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토픽] 대규모 백신접종의 효과, 실제상황에서 증명
브라질의 한 마을에서 실시된 시험에서, 백신 대량접종으로 COVID-19를 물리칠 수 있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
▶ COVID-19가 맹위를 떨치고 있는 나라 중 하나인 브라질의 남동부에는 사탕수수 밭으로 둘러싸인, 작은 베드타운이 자리 잡고 있다. 그 마을에서, 심지어 일부 임상시험에서 효능이 낮은 것으로 나타난 백신조차 팬데믹 바이러스를 극적(劇的)으로 통제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의 한 업체가 만든 「코로나백(CoronaVac)」이라는 COVID-19 백신이 현실세계(실제상황)에서 발휘하는 효능을 추적하기 위한 유례없는 시험의 일환으로, 상파울루주의 세라나(Serrana)에 거주하는 성인 중 거의 모두가 (백신을 접종받을 자격이 있었던) 지난 2월부터 4월 사이에 두 차례에 걸쳐 백신을 접종받았다. 그 결과는 극적이었다. 대량접종이 시작된 이후 유증상 COVID-19가 80% 줄어들었고, 그와 관련된 병원입원은 86%, 사망은 95%나 감소한 것이다. 연구팀은 5월 31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는 동안, 인접한 15개 도시에서는 COVID-19 사례가 걷잡을 수 없이 증가했다. "세라나는 이제 오아시스가 되었다"라고 백신 생산을 담당한 주립(州立) 부탄탄 연구소(Butantan Institute)의 히카르두 팔라시우스(역학)는 말했다. "이는 백신접종을 통해 전염병(epidemic)을 확실히 통제할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다른 COVID-19 백신들은 현실세계에서 중증 COVID-19를 90% 이상 예방하는 것으로 증명되었고, 여러 나라의 발병사례를 매우 낮은 수준으로 떨어뜨리는 데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불활성화된 SARS-CoV-2를 이용해 면역을 자극하는) 코로나백에 대해서는 우려가 제기되어 왔다. 여러 나라에서 실시된 임상시험에서, 코로나백의 효과는 엇갈리는 것으로 나왔다. 그중에서 가장 낮은 것은 브라질에서 나온 50%인데(참고 1), 이것은 세계보건기구(WHO)가 긴급사용승인을 위해 설정한 문턱값과 일치한다. 나중에 현실세계에서의 효과를 평가하기 위해 브라질에서 실시된 임상시험에서도 그와 비슷한 수준의 예방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참고 2).
세라나에서 나온 이번 데이터가 (지금껏 접종된 모든 백신 중 80%가 코로나백인) 브라질의 많은 과학자들에게 확신을 심어 준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이것은 매우 고무적인 결과다"라고 에스피리토산토 연방대학교의 이테우 마시에우(역학)는 논평했다. 마이세우는 특히, 코로나백이 세라나를 보호했다는 데 안도하고 있다. 왜냐하면 (브라질에서 시작되어 현재 브라질에서 가장 유행하고 있는) P1이라는 변이바이러스가 연구기간 동안 세라나에서 가장 흔한 변이주였기 때문이다. In vitro 연구에서는, P1(WHO는 최근 델타로 이름을 바꿀 것을 제안했다; 참고 3)가 백신의 보호를 회피할 수 있다고 제안한 바 있었다.
WHO는 6월 1일 코로나백을 긴급사용 백신 목록에 올린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많은 저소득 국가에서 코로나백의 사용을 가속화하기 위한 조치다. 브라질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치명적인 COVID-19 집단발병국으로, 공식적으로 461,000명의 목숨을 잃었는데, 이는 인도보다 많고 미국보다 적은 수치다. 브라질의 백신접종 캠페인은 이륙(離陸)이 지체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백신 물량이 부족한 관계로 노인과 합병증 환자들만을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백신을 한 번 이상 접종받은 사람은 인구의 15%에 불과하다.
