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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단클론항체의 기념비적 임상시험 성공: 말라리아 예방

산포로 2021. 8. 13. 09:53

[바이오토픽] 단클론항체의 기념비적 임상시험 성공: 말라리아 예방

 

「언젠가 실험실에서 만든 항체(단클론항체)로 예방할 수 있는 감염병」의 목록이 점차 길어지고 있다. 이제 말라리아도 그 목록에 추가되었다. 한 이례적인 연구에서, 연구팀은 단클론항체를 투여 받은 9명의 참가자들을 '말라리아 기생충을 옮기는 모기'에게 노출시켰다. 그 결과 단 한 명도 감염되지 않았으며, 예방 기간이 6개월 이상 지속된 것으로 나타났다(참고 1).

이번 임상시험은 규모가 너무 작아, 단클론항체의 효능에 대해 확고한 결론을 내릴 수 없다. 그리고 현실세계에서 이루어진 시험도 아니다. 그러나 이 분야의 연구자들은 개념검증(proof of principle) 시험에 큰 인상을 받았다. 왜냐하면 치명적인 질병을 예방하는 길이 새로 열렸기 때문이다. "그것은 대단한 성과다"라고 스크립스 연구소(Scripps Research)의 면역학자로, HIV 감염을 예방하는 단클론항체를 개발한 데니스 버튼(면역학)은 말했다. "이것은 기념비적인 연구다."

단클론항체는 원가가 너무 많이 들기 때문에 많은 개발도상국들에게 그림의 떡이지만, 이번 연구는 현재 널리 사용되고 있는 것보다 우수한 말라리아 백신을 개발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포자와 유사한 단계의 말라리아기생충(Plasmodium falciparum)'─포자소체(sporozoite)─이 생성하는 단백질의 핵심 영역에 대한 면역반응을 겨냥하는 것이 중요한 것으로 증명되었기 때문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예방적 항체는 포자소체의 표면에 돌출한 포자소체막단백질(SCP: circumsporozoite protein)에 결합한다. "CSP라는 표적에 대항하는 항체의 효능을 실제로 평가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라고 독일 암연구센터(DKFZ: Deutsches Krebsforschungszentrum)에서 말라리아 항체를 연구하는 헤다 바르데만(면역학)은 말했다.

사람들을 P. falciparum으로부터 일시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약물은 이미 출시되어 있다. 그래서 많은 여행자들은 말라리아가 창궐하는 지역으로 여행하기 전에 그 약물을 복용한다. 또한 말라리아가 유행하는 시즌(전형적으로 '강우' 및 '모기 개체군의 폭발적 증가'와 관련되어 있다)을 보유한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 중 일부도 그 약물을 복용한다. 그리고 모기장과 살충제는 모기가 사람의 피를 빨아 기생충을 감염시키는 것을 어렵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P. falciparum은 매년 2억 명 이상의 지구촌 주민들을 감염시켜, 약 4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다.

연구팀은 먼저, 실험적 말라리아 백신을 접종받은 사람에게서 P. falciparum에 대항하는 CSP 항체를 분리해 냈다. P. falciparum은 모기와 사람 사이를 넘나들며 복잡한 다단계 생활주기(complex, multistage life cycle)를 과시한다. 연구팀이 분리해 낸 항체는 포자소체가 간세포(liver cell)를 감염시키지 못하도록 차단하는데, 포자소체는 간세포 속에서 또 다른 형태로 성숙하여 적혈구를 파괴하고 질병을 초래하게 된다.

 

Life cycle of malaria parasites (참고 2)

P. falciparum은 항말라리아제에 대한 내성을 획득함으로써 말라리아를 예방·치료하는 능력을 약화시키기로 악명 높다. 그런데 선행연구에서, 6,500개에 달하는 P. falciparum 분리주(isolate)의 유전자구성(genetic makeup)을 분석한 결과, 99.9%는 CSP의 특정 영역이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CSP 영역의 고도로 보존된(highly conserved) 성격은, 말라리아 기생충이 생존하는 데 그 부분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연구자들은 CSP가 (항체를 회피하는 방향으로) 쉽게 변이할 수 없을 거라고 추론했다.

다음으로, 미국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의 로버트 시더(면역학)가 이끄는 연구팀은 중국산 햄스터의 난소세포를 가공하여 CSP 항체의 변이 버전(체내에서 분해되기 않고 머무는 시간이 2배 이상으로 늘어난 버전: CIS43LS)을 대량으로 생산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개념검증연구(proof-of-principle study)에서, 연구팀은 참가자들에게 항체를 주입한 다음, P. falciparum을 보유한 모기로 하여금 그들의 팔을 깨물게 했다. 그 결과, 이 "챌린지 시험"에서 항체를 주입받은 사람들(9명) 중에서 혈액 속에 탐지 가능한 수준(detectable level)의 기생충을 보유한 사람은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와 대조적으로, 항체를 주입받지 않은 사람들(6명) 중에서는 5명이 기생충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감염자들은 즉시 치료를 받았으므로, 아무도 말라리아에 걸리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상의 연구결과를 8월 11일 《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발표했다(참고 3).

