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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미주신경 자극으로 뇌전증과 우울증 등을 치료한다

산포로 2021. 6. 23. 13:57

[바이오토픽] 미주신경 자극으로 뇌전증과 우울증 등을 치료한다

 

Vagus nerve distribution / ⓒ Massachusetts General Hospital (참고 1)

뚜렷한 이유 없이 잔뜩 긴장하거나 가슴이 두근거린 경험이 있나? 그런 추상적인 경험을 흔히 "육감(gut feeling)"이라고 하는데, 몸속에 실제로 존재하는 미주신경(vagus nerve)과 관련됐을 가능성이 높다. 미주신경은 뇌(腦)와 장기(visceral organ)—심장, 후두(larynx), 장(腸) 등—를 연결한다(참고 2).

시각(視覺) 등의 감각은 우리를 외부세계와 연결해 주지만, 미주신경 등의 신경과 호르몬은 체내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뇌에게 알려준다. 과학자들의 추정에 따르면 10만 개 이상의 신경섬유들이 미주신경계를 구성하며, 뇌와 장기 사이에 일종의 양방향 슈퍼하이웨이(two-way superhighway)를 형성함으로써 지속적인 정보를 전달한다고 한다. 포만감, 기침, 가슴뜀과 관련된 정보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며, 미주신경은 '소화를 시작하라'거나 '심장박동을 늦추라'는 신호를 뇌에 전달하기도 한다.

전신에 분포한 가느다랗고 비비 꼬인 신경의 가지들을 추적하기는 매우 어렵다. 생쥐의 뇌 연결성(brain mapping)을 매핑하기 위해 사용되는 기법이 있지만, 전신에서는 뇌에서만큼 잘 작동하지 않는다. 그러나 새로운 기법이 개발되어, 과학자들로 하여금 이 종잡을 수 없는 경로(wandering path)를 추적하도록 도와준다. 그것은 "미주신경의 영역은 과학자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넓을지도 모른다"라고 암시한다. 예컨대 기억과 감정에 관여하는 뇌 영역에까지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참고 3).

한 가지 방법은, 바이러스를 이용하여 미주신경망을 탐지하는 것이다. 광견병 바이러스(rabies virus)는 숙주를 감염시키기 위해 이 신경에서 저 신경으로 도약하며, 강행군을 거듭한 끝에 결국에는 뇌에 도착한다. 과학자들은 시궁쥐를 이용한 연구에서, 유전적으로 변형된 '반짝이는 바이러스'를 이용하여 미주신경 경로를 추적했다.

그 결과 방대한 심신신경망(mind-body neural web)이 드러났는데, 과학자들은 이 방법을 이용하여 "위(胃)와 '감정을 조절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뇌 영역'이 연결되어 있다"라는 사실을 발견했다(참고 4). 또 한 건의 연구에서는, 시궁쥐의 위와 해마(기억을 담당하는 영역)를 연결하는 경로가 발견되었다. 연구진이 그 경로에 있는 미주신경을 절단했더니, 시궁쥐는 일종의 기억을 더 이상 형성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참고 5).

이제 새로운 신경망 지도가 작성되었으므로, 연구자들은 미주신경자극술(VNS: vagus nerve stimulation)을 이용해 (크론병과 류마티스 관절염에서부터, 알츠하이머병과 심부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질병을 치료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FDA는 이미 뇌전증(epilepsy)과 우울증 치료를 위한 이식물(미주신경자극장치)을 승인했다(참고 6).

한편 과학자들은 덜 침습적인 「경피 귀 미주신경자극술(taVNS: transcutaneous auricular VNS)」이라는 방법의 안전성과 효능을 테스트하고 있다. 미주신경의 일부가 귀와 연결되어 있으므로, 연구자들은 (전기신호를 신경에 전달하는) 이어폰 모양의 장치를 이용하여 그 부분을 자극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taVNS를 이용해 PTSD에서부터 파킨슨병을 치료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현재 100여 건의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Mechanisms for auricular non-invasive VNS / ⓒ Massachusetts General Hospital (참고 1)

미주신경 연구가 우리의 삶을 바꿀 수 있을까? 시간이 말해 주겠지만, 최소한 VNS가 "육감(gut feeling)"이라는 구(句)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 것만은 분명하다.

 

※ 참고문헌
1. https://cnl-sd.mgh.harvard.edu/?page_id=53
2. https://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297953&SOURCE=6
3. https://www.sciencemag.org/news/2021/06/newly-detailed-nerve-links-between-brain-and-other-organs-shape-thoughts-memories-and
4. https://www.pnas.org/content/117/23/13078
5. https://www.nature.com/articles/s41467-018-04639-1
6. https://www.aans.org/en/Patients/Neurosurgical-Conditions-and-Treatments/Vagus-Nerve-Stimulation

※ 출처: American Association of Neurological Surgeons https://www.aans.org/en/Patients/Neurosurgical-Conditions-and-Treatments/Vagus-Nerve-Stimulation

바이오토픽 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

 

의학약학 양병찬 (2021-06-23)
https://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3320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