▶ 세라나에서 실시된 백신 대량접종 시험의 이름은 「프로젝트 S」인데, 여기서 S는 세라나(Serrana)가 아니라 "비밀(Secret)"을 의미한다. 시험을 비밀리에 실시한 이유는, 소문이 퍼질 경우 많은 사람들이 세라나로 이주할까 봐였다. 시험이 시작되었을 때, 세라나 주민들은 20명당 한 명꼴로 감염되어 있었고, 25% 이상이 바이러스에 노출된 경험이 있었다. 이처럼 높은 건수 요건(caseload)은 세라나를 매력적인 시험 대상으로 만들었다. 게다가 마을의 인구는 45,000명 남짓이고, 상파울루 대학교 캠퍼스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약 15명으로 구성된 연구팀은 지역 당국과 보건 전문가들의 뒷받침 하에, 먼저 디테일한 인구조사를 실시했다. 그 다음으로, 그들은 세라나를 (상호작용하는 사람들의 소우주—같은 건물군에서 생활함, 같은 상가에서 쇼핑을 함—를 대변하는) 25개 클러스터로 나눴다. 마지막으로, 연구팀은 각 클러스터를 4개의 그룹으로 나눠, 각 그룹에게 1주 간격으로 1차 접종을 한 후, 4주 후 2차 접종을 실시했다(단, 만성질환이 없는 18세 이상의 거주자와 임신하지 않은 여성들만이 접종 대상이었다). 그리하여 8주 후에는 대상자의 96%인 약 27,000명에게 두 번에 걸친 백신접종을 완료했다.
세라나는 폐쇄되거나 주변의 도시로부터 격리되지 않았지만, 연구팀에 따르면 첫 번째 그룹이 2차접종을 받은 직후 전파가 감소되는 기색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세 번째 그룹이 2차 접종을 받을 즈음에는 75%의 대상자들이 면역화되어, 집단감염이 효과적으로 제어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의 제안에 따르면, "백신접종 캠페인과 주민의 선행감염이 결합하여, 세라나 마을을 집단면역으로 이끌었다"고 한다. 집단면역이란, 이미 많은 사람들이 면역을 보유하는 바람에 코로나바이러스가 새로운 감염 대상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 상태를 의미한다. 마지막 백신접종이 이루어진 지 14일 후, 백신접종자 중에서 감염자는 2명밖에 발생하지 않았으며 사망자는 한 명도 없었다. "그것은 경이로웠다"라고 팔라시우스는 말했다. "(18세 미만의) 어린이와 10대 중에서 COVID-19 감염, 병원 입원, 사망이 급격히 줄어들었는데, 그중에서 백신을 접종받은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위중한 부작용은 보고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를 조만간 저널에 제출할 계획이며, 그 이전에 출판전 서버에 업로드할 예정이다. 마운트 사이나이 의대의 플로리안 크라머(바이러스학)는 이번 시험을 일컬어 "흥미롭고 납득할 만해 보인다"라고 하면서도, 결론을 도출하려면 출판된 연구로부터 추가적인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브라질 면역학회의 히카르두 가지넬리 회장은 이번 결과가 코로나백에 희소식이라고 말하면서도, 2개월이라는 분석 기간이 너무 짧다고 경고했다. 연구팀은 세라나의 주민들을 1년 동안 추적하면서, 면역력이 수그러드는지 여부를 예의주시할 계획이다. 만약 면역력이 너무 빨리 쇠퇴한다면, 코로나백을 이용한 팬데믹 종식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전체 인구에게 백신접종을 완료하기도 전에 추가접종을 시작해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참고 4).
"만약 백신의 유효기간이 짧은 상태에서 현재의 백신접종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집단면역은 달성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백신을 접종받았을 때, 많은 사람들이 더 이상 면역력을 보유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가지넬리는 말했다.
※ 참고문헌
1. https://www.sciencemag.org/news/2021/01/third-time-s-charm-brazil-scales-back-efficacy-claims-covid-19-vaccine-china
2. https://www.sciencemag.org/news/2021/04/chinese-covid-19-vaccine-maintains-protection-variant-plagued-brazil
3.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21-01483-0
4. https://www.sciencemag.org/news/2021/06/brazilian-town-experiment-shows-mass-vaccination-can-wipe-out-covid-19
※ 출처: Butantan Institute https://butantan.gov.br/noticias/immunization-of-serrana%C2%B4s-population-with-butantan%C2%B4s-vaccine-has-a-high-decrease-of-80-cases-and-95-in-deaths-by-covid-19
바이오토픽 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
의학약학 양병찬 (2021-06-02)
https://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3314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