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토픽] 델타 변이주는 왜 그렇게 감염성이 높은가?
새로운 실험도구 덕분에, 지금껏 별로 주목받지 않은 SARS-CoV-2 델타 변이주의 변이(R203M)가 밝혀졌다. 그것은 뉴클레오캡시드(N)를 코딩하는 유전자의 변이로, 바이러스의 전파 속도를 증가시킨다고 한다.
▶ 세상이 쓴맛을 톡톡히 본 바와 같이, 팬데믹을 일으킨 코로나바이러스의 델타 변이주(Delta variant)는 종전의 바이러스주(株)보다 두 배 이상 강력한 감염능력을 지녔다. 그러나 델타 변이주가 그렇게 신속히 전파될 수 있는 비결은 지금껏 불분명했다. 이제 (SARS-CoV-2 변이주가 보유한 변이의 효과를 신속하고 안전하게 연구하는) 새로운 실험전략 덕분에, 한 가지 답변이 나왔다. 그 내용인즉, "별로 주목받지 않았던 변이가 바이러스로 하여금 숙주 세포에 더 많은 유전자코드를 욱여넣게 하는 바람에, 각각의 감염된 세포가 해당 바이러스를 다른 세포에 퍼뜨릴 가능성이 높아졌다"라는 것이다.
"11월 4일 《Science》에 실린 이번 발견(참고 2)이 빅딜인 것은, 델타 변이주의 참화(慘禍)를 설명하는 데 기여했기 때문만이 아니다. 그에 더하여,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UC 버클리의 제니퍼 다우드나와 동료들이 개발한 새로운 시스템은 현재 유행하고 있는 SARS-CoV-2 변이주들을 이해하는 강력한 도구다"라고 메릴랜드 대학교 볼티모어 카운티 캠퍼스의 마이클 서머스(구조생물학)는 말했다. "그녀가 개발한 시스템은 우리로 하여금 모든 변이들을 들여다보고, 그것이 바이러스 복제의 핵심 부분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할 수 있게 해 준다. 덕분에, 이제 훨씬 더 많은 과학자들이 SARS-CoV-2를 훨씬 더 쉽게 연구할 수 있게 되었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유전체 속 변이가 바이러스의 활성에 미치는 메커니즘'을 분석하는 연구자들은 지금까지 (바이러스의 표면에 박혀 있는 단백질로서, 그들이 인간의 세포에 침입하도록 허용하는) 스파이크 단백질에 초점을 맞춰 왔다. 바이러스를 의도적으로 변이시켜 테스트하는 방법—이 방법은 높은 수준의 생물안전성 시설(high-level biosafety facilities)를 필요로 한다—대신, 슈도바이러스(pseudovirus)가 개별적 변이를 탐지하는 최선의 도구였던 것은 부분적으로 이 때문이다. 슈도바이러스란 상이한 바이러스—종종 렌티바이러스—로 만들어진 구성체(construct)로, 표면에 코로나바이러스의 단백질을 발현한다. 그러나 렌티바이러스는 스파이크만 발현하고, SARS-CoV-2의 다른 3가지 구조단백질(structural protein)을 발현하지 않는다.
다우드나가 지휘하는 연구팀은 지난 8월 6일, 바이러스 유사 입자(VLPs: viruslike particles)—바이러스의 모든 구조단백질을 포함하지만, 유전체가 없다—라는 실험용 구성체(lab construct)를 조작함으로써 새로운 도구를 만들었다(참고 3). 외견상, SARS-CoV-2 VLP는 완벽한 바이러스(full-fledged virus)와 100% 똑같은 것처럼 보인다. 그것은 실험실에서 세포들과 결합하여, 그 안으로 침투할 수 있다. 그러나 VLP는 바이러스의 RNA 유전체를 보유하지 않기 때문에, 세포의 기구를 하이재킹하여 복제한 다음 숙주세포 밖으로 탈출하여 더 많은 세포들을 감염시킬 수 없다. "쉽게 말해서, 그것은 편도 승차권(one-way ticket)이므로 전파되지 않는다"라고 록펠러 대학교의 찰스 라이스(분자바이러스학)는 말했다.
▶ 이번 논문에서, 다우드나와 동료들(이번 연구의 공동선임저자인, 글래드스톤 바이러스학 연구소의 멜라니 오트 소장 포함)은 VLP 시스템에 새로운 혁신을 추가했다. 그들은 한 조각의 mRNA를 삽입함으로써, VLPs의 침입을 받은 세포로 하여금 밝게 빛나도록 만들었다. VLPs에 감염된 후 더 밝게 빛날수록, VLPs는 더 많은 mRNA를 성공적으로 전달한 것이 된다.
