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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데니소바인이 동쪽으로 간 이유: 차츰 밝혀지는 데니소바인의 광폭행보

산포로 2020. 11. 2. 10:23

[바이오토픽] 데니소바인이 동쪽으로 간 이유: 차츰 밝혀지는 데니소바인의 광폭행보


현생인구가 인근에 도착하기 직전까지 중국의 한 동굴에서 살았던 데니소바인 이야기

 

ⓒ Nature (참고 2)

▶ 티베트 고원(Tibetan Plateau)의 북동부─행정구역상으로는 중국─에는, 고산초원(alpine meadow)에 완전히 뒤덮인 채 깎아지른 절벽 옆에 자리 잡은 동굴이 하나 있다. 그곳은 오랫동안 승려들이 도를 닦은 곳이었다. 그러나 언젠가 아래턱뼈 하나가 발견되어 한 고고학자 그룹의 관심을 끌고 나서부터, 그곳은 10년째 과학자들로 북적이고 있다. 그들이 1년 전 발표한 논문에서(참고 1), 그 동굴에는 고인류 친척의 DNA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원래 네안데르탈인의 것으로 간주되었던 시베리아 데니소바 동굴(Denisova Cave)에서 발견된 화석의 DNA를 분석한 결과, 그 이전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그룹─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의 친척─에 속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과학자들은 그 그룹을 데니소바인이라고 불렀다. 그 호미닌 그룹은 자신의 유전자를 현생인류의 DNA에 퍼뜨렸고, 그 현생인류는 오늘날 파푸아니뉴기와 호주에까지 확산되어 있다.

 

또한 데니소바인은 현대 티베트인이 보유한 고(古) DNA의 원천일 수도 있는데, 그것은 고위도에서 산소 흡수를 도와준다. 해발 약 3,200미터에 자리 잡은 바이시야 카르트스 동굴(Baishiya Karst Cave)은 데니소바인과 (그들이 현생인류에게 전해 준) DNA의 안식처일 가능성이 높다. 예리한 탐구력이 고고학자들을 발굴지로 이끌었다. 그들은 중국 씨베이대학(西北大学)에 보관된 아래턱뼈에서 발견된 빵부스러기를 추적하다가, 1980년대에 수도승들이 우연히 고인류의 아래턱뼈를 발견했던 것으로 알려진 동굴로 찾아갔다.


2019년, 새로운 고단백질 분석방법을 통해 턱의 임자가 데니소바인인 것으로 밝혀졌다(참고 2). 그러나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려면 더 많은 DNA 정보가 필요했다. 곧이어 발굴지에는 고고학적 유해가 풍부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그중에는 오래 전 멸종한 하이에나와 코뿔소의 뼈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에 고무된 연구자들은 동굴 퇴적층에 포획된 '데니소바인의 과거 행적'의 결정적 증거를 사냥하기로 했다.


▶ 이번 연구에서, 연구자들은 동굴의 퇴적층을 10개 층(層)으로 나눴다. 그리고 포유류와 인간의 미토콘드리아 DNA를 낚기 위한 분자미끼(molecular bait)를 이용하여, 그중 8개 층에서 각각 100-250㎎의 퇴적물 샘플을 추출했다. 샘플을 분석한 결과, 2번, 3번, 4번, 7번 층은 호미닌의 DNA를 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생인류로부터의 오염을 최소화한 결과, 호미닌 DNA의 70-100%는 데니소바인의 것과 일치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자들은 주저 없이, 그 동굴이 데니소바인의 거주지였다는 결론을 내렸다(참고 3).


특별한 광학적 연대즉정(optical dating) 기법이 DNA의 나이를 정확히 측정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그것은 퇴적물의 알갱이 하나를 검사하여 '수천 년간에 걸친 빛 노출 정도'를 알아내는 기법이었다. 측정 결과, 데니소바인의 DNA는 60,000~100,000년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어떤 알갱이에서는 45,000년 된 '젊은 DNA'도 발견되었는데, 그 시기는 그 지역에 현생인류가 등장하기 불과 얼마 전이었다.

 

바이시야 카르스트 동굴 연구에서 중요한 점은 첫째, 아시아 본토에서 데니소바인이 광범위하게 거주했음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제시되었다는 것이다. 둘째, 퇴적물 샘플 채취의 성공으로 인해, 다른 고고학 유적지에서 그와 유사한 연구를 수행하는 연구자들이 고무되었다는 것이다. 셋째, 동굴에서 데니소바인의 핵 DNA(nuclear DNA)와 화석을 발견하고자 하는 경쟁이 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될 경우, '데니소바인이 현대 티베트인과 어떤 관계인지'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과학적 갭이 메워질 것이며, 미토콘드리아 DNA의 모계한계(matrilineal limit)를 넘어 인류의 조상에 대한 지식이 확장될 것이다.

 

※ 참고문헌
1.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19-1139-x
2.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19-01395-0
3. https://science.sciencemag.org/content/370/6516/584


※ 출처: Science https://www.sciencemag.org/news/2020/10/dna-tracks-mysterious-denisovans-chinese-cave-just-modern-humans-arrived-nearby


바이오토픽 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생명과학 양병찬 (2020-11-02)
https://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32359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