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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마침내 밝혀진 새(鳥)의 자기수용(magnetoreception) 메커니즘: 양자 나침반(quantum compass)

산포로 2021. 7. 8. 10:33

[바이오토픽] 마침내 밝혀진 새(鳥)의 자기수용(magnetoreception) 메커니즘: 양자 나침반(quantum compass)

 

Left: The cover of Nature published on 24 June 2021; Right upper: Structural homology model of robin CRY4 showing the flavin group of the FAD chromophore, the Trp-tetrad (left) and Photoreduction of robin Cry4 showing the formation and stabilization of light-induced radicals (right); Right bottom: Reaction scheme and simulated magnetic field effects for robin CRY4. (Image by XIE Can) / Heifei Institutes of Physical Science (참고 1)

지난 수십 년 동안, 연구자들은 '간단한 문제'에 대한 '복잡한 해답'을 찾으려고 노력해 왔다. 새들은 어떻게 길을 찾는 것일까?

"우리는 눈을 이용해 사물을 보고, 귀를 이용해 소리를 듣는다. 그러나 우리가 알기로, 우리 몸에 자기수용(magnetoreception)에 관여하는 기관은 없다. 그건 완전한 미스터리다"라고 스웨덴 룬드 대학교의 에리크 바란트는 말했다. "나는 내가 새의 몸 안에서 진행되는 양자역학 메커니즘(quantum mechanical mechanism)을 연구하게 되리라고 전혀 생각해 보지 않았다"라고 독일 올덴부르크 대학교의 헨리크 모리센은 말했다.

양자물리학(quantum physics)은 새들을 어떻게 안내하는 것일까?

"감각생물학(sensory biology)의 최대 미스터리 중 하나는 '동물이 지구의 자기장(magnetic field)을 감지하여 길찾기에 이용하는 메커니즘'이다"라고 에리크는 말했다. 연구자들은 몇몇 동물들이 지구의 자기장을 감지하여 네비게이션에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생물학자들은 오랫동안 '유럽울새(European Robin)와 같은 새들이 매우 약한 장(場)을 어떻게 탐지하는가?'라는 문제를 놓고 전전긍긍해 왔다. "그것은 우리가 사실상 아는 게 없는 마지막 감각이다"라고 에리크는 말했다. "그 비밀이야말로 감각생물학의 가장 위대한 성배(Holy Grail)라고 나는 생각한다."

비록 해답은 베일에 가려져 있지만, 연구자들은 (미스터리를 해결할 것으로 기대되는) 몇 가지 가설을 제시했다. "지금으로부터 40여 년 전인 1970년대 말에, 한 물리학자가 '동물들이 사용하는 하나의 광감지분자(light sensitive molecule)를 이용하여 지구의 자기장을 감지할 것'이라는 아이디어를 처음 생각해 냈다"라고 에리크는 말했다. 그 이론에 따르면, 동물들은 '라디칼쌍(radical pairs)'이라는 양자역학 현상을 이용하여 자기장을 감지할 수 있다고 한다. "라디칼쌍 가설은, 우리가 광감지분자를 갖고 있다고 제안한다. 그것은 빛을 흡수하고, 우리는 궁극적으로 하나의 라디칼쌍, 그러므로 두 개의 홑전자(unpaired electron)를 갖게 된다"라고 헨리크는 말했다.

라디칼쌍의 자기 스핀(magnetic spin)은 두 가지 상태에 있을 수 있다. 두 라디칼이 동일한 방향을 가리키는 것을 삼중항상태(triplet state)라고 하며, 서로 반대 방향을 가리키는 것을 단일항상태(single state)라고 한다. 라디칼쌍은 두 가지 상태 사이를 왔다 갔다 하지만, 자기장은 균형을 무너뜨림으로써 둘 중 하나의 가능성을 증가시킨다. "단일항상태에 대한 삼중항상태의 균형 관계에서, 이러한 변화는 자기수용의 기초를 이루는 것으로 여겨진다"라고 에리크는 말했다. "그리고 기존의 지식에 의하면, 빛을 이용하여 라디칼쌍을 만드는 분자는 한 가지밖에 없었으며, 그것은 식물이 보유한 크립토크롬(cryptochrome)이었다"라고 헨리크는 말했다.

그래서 헨리크와 동료들은 새들이 보유한 크립토크롬 분자 사냥에 나섰다. 그런데 크립토크롬이 작동하려면 빛이 필요하므로, 그들은 특히 새의 눈(eye)을 탐색했다. "우리는 새의 눈에서 크립토크롬을 발견했고, 다른 연구팀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나서 우리는 커다란 도전에 직면했다. 그것은 '양자역학의 전자스핀에 기반한 메커니즘(electron spin-based mechanism)이 새의 눈 속에서 진행되는지 여부를 어떻게 테스트할 것인가?'였다"라고 헨리크는 말했다. "크립토크롬 가설을 채택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걸림돌은, 그게 물리학자에 의해 제안되었다는 것이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관련된 메커니즘에는 (생물학자들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고도의 양자역학이 난무했다"라고 에리크는 말했다.

