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토픽] 따개비에게 배운 강력 생체접착제, 출혈을 15초 만에 멈춰
따개비가 바위에 달라붙기 위해 사용하는 끈끈한 물질에서 영감을 얻어, MIT의 공학자들은 손상된 조직을 밀봉함으로써 출혈을 멈추는 강력한 생체친화형 접착제(biocompatible glue)를 설계했다.
새로운 접착제는 표면이 심지어 혈액으로 뒤덮여 있을 때도 달라붙을 수 있으며, 사용한 지 약 15초 이내에 완벽한 밀폐부(密閉部)를 형성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접착제는 외상성 손상(traumatic injury)을 훨씬 더 효율적으로 치료하는 방법을 제공함으로써, 수술 도중에 출혈을 제어하는 데 도움이 된다"라고 연구자들은 말했다.
"우리는 까다로운 환경(습하고 역동적인 인체조직)에서 직면하는 접착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이런 기초지식을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실용제품에 응용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라고 MIT의 기계공학자 겸 토목공학자로서 이번 연구의 선임저자 중 하나인 자오쉬안허(赵选贺) 교수는 말했다.
메이요 클리닉의 심장마취학자 및 응급치료의사인 크리스토프 나브지디크도 8월 9일 《Nature Biomedical Engineering》에 실린 논문(참고 1)의 선임저자이며, MIT 기계공학부의 육현우 박사와 포스닥 연구원 우징징은 주요저자다.
자연에서 얻은 영감
"지혈 방법을 찾는 것은, 지금껏 충분히 해결되지 않은 해묵은 문제다"라고 자오는 말했다. 상처를 밀폐하기 위해 흔히 봉합사가 사용되지만, 상처를 꿰맨다는 것은 시간이 걸리는 과정인 데다, 긴급 상황에서 응급요원이 시행하는 데 애로사항이 있는 경우가 많다. 출혈은 현역군인 중에서 외상성 손상에 이은 사망의 첫 번째 요인이며, 일반인 중에서는 두 번째 요인이다.
최근 지혈제(hemostatic agent)로 사용될 수 있는 몇몇 물질들이 상용화 되었는데, 그런 제품 중 상당수는 혈액이 스스로 응고되도록 돕는 응고인자(clotting factor)를 함유한 부착포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그런 제품이 밀폐부를 형성하는 데는 수 분(分)이 필요하며, 대량출혈을 수반하는 상처에 항상 잘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출처: bioengineeringcommunity.nature.com (참고 3)
자오의 랩(lab)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년 간 노력해 왔다. 2019년 자오가 이끄는 연구팀은 양면 조직테이브(double-sided tissue tape; 참고 2)를 개발하여, 수술 절개부(surgical incision)를 밀봉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그 테이프는 (거미가 습한 환경에서 먹잇감을 포획하는 데 사용하는) 끈끈한 물질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전하를 띤 다당체(charged polysaccharide)가 함유되어 있어서, 표면의 수분을 거의 즉각적으로 흡수함으로써 (접착제가 달라붙을 수 있는) 작고 건조한 공간을 형성한다.
거미에서 따개비로
새로운 조직접착제를 개발하기 위해, 자오가 이끄는 MIT의 연구팀은 다시 한 번 자연계에서 영감을 얻었다. 이번에는 따개비─바위, 배의 선체(船體), 그리고 심지어 다른 동물(예: 고래)에 달라붙는 조그만 갑각류 동물─에 초점을 맞췄다. 따개비가 겨냥하는 표면들은 축축하고 종종 더러웠는데, 이 모두 접착을 어렵게 만드는 조건이었다.
"따개비는 우리의 시선을 끌었다"라고 육현우 박사는 말했다. "그건 매우 흥미로웠다. 왜냐하면 피가 흘러나오는 조직을 밀폐하려면, 축축함뿐만 아니라 혈액의 오염과도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해양환경에서 서식하는 동물'이야말로 우리의 미션(복잡한 출혈 조직 다루기)와 100퍼센트 동일한 과제를 수행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따개비가 사용하는 접착제를 분석한 결과, 그것은 독특한 조성(composition)을 지닌 것으로 밝혀졌다. 따개비의 부착을 도와주는 '끈끈한 단백질'의 분자는 (물과, 표면에서 발견되는 다른 오염물질들을 밀쳐내는) 기름 속에 뜬 채, 단백질이 표면에 단단히 달라붙도록 허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MIT 연구팀은 따개비의 접착제를 모방하기 위해, 자신들이 종전에 개발한 접착제를 각색하기로 결정했다. 그들이 개발한 접착물질은 「'NHS 에스테르(ester)'라는 유기화합물 속에 박힌 '폴리아크릴산'이라는 중합체」와 「키토산(chitosan)이라는 다당체」로 구성되어 있는데, 전자는 부착력을 제공하며 후자는 물질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이 물질의 시트(sheet)를 냉동한 후 분쇄하여 미세입자로 만들어, 그 입자를 의료등급(medical grade)의 실리콘 오일에 띄웠─전문용어로, 현탁(suspended)시켰─다.
