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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무암장수(cancer-free longevity)의 비결, 랍스터에게 배운다

산포로 2021. 6. 30. 14:43

[바이오토픽] 무암장수(cancer-free longevity)의 비결, 랍스터에게 배운다

 

그저 먹는 데만 정신이 팔려 잘 모르고 살겠지만, 대부분의 랍스터는 암에 걸리지 않고 오래 산다. 새로 시퀀싱된 미국랍스터의 유전체 덕분에, 무암장수(cancer-free longevity)의 비결을 알아낼 수 있는 길이 열렸다.

 

A new readout of the American lobster genome could help explain why the long-lived crustaceans age gracefully. / ⓒ JENNIFER POLINSKI GMGI

미국의 시인 사무엘 울만(1840_1924)은 『청춘(Youth)』이라는 유명한 시(詩)에서 "세월이 흐른다고 늙는 게 아니라, 이상을 잃어버릴 때 늙는 것이라네"라고 하며, "비록 여든 살이라도 죽을 때까지 청춘"이라고 외친 적이 있다. 그러나 그가 말한 청춘은 '육신의 청춘'이 아니라 '마음만 청춘'이었으므로, 어떤 의미에서 진정한 청춘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자연계에는 ‘영육(靈肉)의 강건함’을 늘 유지하는 명실상부한 청춘이 있다.

미국바닷가재(American lobster)는 바다 밑바닥에 서식하는 갑각류로, 야생에서 최대 100년까지 산다. 게다가 그들은 나이가 들어도 쇠약해지지 않으며, 암에도 걸리지 않는다.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그들이 무병장수(無病長壽)하는 비결을 궁금히 여겨 왔다. 이제 연구자들은 바닷가재 유전체지도의 최고품질 초안(the first high-quality draft)을 발표했다. 그것은 바닷가재의 면역계와 유전체 안정성(genomic stability)에 대한 놀라운 통찰을 제공함으로써, 언젠가 노화—바닷가재뿐만 아니라 인간까지도—의 근본적 의문을 해결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바닷가재는 우리와 매우 다르다"라고 노바사우스이스턴 대학교의 호세 로페스(분자유전생물학)는 논평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외견상 먼 친척뻘 동물'과 많은 상동유전자(homologous gene)를 공유하고 있다." 로페스는 이번 연구를 "기념비적 노력"이라고 부른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바닷가재의 유전체 길이가 인간보다 훨씬 더 길수도 있다는 것이다.

고급 와인이나 특정한 할리우드 배우처럼, 미국바닷가재(학명: Homarus americanus)는 나이가 들수록 진가를 발휘한다. 그들은 나이가 들어도 기력이 떨어지지 않고, 커다란 대사변화를 경험하지 않으며, 생식능력을 상실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또한 그들은 평생 동안 계속 성장한다. 그리고 약 40%의 인간은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 암(癌)으로 진단받지만, 2008년 발표된 한 문헌연구에 따르면(참고 1) "최근 60여 년 동안의 연구에서 암에 걸린 미국바닷가재는 딱 한 마리가 발견되었다"라고 한다.

무암장수(cancer-free longevity)의 비밀이 유전체에 숨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미국 글로스터 해양 유전체학 연구소(GMGI: Gloucester Marine Genomics Institute)의 연구팀은 2015년 미국바닷가재의 전장유전체를 시퀸싱하는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그러나 2017년, 프로젝트의 진척률은 50%에도 미치지 못했다. 표준적인 "짧게 읽기(short-read)" 기술을 사용하는 바람에,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표본이 '매우 작은 단편(very small fragment)'에 한정되었기 때문이다. 두 명의 GMGI 연구자—생화학자 안드레아 보드나르와 해양생물학자 제니퍼 폴린스키—는 신형 "길게 읽기(long-read)" 기술을 이용하여 잔여 프로젝트를 수행하자고 강력히 주장했다. 그러나 기술적인 관점에서, 그것은 전체를 다시 분석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건 처음부터 다시 하는 것과 거의 마찬가지였다"라고 보드나르는 말했다.