(1) 헨리크는 생물학·물리학·양자화학 분야의 연구자들과 손잡고, 크립토크롬 가설을 해명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분자에 관한 제반사항들을 측정하려면, 먼저 분자를 분리해야 했다. 왜냐하면 새의 눈 안에서 뭔가를 측정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작업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2004년에 크립토크롬을 분리하기 시작했는데, 그 동안 벌써 7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 당시에만 해도, 테스트용 크립토크롬을 보유한 연구팀은 우리밖에 없었다. 그리고 옥스퍼드에서, 그런 분자를 (우리가 발견한 것을 확인할 수 있을 만큼) 높은 감도로 측정할 수 있는 연구팀은 하나뿐이었다"라고 헨리크는 말했다. "우리는 전자가 분자 안에서 (양자화학자들이 이론상으로 예측했던 대로) 점프한다는 사실뿐만 아니라, 그 라디칼의 광화학(photochemistry)이 실제로 자기에 민감하다는 사실도 증명했다. 이제 크립토크롬이 자기에 민감하다는 것은 가설이 아니다. 우리는 그게 자기에 민감하다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2) 한편, 연구팀은 '철새(이주하는 새)'와 '텃새(이주하지 않는 새)'의 크립토크롬 단백질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도 궁금해 했다. "다음으로, 우리는 극단적인 비이주조류(extreme non-migratory birds)─기본적으로 닭─의 크립토크롬을 분리했다. 그 결과 철새들이 보유한 크립토크롬4는 닭이 보유한 그것보다 자기에 유의미하게 민감한 것으로 밝혀졌다"라고 헨리크는 말했다.

 

☞ 새의 자기수용(magnetoreception) 모델 (참고 2)

 

지구의 자기장은 새의 이주에 도움이 된다(참고 3).

① 철새인 유럽울새(Erithacus rubecula)의 망막에 있는 광수용 세포(photoreceptor cell)에는 ErCRY4라는 단백질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것은 FAD라는 분자에 결합한다. 그 결과 형성된 복합체는 ErCRY4–FAD(이때 FDA는 기저상태에 있다) 또는 ErCRY4–FADH•(이때 FAD는 광여기 상태, 즉 라디칼인 FADH• 형태다)이다.

② ErCRY4–FAD가 청색광의 광자를 흡수하면, 라디칼쌍(radical pair)이라는 반응성 분자가 탄생한다.

③ 라디칼쌍은 FAD와 (전자를 공급하는 ErCRY4의 아미노산인) 트립토판(Trp)의 잔기의 상호작용을 통해 탄생한다. 라디칼쌍은 지구의 자기장에 민감하며, 단일항상태(singlet state)와 삼중항상태(triplet state)─그림에서 백색 화살표로 표시된 바와 같이, 이 두 가지 상태는 전자의 스핀(spin) 상태가 다르다─사이를 신속하게 왔다 갔다 한다. 라디칼쌍은 ErCRY4–FADH•를 생성할 수 있는데, 이것은 수명이 긴 생성물(long-lived reaction product)로서, 크립토크롬 가설에 따르면 연쇄적인 감각신호 전달(sensory signalling cascade)을 촉발한다. 대안적으로, ErCRY4는 원래 형태(ErCRY4–FAD)로 복귀할 수도 있는데, 둘 중 어느 결과가 나타날지는 라디칼쌍의 상태에 좌우된다.

④ 만약 새가 방향을 바꾼다면, 자기장의 상대적 정위(relative orientation)가 바뀜으로써 단일항상태와 삼중항상태의 비율이 변화하게 된다. 이는 잠재적으로  ErCRY4–FADH•의 수율(yield)을 변화시킬 수 있다. 독일 올덴부르크 대학교의 연구팀은 지난 6월 24일 《Nature》에 실린 논문에서(참고 4), ErCRY4가 자기감지 메커니즘에 필요한 물리적 요건을 완전히 충족한다는 데이터를 제시했다.

 

선행연구에서, 새들은 뇌의 시각영역(visual region)에서 자기장에 대한 정보를 처리하는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그래서 헨리크가 이끄는 연구팀은 새들이 지구의 자기장을 실제로 감지할 거라고 믿고 있다. "그러므로, 자기장은 새의 머리 위에 드리워진 일종의 그림자와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새가 정확히 뭘 보는지는 알 수 없다. 왜냐하면 새에게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라고 헨리크는 말했다.

그러나 수수께끼가 풀린 것은 아니다. 연구팀은 크립토크롬이 정말로 자기에 민감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러나 그 단백질이 새의 자기감지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요소라는 사실을 증명하지는 못했다. "저자들이 이룩한 진보 덕분에, 우리는 자기수용의 작동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큰 진전을 보았다"라고 에리크는 말했다. "이번 연구가 과학의 퍼즐에서 큰 조각을 맞추었다는 데는 이의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이것은 실험실 연구이며, 살아있는 동물을 대상으로 수행된 연구는 아니다. 따라서 크립토크롬이 일반적으로 자기감지에 사용된다는 사실이 실제로 증명된 것은 아니다."

"물론, 우리는 새의 눈 속에서 벌어지는 자연적 상황에 더 가까이 다가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우리가 크립토크롬을 분리해 내기 전까지, 그것은 유토피아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유토피아에 한층 더 가까이 다가섰다는 데 흥분하고 있다"라고 에리크는 말했다. "나 자신은 오래 전 양자역학을 연구했지만, 그 당시에는 새의 눈 안에서 양자역학 효과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깨닫지(심지어 믿지도) 못했다. 그건 엄청난 충격이다. 그리고 내가 젊었을 때, 우리는 양자역학에서 배운 게 하나도 없었다."

 

※ 참고문헌
1. http://english.hf.cas.cn/new/news/rn/202106/t20210624_273045.html
2.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21-01596-6
3. https://doi.org/10.1038%2Fs41586-018-0176-1
4.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1-03618-9

※ 출처: Carl von Ossietzky Universität Oldenburg https://uol.de/en/news/article/quantum-birds-5182

 

바이오토픽 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

 

생명과학 양병찬 (2021-07-08)
https://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3325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