그 결과 탄생한 페이스트제(paste劑)를 축축한 표면(이를테면 혈액으로 뒤덮인 조직)에 발랐더니, 실리콘 오일이 혈액과 그 밖의 공존 물질들을 밀쳐냄으로써, 부착성 미세입자들로 하여금 교차결합(crosslink)을 통해 환부 위에 치밀한 밀폐부(tight seal)를 형성하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시궁쥐를 이용한 실험에서, 약간의 압박을 가하며 접착제를 바른 지 불과 15~30초 만에 개방된 상처를 밀폐하고 출혈을 멈추는 데 성공했다.
Mechanisms of barnacle glues and the barnacle-glue-inspired paste / bioengineeringcommunity.nature.com
연구팀에 의하면, 이번에 개발된 페이스트제가 (연구팀이 2019년에 설계한) 양면테이프보다 나은 점은, 후자는 수술 절개부를 밀봉하거나 의료기기를 조직에 부착하는 데 적합한 반면, 전자는 표면이 고르지 않은 상처에 맞춰 몰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몰딩 가능한 페이스트제(moldable paste)는, 모든 불규칙한 형태에 파고들어 아귀를 맞춰 밀폐할 수 있다"라고 우징징은 말했다. "이것은 온갖 '불규칙한 형태의 출혈상(irregular-shaped bleeding wound)'에 적응함으로써, 사용자들에게 무한한 자유를 선사했다."
V6X9OSL5QJGdw69MUkje_hemostasis gif.gif (480×360) (nature.com)
Rapid and coagulation-independent hemostasis by the paste / bioengineeringcommunity.nature.com
더 나은 출혈관리
돼지를 대상으로 한 테스트에서, 나브즈디크를 비롯한 메이요 클리닉의 연구팀은 돼지의 간(肝) 출혈을 신속하게 멈출 수 있으며, 현재 상용화된 지혈제보다 빠르고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심지어 강력한 혈전용해제인 헤파린이 돼지에게 투여되어 혈전이 자발적으로 형성되지 않는 경우에도 출혈을 멈출 수 있었다.
Q4lfKxZQSpW4OpjxA36Q_pig liver gif.gif (480×360) (nature.com)
Hemostatic sealing of heparinized porcine liver bleeding within 15 s
밀폐된 부위는 수 주 동안 온전한 상태를 유지함으로써 그 아래의 조직에게 스스로 치유될 시간을 주고, 염증을 별로 유발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현재 사용되는 지혈제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리고 접착제는 수개월 동안 서서히 체내에 흡수되었으며, 만약 필요하면 용해제를 바름으로써 그 이전에 제거할 수도 있었다.
연구팀은 더 큰 상처에 접착제를 바르는 실험을 할 예정인데, 그 실험이 성공할 경우 외상성 손상 치료제로서의 유용성이 증명될 거라고 그들은 생각하고 있다. 또한 연구팀은 접착제가 수술 도중에도 유용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현재 외과의들은 수술 도중에 출혈을 관리하느라 종종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는 많은 복잡한 수술을 수행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특별히 심각한 출혈을 신속히 관리하는 기술은 그만큼 빨리 진보하지 않았다"라고 나브즈디크는 말했다.
새로운 접착제의 또 한 가지 가능한 용도는, 혈관에 플라스틱 튜브─동맥이나 중심정맥 카테터, 또는 체외막산소공급(ECMO: extracorporeal membrane oxygenation)─를 삽입한 환자의 출혈을 멈추는 것이다. ECMO는 심각한 심장/폐 부전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사용되며, 체외에서 기계를 이용하여 환자의 혈액을 펌핑한다. 이때 종종 수 주~수개월 동안 튜브를 삽입하게 되는데, 삽입 부위에 출혈이 발생할 경우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연구팀은 접착제의 상용화를 위해 MIT의 데슈판데 센터(Deshpande Center)에서 연구비를 지원 받았으며, 동물모델을 이용한 추가적인 전임상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연구팀은 미국국립보건원, 미국과학재단, 미국육군연구소, 졸 재단(Zoll Foundation)으로부터도 연구비를 지원 받았다.
※ 참고문헌
1.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51-021-00769-y
2. https://news.mit.edu/2019/double-sided-tape-tissues-could-replace-surgical-sutures-1030
3. https://bioengineeringcommunity.nature.com/posts/barnacle-glue-inspired-paste-for-rapid-and-coagulation-independent-hemostatic-sealing
※ 출처: MIT News https://news.mit.edu/2021/barnacle-glue-wound-seal-0809
바이오토픽 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
의학약학 양병찬 (2021-09-06)
https://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3343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