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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변이 프로파일을 들여다보면 세포의 역사가 보인다

산포로 2021. 9. 8. 11:02

[바이오토픽] 변이 프로파일을 들여다보면 세포의 역사가 보인다

 

KAIST/경북대 의대의 연구에서 관찰된 인간 배아발생 과정 / ⓒ KAIST

▶ 인체는 수조(兆) 개의 세포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세포들은 상이한 기관계(organ system)의 구성원으로서 수많은 과제를 수행한다. 모든 세포들은 수정란의 후손이며, 수정란은 배아발생 기간 동안 거듭된 세포분열을 통해 수많은 후손들을 만들어 낸다. 세포들은 그 이후에도 계속 분열함으로써 세포사멸(cell death)을 보상하고 지속적인 조직기능(tissue function)을 보장한다. 체세포들 간의 혈연관계(ancestral relation)는 우리에게 그들의 '분열 및 이동의 역사'에 관한 정보를 제공한다. 지난 8월 25일 《Nature》에 실린 논문에서, Park et al.(KAIST 의과학대학원 주영석 교수, 경북대 의대 해부학교실 오지원 교수; 참고 1), Coorens et al.(웰컴 생어 연구소; 참고 2), Li et al.(베이징대학 생명과학 학원; 참고 3), Moore et al.(웰컴생어 연구소; 참고 4)은 인체의 다양한 부위에 상주하는 세포들의 계열관계(lineage relationship)를 밝혀냄으로써 인간의 배아발생과 조직유지(tissue maintenance)에 대한 통찰을 제공했다.

4건의 연구를 포괄하는 공통원리는 '유전체 내의 변이를 계열 추적(lineage tracing)의 표지자로 이용한다'는 것이다. 세포는 일생 동안 지속적으로 무작위 변이를 획득하여, 모든 후손들에게 영구적인 태그(permanent tag)로서 물려준다. 따라서 한 세포의 변이 프로파일(mutation profile)은 수정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계보를 코딩하는 지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인체의 상이한 부위에 존재하는 세포들의 유전체를 시퀀싱함으로써, 계열관계를 결정하고 세포의 족보(family tree)를 구성하며, 세포의 기원(provenance)와 과거행동에 대한 후향적 검토(retrospective view)가 가능하게 된다.

▶ 4건의 연구는 이상과 같은 공통원리의 매혹적인 적용 사례를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먼저, Park et al.(참고 1)과 Coorens et al.(참고 2)는 인간 배아발생의 최초단계를 해명했다. 그들은 최근 사망한 성인들에게서 채취한 조직에서 개별세포의 변이 프로파일을 추론한 다음, 그것에 기반하여 세포들 간의 관계를 가시화하는 세포 계통수(cell-lineage tree)를 구성했다. 그러한 계통수의 분지점(branching point)은 과거에 존재했던 세포들을 나타내고, 최초의 배아세포 세대들을 매우 디테일하게 규명할 수 있다(아래 그림의 a).

 

☞ 평생 동안 사람의 세포 족보 추적하기

a. 변이는 수정란에서 탄생한 세포들에게 영구적인 꼬리표를 붙인다. Park et al.과 Coorens et al.은 변이를 이용하여 배아발생기간을 포괄하는 세포의 역사를 해독했다. 그들에 의하면, 발생 초기에 탄생한 상이한 계열들(각각 다른 색깔로 칠해져 있음)이 성체의 조직에 제각기 다르게 기여한다고 한다.
b. Li et al.과 Moore et al.은 변이를 이용하여, 만년(晩年)에 조직이 정상적으로 유지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세포의 동역학(ellular dynamics)을 분석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을 발견했다.

① 자가재생하는 조직(self-renewing tissue)의 경우, 특정 유전자에 변이를 보유한 세포들은 경쟁적 우위(competitive advantage)를 이용하여, 조직의 제약조건 내에서 불균형적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게 된다.  추가적인 변이가 일어나는 경우—초기변이와 결합되거나 별도로—불완전하게 이해된 메커니즘을 통해 암(보라색 세포)으로 이어질 수 있다.

