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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사회적 격리와 「확찐자(Quarantine 15)」의 관계, 초파리에서 밝혀져

산포로 2021. 8. 19. 09:51

[바이오토픽] 사회적 격리와 「확찐자(Quarantine 15)」의 관계, 초파리에서 밝혀져

 

초파리는 사회적 동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만성적인 사회적 고립(chronic social isolation)에 직면한 초파리들은 수면 및 섭식 패턴(sleep and feeding pattern)에 장애가 발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연구는, 장기적인 사회적 접촉 부재(prolonged absence of social contact)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데 적합한 모델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Fruit flies are social creatures. But when isolated, they begin to act differently—not unlike a human in quarantine. / ⓒ Wahne Li

COVID-19로 인한 록다운 때문에, 많은 이들의 수면패턴이 교란되고 허리둘레가 늘어났다는 원성이 자자하다. 그 원흉은 아마도 사회적 고립(social isolation)일 것이다. 과학자들은 《Nature》에 실린 논문에서(참고 1), "초파리를 시험관 속에 고립시켰더니, 불과 1주(週) 동안의 사회적 고립을 겪은 후 잠을 덜 자고 먹이를 너무 많이 먹는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보고했다. 그룹으로부터의 만성적인 격리(chronic separation)가 초파리의 유전자발현·신경망·행동을 변화시킨다는 것은, 초파리가 「외로움에 대한 인체의 생물학적 반응」 연구에 사용되는 동물모델이 될 수 있음을 강력히 시사한다.

"초파리(Drosophila melanogaster)는 사회적 고립에 특이적 반응을 보이도록 설계되어 있다"라고 록펠러 대학교의 마이클 W. 영(유전학)은 말했다. "우리는 외로움이 병리학적 결과를 초래하고 뉴런의 부분집합에 일어나는 변화와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함으로써, 그런 뉴런들이 수행하는 역할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외로움의 과학(The science of loneliness)

초파리는 사회적 동물이다. 그들은 무리를 지어 먹이를 구하고 섭식을 하고, 복잡한 교미 의식(mating ritual) 속에서 서로에게 세레나데를 부르고, 미니 복싱경기에서 격렬한 몸싸움을 한다. 그런 다음에는 잠에 곯아떨어진다. 그들의 수면 시간은 하루 16시간인데, 구체적으로 '대낮의 나른한 오수(午睡)'와 '하룻밤의 꿀맛 휴식'으로 구성된다.

이런 이유로, 영의 랩에서 연구하는 리 완허(Wanhe Li)는 「만성적인 사회적 고립의 생물학적 기초(biological underpinning)」를 연구하기 시작했을 때, 군거생활을 하며 잘 연구되어 있는 초파리를 선택했다. "몇 번이고 되풀이하여, 초파리는 우리에게 올바른 방향을 제시했다"라고 영은 말했다. "진화는 아주 오래 전 이 곤충에게 '수많은 복잡성'을 장착했으므로, 우리는 그들의 시스템을 파헤칠 때 종종, 포유류와 인간에게도 나타나는 '뭔가 기본적인 것들'의 조짐을 발견하곤 한다."

"아무런 로드맵이 없을 때, 초파리는 우리의 로드맵이 된다"라고 리는 덧붙였다.

이번 연구를 위해, 리 완허는 먼저 다양한 록다운 조건에 있는 초파리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비교했다. 7일이 지난 후, 다양한 크기의 그룹을 이룬 초파리들은 어떠한 이례적 행동(anomalous behavior)도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집단에서 떨어져 나온 두 마리의 초파리조차 서로에게 만족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한 마리가 외톨이가 되자 사정이 완전히 달라졌다. 그 '외로운 곤충'은 더 '많이' 먹고 '덜' 자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후속연구에서, 외로운 초파리의 뇌에서는 기아(飢餓)와 관련된 일군(一郡)의 유전자들이 다르게 발현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면 그렇지. 이것은 「고립과 과식 간의 관찰된 커넥션(observed connection between isolation and overeating)」을 설명할 수 있는, 매력적인 유전적 기초였다.

다음으로, 리(Li)는 'P2 뉴런(P2 neuron)'으로 알려진 뇌세포의 부분집합이 수면 및 섭식행동의 관찰된 변화에 관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즉, 만성적으로 고립된 초파리의 P2 뉴런을 셧다운시켜 봤더니, 과식을 자제하고 수면패턴을 회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그룹에서 떼어낸 초파리들의 P2 뉴런을 자극했더니, 불과 하루 만에 마치 일주일 내내 외톨이였던 것처럼 과식을 하고 불면증에 시달렸다.