COVID-19 팬데믹은 이번 연구의 당초 계획(참가자들에게 항체를 주입하고, 몇 주 후 전원에게 기생충에 감염된 모기에 노출시킴)에 차질을 빚었다. 그 결과 두 명의 참가자는 36주 동안 기생충에 감염된 모기에게 물리는 "챌린지"를 경험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연구결과는, 단클론항체를 단 한 번만 주입해도 6개월 이상 말라리아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시더의 바람은, 오랫동안 말라리아 창궐지역을 방문하는 여행자, 군인, 보건의료종사자들에게 (업체들이 대량으로 생산해 놓은) 단클론항체를 접종하는 것이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비교적 '저용량'의 항체를 '피하'에 주입하는 것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비교적 '고용량'의 항체를 '혈류'에 주입했다.)

좀 더 욕심을 부린다면, 항말라리아 단클론항체를 말라리아의 부담이 높은 지역의 주민들에게 대량으로 접종하는 것이다. 그 항체는 특히 (자연면역을 획득할 기회가 없는) 어린이들과 (중증질환을 앓을 위험이 높은) 임신부들에게 특히 도움이 된다. 시더도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이, P. falciparum에 반복적으로 노출된 사람들은 기생충에 대해 복잡한 면역반응을 보이기 때문에, (P. falciparum에 노출되지 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효능을 인정받았던) 실험적 말라리아 백신이 자칫 허사가 될 수 있다. "이번 연구결과가 발표된 직후, 사람들은 나에게 샴페인을 터뜨렸냐고 물었다." 시더는 말했다. "나는 샴페인이 아니라 맥주 한 잔을 마셨을 뿐이라고 대답했다. 나는 아프리카에서 데이터를 얻을 때까지 샴페인을 터뜨리지 않을 것이다."

2019년, 아프리카의 3개국에서 「RTS,S」라는 실험적 말라리아 백신에 대한 대규모 임상시험이 시작되었는데, 「RTS,S」는 CSP의 다른 부분을 사용한 백신이다. 그리고 지난 4월 현재, 그 예비 프로그램은 65만 명의 어린이들에게 4회 용량의 「RTS,S」를 접종했다. 초기 임상시험에서, 「RTS,S」는 완전히 면역화된(fully immunized) 어린이들의 감염률을 1년 후 50%로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그 비율은 4년 후 28%로 감소했다. "단클론항체를 이용한 더 큰 임상시험이 수행되어, 백신 연구자들이 'CSP의 어떤 부분이 더 효과적이고 오래 지속되는 면역반응을 자극하는지'를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바르데만은 말했다.

국제 AIDS 백신 이니셔티브(International AIDS Vaccine Initiative)에서 일하며, 「RTS,S」 개발의 선구자인 W. 리플리 벌루에 의하면, 이번 연구에서 사용된 용량의 단클론항체를 제조하는 데 드는 비용은, 50kg의 체중을 가진 사람을 기준으로 100달러가 넘는다고 한다. 이것은 대부분의 개발도상국이 감당하기 벅찬 금액이다. "이번 시험은 중요한 개념검증시험이지만, 임상에 적용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라고 그는 말했다.

시더도 벌루의 지적에 동의한다. 그는 새로운 단클론항체를 개발하고 있는데, 그것은 CIS43LS보다 효능이 2~3배 높으며, 내년에 말리(Mali)에서 임상시험에 착수할 예정이다. 그는 차세대 단클론항체들의 효능이 더욱 강력해지기를 바라고 있다. "한 번의 피하주사로 6개월 동안 90% 이상의 예방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생각해 보자." 그는 말했다. "그 정도면 말라리아를 뿌리 뽑는 도구로 사용될 수 있지 않을까?"

바르데만에 의하면, 단클론항체는 궁극적으로 다면적 퇴치전략(multipronged elimination strategy)에 기여할 수 있을 거라고 한다. "하나의 항체만으로는 말라리아를 퇴치하기 어렵다." 그녀는 말했다. "지금껏 한 가지 방법으로 그런 일을 해낸 적은 없었다." 모기장, 치료제, 백신의 조합이 일부 지역에서 말라리아를 억제하는 게 기여해 왔다. "거기에 항체 하나를 얹으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그녀는 말했다.

 

※ 참고
1. https://www.sciencemag.org/news/2021/08/landmark-study-finds-artificial-antibodies-can-protect-against-malaria
2. https://www.frontiersin.org/articles/10.3389/fcimb.2020.587933/full
3. https://www.nejm.org/doi/full/10.1056/NEJMoa2034031

※ 출처: US National Institutes of Health(NIH) https://www.nih.gov/news-events/news-releases/monoclonal-antibody-prevents-malaria-small-nih-trial

바이오토픽 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

 

의학약학 양병찬 (2021-08-13)

https://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3336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