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토픽] 살아있는 화석, 실러캔스의 새로 밝혀진 비밀: 가임기 60대, 수명 100년
지금껏 고작해야 20년쯤 사는 줄 알고 있었는데, 새로운 방법으로 계산해 보니 거의 1세기 동안 사는 것으로 밝혀졌다.
▶ 한때 멸종된 것으로 여겨졌던, 육기어류(lobe-finned fish)인 실러캔스(coelacanths)는 바닷속 깊은 곳에 사는 거대한 물고기로 알려져 있다. 이제 실러캔스의 새로운 비밀이 밝혀졌다. 6월 17일 《Current Biology》에 실린 논문에서 따르면(참고 1), 실러캔스는 인상적인 몸집 말고도 인상적인 기간—어쩌면 거의 1세기—동안 살 수 있다는 증거가 제시되었다.
이번 연구에서, 연구팀은 자신들이 보유한 최고령(最高齡) 표본의 나이가 84세라는 결론을 내렸다. 관점을 바꿔 말하면, 실러캔스는 느려도 너무 느리게 살아가는 것으로 밝혀졌다. 약 55세의 나이에 성적으로 성숙하며, 임신 기간이 무려 5년이나 된다니 말이다.
"이번에 발견된 것 중에서 가장 중요한 사항은, 실러캔스의 나이가 지금껏 1/5로 과소평가되어 왔다는 것이다"라고 프랑스 블로뉴쉬르메르(Boulogne-sur-mer)에 있는 국립해양개발연구소(IFREMER) 산하 「해협 및 북해어장 연구 유닛(Channel and North Sea Fisheries Research Unit)」의 켈리그 마에는 말했다. "그에 더하여, 우리는 새로운 방식의 연령추정(age estimation)을 통해 실러캔스의 신체성장을 재평가하여 새로운 특성을 발견했다. 즉, 실러캔스는 비슷한 몸집을 가진 해양어류 중에서 가장 느릴 뿐만 아니라, 모든 물고기 중에서 가장 느린 생활사(life-history trait)를 지닌 축에 속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 선행연구들은 소량(12개)의 샘플을 대상으로, 실러캔스의 비늘에 새겨진 일종의 나이테(growth ring)를 직접 관찰하는 방식으로 연령 추정을 시도했다. 그 결과 실러캔스는 20년 이상 살지 못한다는 관념이 형성되었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커다란 몸집을 감안할 때 실러캔스는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어류(the fastest-growing fish)」에 속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러나 지금껏 알려진 실러캔스의 다른 생물학적·생태학적 특징들(예: 느린 대사, 낮은 생식력)—대부분의 심해어류가 그렇듯, 이것은 '느린 생활사'와 '느린 성장속도'를 겸비한 물고기들의 전형적인 특징이다—을 고려하면, 그건 앞뒤가 안 맞는 것처럼 보였다.
이번 연구에서, 마에는 공저자인 브루노 에르난데, 마크 헤르빈과 함께 "프랑스 국립자연사박물관(MNHN: Muséum National d’Histoire Naturelle de Paris)이 '자궁 내 배아'에서부터 '길이 2미터에 달하는 개체'에 이르기까지 세계 최대의 실러캔스 컬렉션을 소장하고 있다"는 사실의 이점을 활용했다. 이번 연구에 사용된 표본은 모두 27개였다. 또한 연구팀은 새로운 방법들—블로뉴쉬르메르에 있는 IFREMER 산하 패각연대학센터(Sclerochronology Centre)가 보유한 편광현미경술과 비늘해석기술(scale interpretation technology) 포함—을 이용하여, 개체의 연령과 신체성장을 선행연구보다 더욱 정밀하게 추정할 수 있었다.
선행연구들은 거대 환상선(macro-circuli)이라는 가시적인 석회화 구조(visible calcified structure)에 주로 의존하여 (나이테를 헤아려 나무의 나이를 측정하는 것과 흡사하게) 실러캔스의 나이를 추정했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비늘에 있는 '훨씬 더 작고, 거의 감지할 수 없는 환상선(環狀線)'을 포착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실러캔스의 나이는 기존에 생각했던 것의 약 5배인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 관찰된 '미세 환상선'들은 실제로 1년에 한 번씩 생기는 반면, 기존에 관찰된 '거대 환상선'들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판명되었다"라고 마에는 말했다. "그리하여 실러캔스의 최대 수명은 기존 수치의 5배, 즉 약 한 세기(a century)인 것으로 추정되었다."
▶ 연구팀이 분석한 두 배아의 나이는 모두 약 5년이었다. '출생 시 크기'에 기반하여 '임신 기간'을 역산하는 성장모델에서, 연구팀은 두 배아의 나이가 동일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 결과를 근거로, 연구팀은 실러캔스의 배아가 모태 안에서 5년 동안 성장·발육한 후 세상에 태어난다고 추론하게 되었다.
"실러캔스는 가장 느린—넘버원은 아닐지라도—생활사를 가진 해양어류 중 하나로, 심해상어나 오렌지 러피(orange roughy)에 필적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마에는 말했다.
연구팀에 의하면, 이번 결과가 실러캔스의 보존 및 미래에 몇 가지 시사점을 던진다고 한다. 참고로 아프리카산 실러캔스의 경우,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발표한 「멸종 위기종 적색목록(Red List of Threatened Species)」에서 "위급(CR: critically endangered)"으로 분류되어 있다.
'느린 생활사'와 '비교적 낮은 생식능력'으로 특징지어지는 장수종(long-lived species)은 대체율(replacement rate)이 매우 낮기 때문에, 자연적/인위적인 충격에 극단적으로 취약하다"라고 마에는 말했다. "따라서 우리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실러캔스는 특이한 생활사 때문에 예상보다 훨씬 더 위급한 지경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은 향후 실러캔스의 비늘에 대한 미세화학분석을 통해, 성장과 온도와의 관계를 밝혀낼 계획이다. 그 결과는 기후변화가 '이 취약한 종'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통찰을 제공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 참고문헌
1. https://www.cell.com/current-biology/fulltext/S0960-9822(21)00752-1
※ 출처: Cell Press News https://scitechdaily.com/coelacanths-enormous-fish-that-live-deep-in-the-ocean-may-live-nearly-a-century/
바이오토픽 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
생명과학 양병찬 (2021-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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