② 자가갱신을 하지 않는 조직(예: 뇌)의 경우, 경쟁적 우위를 제공하는 변이가 일어날 수 있지만, 세포의 행동을 극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확산이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선행연구들과 마찬가지로(참고 5, 참고 6, 참고 7), Park et al.과 Coorens et al.은 "최초의 '식별 가능한 계열(discernible lineage)' 2개—수정란의 첫 번째 분열에서 탄생한 2개의 세포일 가능성이 높다—가 인체의 조직에 각각 다르게 기여한다"라는 사실을 관찰했다. 이 관찰은 초기 발생과정에서 일어나는 세포운명 결정(cell-fate decision)의 확률적 성격(stohastic nature)을 강조한다. 더욱이, 최초에 탄생한 8개의 세포들 중에서 단 3개만이 배아를 탄생시키는 데 반해, 나머지 세포들은 그 세포들에서 분리되어 배아 외부의 다른 조직들(예: 태반)을 형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Park et al.과 Coorens et al.은 "변이율이 비교적 높아, 최초에 몇 번의 세포분열이 일어나는 동안 한 세대당 2.4개의 변이가 일어난다"라는 사실을 관찰했다. 얼마 후 변이율은 상당히 하락하는데, 그 시기는 세포들이 '더욱 성숙한 DNA 수리 메커니즘(DNA-repair mechanism)'을 활성화하는 때와 거의 일치한다.

초기배아의 세포들은 광범위하게 섞이므로, 물리적 근접성(physical proximity)이 반드시 근연성(relatedness)을 시사하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Park et al.은 "인접한 연결조직 세포들이 '최초의 배아분열 때 격리된 계열'에서 파생할 수 있다"라는 사실을 관찰했다. 그러나 3세대 이후에 생겨난 계열 중 일부는 외배엽(ectoderm)의 한 세포층에서 파생한 조직 속에 풍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6~9 세대에 생겨난 변이는 특정 조직에 풍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컨대, '더 많은 조직'의 '더 많은 세포'들을 분석하려면 15세대 이후에 일어난 발생사건(developmental event)들을 해명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이 정도의 분석만으로도 '미래에 일어날 일'을 웬만큼 맛볼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 Li et al.(참고 3)과 Moore et al.(참고 4)은 "변이가 만년(晩年)의 생물학과 조직진화에 대해 중요한 통찰을 제공할 수 있다"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이를 위해, 저자들은 상이한 조직에서 떼어낸 소규모 세포군(群)의 유전체를 시퀀싱하여, 변이의 풍부성과 다양성을 검토했다.

그 결과 Moore et al.은 "현미경으로 볼 수 있는 '알려진 조직 구조'들 중 상당수(예: 소장과 대장 내벽의 주름)가 유전적으로 유사한 세포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세포들은 모두 하나의 '최근 공통조상(recent common ancestor)'—조직에 상주하는 줄기세포—의 후손이다"라는 사실을 관찰했다. 그와 대조적으로, 자가재생(self-renewal)을 하지 않는 조직들(예: 근육과 뇌)은 전형적으로 '유전적으로 상이한 세포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최근 공통조상을 보유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To be Continued...)

 

※ 참고
1. https://doi.org/10.1038%2Fs41586-021-03786-8
2. https://doi.org/10.1038%2Fs41586-021-03790-y
3. https://doi.org/10.1038%2Fs41586-021-03836-1
4. https://doi.org/10.1038%2Fs41586-021-03822-7
5. https://doi.org/10.1126%2Fscience.abe1544
6. https://doi.org/10.1038%2Fnature21703
7. https://doi.org/10.1038%2Fs41586-021-03548-6

※ 출처:
1. Nature News & Views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21-02269-0 (https://media.nature.com/original/magazine-assets/d41586-021-02269-0/d41586-021-02269-0.pdf)
2. KAIST https://news.kaist.ac.kr/news/html/news/?mode=V&mng_no=15790
3. 北京大学生命科学学院 http://www.bio.pku.edu.cn/enhomes/news_cont/8/618.html
4. Wellcome Sanger Institute https://www.sanger.ac.uk/news_item/researchers-discover-individual-variation-in-how-our-bodies-develop-and-acquire-mutations/

바이오토픽 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

 

생명과학 양병찬 (2021-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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