끈질긴 노력이 마침내 성과를 거둬, 2019년 GMGI 연구팀은 전장유전체의 72%—이것은 역사상 가장 높은 비율이다—로 추정되는 부분을 시퀀싱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었다. 연구팀은 캐나다, 러시아의 연구팀과 함께 본격적인 분석 작업에 착수하여, 그 결과를 6월 23일 《Science Advances》에 발표했다(참고 2). 7가지 다른 해양 무척추동물의 유전체와 비교분석한 결과 바닷가재의 특징이 수십 가지 발견되었는데, 그 주요 내용은 '뉴런의 기능, 면역, 유전체 보전(genome integrity), 세포의 생존과 관련된 유전자 그룹들이 풍부하거나 확장되었다'는 것이다.

예컨대, 연구팀은 광범위한 「리간드 관문이온통로(ligand-gated ion channel)」—세포막을 통과하는 이온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단백질—를 코딩하는 유전자들을 발견했고, 심지어 새로운 유형의 통로를 발견하기도 했다. 이온통로는 뉴런의 발화에서부터 면역세포의 외래물질 인식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생리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새로운 이온통로는 전형적으로 면역세포와 신경계에서 발견되었는데, 이는 독특한 신경면역 상호작용(neuroimmune interaction)이 미국바닷가재의 질병에 대한 저항성에 기여한다는 것을 시사한다"라고 보드나르는 말했다.

연구팀을 놀라게 한 것은, '포유동물 및 초파리와 비교한 결과, 바닷가재는 프로그램화된 세포사멸(PCD: programmed cell death)을 활성화하는 유전자가 더 적은 것으로 밝혀졌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동물에서, PCD는 종양을 억제하고 병에 걸린 세포들을 제거한다. "바닷가재는 암에 거의 안 걸리므로, 우리는 PCD의 활성화에 기여하는 유전자들이 많이 발견될 거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웬 걸. 우리는 PCD를 억제하는 유전자들을 더 많이 발견했다. 이는 바닷가재가 다른 전략을 이용하여 종양의 증식을 억제한다는 것을 시사한다"라고 폴린스키는 말했다.

보드나르에 의하면, 바닷가재가 사실상 암에서 해방된 메커니즘을 밝히려면—그리고, 그것을 이용하여 사람을 암에서 구원하려면—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한다. "사람은 이미 놀라울 정도로 긴 수명을 갖고 있다. 인간생물학의 문제는, 수명의 많은 부분을 쇠퇴에 할애한다는 것이다. 특히, 인간은 나이가 들수록 질병과 사망의 빈도가 증가한다"라고 그녀는 말했다. 그녀의 바람은, 바닷가재의 유전체에서 얻은 통찰이 궁극적으로 신약개발이나 '대사가 노화 과정에서 수행하는 역할 이해'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런 날이 올 때까지, 폴린스키는 바닷가재의 유전체를 즉각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바닷가재는 수온에 매우 민감하다"라고 그녀는 말했다. 북아메리카의 해수온도가 상승함에 따라 미국과 캐나다 동해안에 서식하는 바닷가재들이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뉴잉글랜드 남부의 바닷가재 어장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 "바닷가재가 '기후변화의 압력'에 반응하는 메커니즘을 더 잘 이해하면, 향후 수년 동안 '바닷가재의 이동'과 '그로 인한 개체군 구조의 변화'를 예측할 수 있다. 또한 어장 관리자들에게 자신들의 미래를 예측하는 도구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라고 그녀는 덧붙였다.

 

※ 참고문헌
1. https://pubmed.ncbi.nlm.nih.gov/18823008/
2. https://advances.sciencemag.org/content/7/26/eabe8290

※ 출처: Gloucester Marine Genomics Institute https://gmgi.org/news/gmgi-news-and-announcements/press-releases/press-release-cracking-the-american-lobster-genome/

 

바이오토픽 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

 

생명과학 양병찬 (2021-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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