산되었다. 그리고 그 확산에는 뚜렷한 패턴이 있었으니, 원래의 세 지역 근처에서 시작되어 먼 지역으로 점차 범위가 넓어졌다는 것이다. "이는 새들이 서로 보고 배워, 그 행동이 도시 전체로 확산되었다는 것을 시사한다"라고 클럼프는 말했다. 한 먼 지역에서는 쓰레기통 뒤지기가 자생적으로 생겨났는데, 이는 새로운 앵무새 개체군이 그 전략을 독자적으로 개발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밖에도, 호주의 딴 지역에서 그러한 일화가 보고되었다고 한다.
큰까마귀(raven)만 한 유황앵무의 행동을 더욱 명확히 기술하기 위해, 연구팀은 쓰레기통 뒤지기가 횡행하는 지역에서 486마리의 앵무새를 생포하여 표시를 달았다. 160건의 성공사례를 동영상으로 촬영한 후 면밀히 검토하여, 그들은 몇 가지 공통적인 단계를 발견했다. 첫째, 앞 쓰레기통의 앞 모서리를 부리로 잡는다. 둘째, 경첩을 향해 뒤뚱뒤뚱 걸으며 뚜껑을 살며시 연다. 셋째, 뚜껑을 갑자기 치켜올려 활짝 열고, 쓰레기통 속에서 노다지를 캔다.
개체들은 조금씩 다른 기술을 구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어떤 앵무새는 뚜껑의 손잡이를 잡는 반면, 어떤 앵무새는 뚜껑 자체를 잡았다. 그리고 어떤 앵무새는 부리와 발을 동시에 사용하는 데 반해, 어떤 앵무새는 부리만 사용했다. 지역 간의 거리가 멀어질수록 기술의 차이는 더욱 두드러졌다. "이는 앵무새들이 '쓰레기통을 열 것인지 말 것인지'뿐만 아니라 '여는 방법'까지도 사회적으로 학습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클럼프는 말했다. "그리고 쓰레기통 뒤지기에 대한 지역적 지식(local knowledge)이 전달되어 지역적 하위문화(local subculture)를 창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역문화(또는 방언)는 지금껏 앵무새의 소리에서만 발견되었으며, 먹이채취에서 지역문화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리하여 앵무새는 일부 영장류나 고래와 마찬가지로 「의사소통과 먹이채취 모두에서 문화를 보유한 동물 그룹」에 가입하게 되었다.
"이번 연구결과는 매우 흥미로우며, 연구를 위해 생포하여 표시한 앵무새의 수는 천문학적이었다"라고 로간은 말했다. "야생 개체군에서 문화를 연구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왜냐하면 어떤 혁신(innovation)의 시작과 확산을 추적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튀빙겐 대학교의 클라우디오 테니(인지과학)는, 유황앵무의 문화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내리는 것은 성급하다고 말한다. "이번 연구는 유황앵무가 서로 배운다는 사실을 명쾌하기 보여줬다. 그러나 새가 진짜문화—예컨대 인간의 언어나 요리법—를 보유했음을 증명하려면, 지역적으로 독특한 '뚜껑열기 연속동작(can-opening sequence)'을 하나 이상 확인해야 한다"라고 그는 말했다. 연구팀에 의하면 거리가 멀수록 연속동작의 차이가 커진다고 하지만, 어떤 주어진 기술이 한 지역에 국한된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은 아니다. "이번 논문은 훌륭하지만 완전하지 않다. 유황앵무의 기술은—아직은—인간의 문화와 같은 수준이라고 할 수 없다"라고 그는 덧붙였다(참고 2).
※ 참고문헌
1. https://science.sciencemag.org/content/373/6553/456
2. https://science.sciencemag.org/content/373/6553/456
※ 출처: Max Planck Institute of Animal Behavior https://www.mpg.de/17217291/0718-ornr-clever-cockatoos-learn-through-social-interaction-987453-x
바이오토픽 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
생명과학 양병찬 (2021-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