"우리는 초파리로 하여금 '나는 만성적으로 고립되어 있다'고 생각하게 하는 트릭을 개발했다"라고 리는 말했다. "P2 뉴런은 '사회적 고립의 지속기간(duration)'이나 '외로움의 강도(intensiveness)'를 지각(perception)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마치 초파리가 얼마나 오랫동안 혼자였는지를 헤아리는 타이머처럼 말이다."

영의 랩에서는 많은 공을 들여 이상과 같은 관찰들을 확인했다. 그들은 불면증 파리(insomniac fly)를 만들어, 수면부족이 과식의 직접적 원인이 아님을 확인했다. 또한 집단적으로 사육된 초파리(group-reared fly)들을 대상으로 'P2 뉴런이 사회화된 초파리(socialized fly)에게 과식과 수면부족을 초래하는지' 테스트 해 본 결과,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궁극적으로, 그들은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P2 뉴런의 활성화'과 '사회적 고립'이라는 콤비블로가 초파리로 하여금 잠을 잊고 과식을 시작하게 만든다."

 

☞ 고립이 초파리에게 미치는 영향 (참고 2)

a. 초파리는 전형적으로 무리를 지어 산다.

b. 록펠러 대학교의 연구팀은 《Nature》에 실린 논문에서(참고 1), 초파리들이 급성적으로(하루 동안)  고립되었을 때 잠을 더 자고 먹이 섭취량이 약간 늘었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만성적으로(7일 동안) 고립되었을 때는, 집단적으로 사육된 초파리들보다 잠을 덜 자고 유의미하게 많은 먹이를 먹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후속연구에서, 연구팀은 급성적으로 고립된 초파리의 뇌 윗부분에 있는 P2 뉴런(P2 neuron)이라는 신경세포군(群)을 인위적으로 활성화함으로써 (만성적으로 고립된 초파리에서 관찰된) 행동변화를 초래할 수 있었다. P2 뉴런은 초파리의 뇌 한복판에 있는 '팬 모양체(fan-shaped-body)'에 가지를 뻗치고, 여기서 다른 뉴런들이 섭식과 수면을 제어한다(그림에는 표시되지 않았다).

이상의 연구결과를 종합하면, 사회적 고립은 P2 뉴런의 활성을 증가시키며, 활성화된 P2 뉴런은 고립이 지속되는 동안 시간경과에 따라 행동변화를 초래하는 것으로 보인다.

 

"확찐자(Quarantine 15)" 해명 ?

과학자들은 많은 사회적 동물들—초파리에서부터 인간에 이르기까지—이 고립되었을 때 '더 많이' 먹고 '더 조금' 자는 현상을 관찰해 왔다. 그러나 그 이유는 불분명하다. 영에 의하면, 한 가지 가능성은 "사회적 고립이, 미래가 얼마나 불확실한가(degree of uncertainty about the future)에 대한 시그널이다"이라는 것이다. 험난한 시기에 대비하려면 가능한 한 신경을 곤두세우고 깨어 있어야 하며, 먹이가 눈에 띌 때마다 먹어 둬야 한다.

이번 연구가 "COVID-19로 인한 록다운이 사람들로 하여금, 초파리와 동일한 메커니즘을 통해  더 먹고 덜 자게 만들었다"라는 설(說)을 확증했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리와 영이 초파리를 대상으로 만성적 고립에 반응하는 뉴런과 유전자(neurons and genes responding to chronic isolation)를 찾아냈으므로, 미래의 연구자들은 실험동물들—궁극적으로 인간—의 외로움·과식·불면증 사이에서 그에 상응하는 연관성을 연구할 수 있게 되었다.

"많은 임상연구들은, 상당수의 미국 성인들은 지난 1년 내내 COVID-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유의미한 체중증가—일명 '확찐자(Quarantine 15)'—와 불면증을 초래했음을 시사한다"라고 영은 말했다. "우리의 착은 초파리들이 동일한 생물학적 이유 때문에 '팬데믹 상황하의 인간행동'을 시뮬레이션 한다는 설명은 충분히 납득할 만하다."

 

※ 참고문헌
1.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1-03837-0
2.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21-02194-2

※ 출처: The Rockefeller University https://www.rockefeller.edu/news/30860-lonely-flies-like-many-humans-eat-sleep-less/

바이오토픽 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

 

생명과학 양병찬 (2021-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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