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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볼바키아(Wolbachia)로 무장한 모기, 뎅기열 감염과 병원입원 확 줄여

산포로 2021. 6. 11. 13:53

[바이오토픽] 볼바키아(Wolbachia)로 무장한 모기, 뎅기열 감염과 병원입원 확 줄여

 

ⓒ NEJM (참고 1)

▶ 세균으로 무장한 모기(bacteria-armed mosquito)로 뎅기열(dengue fever)과 싸우려는 전략이, 지금껏 가장 엄격한 시험(대규모·무작위·대조 시험)을 통과했다. 연구자들은 6월 9일, "모기가 방출된 인도네시아의 한 지역에서 뎅기 바이러스 감염과 병원입원이 극적으로 감소했다"라고 보고했다. 연구팀은 세계보건구기(WHO)가 이 접근방법을 광범위한 용도로 사용하라고 공식 권고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번 결과는 획기적이다. 이로써 그 접근방법(전략)은 '뎅기열을 통제하는 공식 전략'에 훨씬 더 가까이 다가갔다"라고 리버풀 대학교의 에바 흐로스테크(감염생물학)는 논평했다. 뎅기열은 고열과 심각한 관절통을 초래할 수 있는데, WHO의 추정에 따르면, 매년 1억 ~ 4억 건의 뎅기열 감염이 발생한다.

볼바키아 피피엔티스(Wolbachia pipientis)는 많은 곤충에 기생하는 세균이지만, 뎅기열의 주요 전파자인 이집트숲모기(Aedes aegypti)는 예외다. 볼바키아는 A. aegypti의 몸속에서 바이러스(뎅기 바이러스 포함)의 복제를 차단함으로써, 그 모기가 사람을 깨물 때 질병을 옮길 가능성을 줄여 줄 수 있다. 따라서 '볼바키아에 (인위적으로) 감염된 모기'는 뎅기열과 싸우는 유망한 전략으로 떠올랐다. 모기매개바이러스(mosquito-borne virus)가 흔한 열대지방에서, 다른 전략들(예: 살충제)은 뎅기열을 완전히 통제하는 데 번번이 실패해 왔다.

몇몇 선행연구에서, 볼바키아에 감염된 모기(Wolbachia-infected mosquito)가 방출된 지역은 그렇지 않은 지역이나 역사적인 감염률에 비해 뎅기열 발병률이 감소한 것으로 밝혀졌다(참고 2, 한글번역). 그러나 "지구촌 과학계에서는 확고한 증거를 원했는데, 그건 바로 무작위 시험이었다"라고 이번 연구를 수행한 호주 모나시 대학교의 감염병 연구자 겸 세계모기프로그램(WMP: World Mosquito Program)이라는 비영리 단체의 연구자인 캐머런 시몬스는 말했다.

▶ 그 확고한 임상시험을 위해, 모나시 대학교와 런던위생열대대학원(LSHTM: The London School of Hygiene & Tropical Medicine) 등의 연구자들로 구성된 연구팀은 26제곱킬로미터에 달하는 인도네시아 요기야카르타(Yogyakarta) 시가지—약 30만 명이 거주하는 도시지역—를 24개 클러스터로 나눴다. 그리고 그중 12개 클러스터에, 연구팀은 '볼바키아에 감염된 모기의 알'이 담긴 용기(容器)들을 18~28주 동안 2주에 한 번씩 놓아 두었다. 볼바키아는 궁극적으로 해당 지역의 모기 개체군에 확산되었다. 그리하여 모기 방출이 시작된 지 10개월 후, 처리된(모기알이 담긴 용기를 놓아 둔) 클러스터의 모기들 중에서 볼바키아에 감염된 모기의 비율은 크게(80% 이상) 증가했다.