다음으로, 연구팀은 VLP의 단백질들에 다양한 변이를 도입했다. 그중 하나는 델타 변이주에서 발견된 R203M으로, 뉴클레오캡시드(N: nucleocapsid)—바이러스 내부에 있는 단백질로, RNA 유전체를 포장한다—를 변형시키는 역할을 한다. N 단백질은 바이러스의 복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데, 그중에는 바이러스 유전물질의 안정화(stabilizing)와 방출(releasing)이 포함된다. 그리고 N은 변이의 핫스폿을 포함하는데, 그것은 7개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신장부(seven–amino acid stretch)로, 이번 연구에 사용된 모든 「관심 및 우려 변이주(SARS-CoV-2 variant of interest or concern)」에서 변형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결과는 놀라웠다"라고 다우드나는 말했다. "VLP의 발광 강도(intensity of glow)에 따르면, 델타 변이주의 뉴클레오캡시드에서 발견된 단일 아미노산 변화는 오리지널 바이러스보다 10배나 많은 mRNA를 VLP에게 과급(過給)했다." 그리고 (알파와 감마 변이주에서 발견된 N 변이를 보유한) VLPs에 감염된 세포들은 각각 7.5와 4.2배 밝게 빛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연구팀은 적절한 생물안전성 조건을 갖춘 실험실에서, R203M 변이를 포함하도록 조작된 '진짜 코로나바이러스'를 테스트했다. 그 결과, in vitro에서 폐(肺)세포에 침투한 변이 바이러스는 오리지널 SARS-CoV-2보다 51배나 많은 감염성 바이러스를 만든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의 경우, 하나의 세포가 만들어낸 바이러스 입자 중에서 극소수만이 방출되어 다른 세포들을 감염시키는데, 그 부분적 이유는 '상당수의 바이러스 입자들이 바이러스의 RNA 유전체 중 일부 또는 전부를 상실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바이러스로 하여금 '숙주 세포의 내부에서 RNA를 보다 효율적으로 간직하도록 해 주는 변이'는 생성된 감염성 입자의 수를 늘릴 수 있을 것이다.
"델타 변이주에서 발견된 R203M 변이는, 바이러스로 하여금 감염성 입자를 더 많이 만들게 함으로써 더 신속하게 전파되도록 해 준다"라고 이번 연구의 제1저자 중 한 명인 글래드스톤 데이터과학 및 생명공학 연구소(Gladstone Institute of Data Science and Biotechnology)의 압둘라 시에드(생명공학)는 말했다.
▶ "이번 발견은 COVID-19 치료에 시사점을 던진다"라고 UCSD에서 N 단백질을 연구하는 루산(세포생물학)은 말했다. "감염을 제대로 통제하고 환자를 치료하려면, 뉴클레오캡시드 단백질을 겨냥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연구팀은 현재 「델타 변이주의 N에 일어난 변이(R203M 포함)가 '바이러스 입자의 조립'과 'mRNA의 (숙주 세포에의) 전달'을 향상시키는 메커니즘」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또한 그들은 숙주의 단백질이 연루되어 있는지 여부를 알아낼 계획이다. 만약 숙주의 단백질이 연루되어 있다면, 약물을 이용해 그것을 겨냥함으로써 델타 변이주의 확산을 효율적으로 차단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과학자들은 새로운 VLP 시스템에 환호하고 있다. 그것은 연구자들로 하여금 높은 수준의 생물안전성 시설에 접근하지 않고서도 「4개의 코로나바이러스 구조단백질이 힘을 합쳐 '바이러스의 조립(assembly)', '숙주세포로부터의 탈출(budding), '다른 세포로의 침입(invasion)'을 이루는 과정」을 연구할 수 있도록 해 주기 때문이다. 워싱턴 대학교에서 SARS-CoV-2의 N 단백질을 연구하는 재스민 추북(생화학, 생물물리학)은 VLP 시스템을 "매혹적이고 매우 강력한 도구"라고 불렀다.
라이스는 새로운 VLPs를 가리켜, 어디까지나 모델이므로 진짜 바이러스를 늘 모방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만약 그렇다면 연구자들은 여전히 높은 수준의 생물안전성 시설에서 진짜 바이러스를 갖고서 연구할 필요가 있다. "궁극적으로, 만약 그러한 변이들이 기본적인 바이러스 복제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메커니즘을 제대로 알고 싶다면, 해당 변이를 바이러스에 도입한 다음 연구해야 한다"라고 그는 말했다.
그러나 그는 새로운 VLPs에 찬사를 보냈다. "그것은 코로나바이러스의 조립을 연구하고, 약물(조립 과정을 방해하는 억제제)를 찾는 데 기여하는, 경이로운 시스템을 제공한다"라고 그는 말했다.
※ 참고문헌
1. https://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322627
2.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ence.abl6184
3. https://twitter.com/abdullah_m_syed/status/1423509513265565700?s=20
※ 출처
1. Innovative Genomics Institute https://innovativegenomics.org/news/sars-cov-2-variants-infection/
2. Science News https://www.science.org/content/article/why-delta-so-infectious-new-lab-tool-spotlights-little-noticed-mutation-speeds-viral-spread
바이오토픽 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
의학약학 양병찬 (2021-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