다음으로, 연구팀은 요기야카르타의 1차의료기관을 방문한 열병 환자들을 모집하여 분석했다. 그 결과 '시험(처리된) 클러스터'에 거주하는 환자들 중에서 2.3%가 뎅기 바이러스 양성판정을 받은 데 반해, '대조(처리되지 않은) 클러스터'에 거주하는 환자들 중에서는 9.4%가 양성판정을 받아 그 차이는 77%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상의 연구결과를 6월 9일 《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NEJM)》에 발표했다(참고 1). 감염이 감소한 것—WMP는 2020년 8월에도 그런 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참고 3)—외에도, 시험 참가자들의 병원입원이 8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 볼바키아의 성공 비결: (사람을 깨무는) 암모기를 집중 공략

이집트숲모기(Aedes aegypti)를 천연세균인 볼바키아(Wolbachia)에 감염시키면, '인간에게 뎅기열을 옮기는 능력'을 차단할 수 있다. 모기에 장착된 채 방출된 볼바키아는 짝짓기를 통해 야생의 수모기와 암모기에게 모두 퍼져나가는데, (볼바키아에 감염되지 않은 암컷) 야생형 암컷이 '볼바키아에 감염된 수컷'과 짝짓기할 경우, 그들이 낳은 알은 부화되지 않는다(cytoplasmic incompatibility). 그리고 볼바키아는 뎅기 바이러스의 복제를 차단하므로, 볼바키아에 감염된 암모기에게 물려도 뎅기열에 걸리지 않는다.

 

ⓒ Scientific American

"이건 정말로 대단하다"라고 시몬스는 말했다. "병원입원이 감소했다니 ... 보건의료 시스템의 주름살이 활짝 펴진 것이다."
흐로스테크는 이번 연구의 또 다른 세부사항을 고무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첫째로, wMel로 알려진 볼바키아 계열은 사람을 감염시키는 4가지 뎅기 바이러스 아형(亞型) 모두에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밝혀졌다. 둘째로, 컴퓨터 모델링 결과, 볼바키아에 감염된 모기에 많이 노출될수록뎅기 바이러스 감염의 위험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셋째로, 이번 시험이 진행되는 동안 볼바키아 감염은 시험 클러스터에서 대조 클러스터로 서서히 확산된 것으로 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시험이 끝난 후인 2021년 1월, WMP는 뎅기열을 더욱 줄이거나 뿌리뽑기 위해 그 지역에 볼바키아에 감염된 모기를 방출했다.

▶ WMP는 2020년 12월에 관련 데이터를 WHO 자문위원회에 제출했고, WHO는 이제 볼바키아 모기(볼바키아에 감염된 모기)를 뎅기열 통제수단으로 권장하는 서한을 작성하고 있다. 또한 WMP는 WHO에 사전심사(prequalification)를 요청했는데, 그 심사를 통과하면그 향후에 볼바키아 모기를 방출할 때 UN 산하기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시몬스에 의하면, 이번 접근방법의 단가(한 사람의 감염을 예방하는 데 드는 비용)은 이미 10달러 미만이지만, UN 산하기관의 지원을 받아 1달러 미만으로 낮추는 게 목표라고 한다(참고 4).

그럼에도 불구하고, WMP의 전신(predecessor)과 요기야카르타에서 초기 시험을 수행했던 호주 멜버른 대학교의 에리 호프먼(생물학)은 "시험지역에서 '볼바키아의 수준'과 '뎅기열의 발병률'를 계속 모니터링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지적한다. 일부 선행시험 지역에서, 볼바키아의 수준은 10년간 높은 수준으로 유지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호프먼의 지적에 따르면, 모기나 세균이나 바이러스의 유전체가 진화하여, 궁극적으로 볼바키아가 제공하는 예방효과가 감소할 수 있다고 한다. "이것은 대단한 기술이지만, 우리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라고 그는 말했다.

 

※ 참고문헌
1. https://www.nejm.org/doi/full/10.1056/NEJMoa2030243
2. https://www.sciencemag.org/news/2019/11/mosquitoes-armed-bacteria-beat-back-dengue-virus (한글번역 https://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311249&SOURCE=6)
3. https://www.worldmosquitoprogram.org/en/news-stories/media-releases/world-mosquito-programs-wolbachia-method-dramatically-reduces-dengue
4. https://www.sciencemag.org/news/2021/06/mosquitoes-armed-virus-fighting-bacteria-sharply-curb-dengue-infections

※ 출처:
1. Monash University https://www.monash.edu/news/articles/wolbachia-dramatically-reduces-dengue-cases
2. The London School of Hygiene & Tropical Medicine https://www.lshtm.ac.uk/newsevents/news/2021/wolbachia-method-shown-significantly-reduce-dengue-cases-and-hospitalisations

바이오토픽 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

 

의학약학 양병찬 (2021-06-11)
https://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331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