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토픽] 눈물샘 오가노이드를 만들어, 울게 만든 과학자들
연구의 하이라이트 (참고 1)
- 생쥐와 인간의 눈물샘으로부터 성체줄기세포기반 오가노이드(adult stem cell-based organoid)를 만들었다.
- Pax6는 성체세포에서 눈물샘관(lacrimal gland duct)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다.
- 인간 눈물샘관의 주요 세포유형을 대상으로 단일세포 전사체 분석(single-cell transcriptome analysis)을 실시했다.
- 눈물샘 오가노이드로 하여금 눈물을 흘리도록 유도할 수 있으며, 이식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연구자들은 3월 16일 《Cell Stem Cell》에 실린 논문에서(참고 1), 최초의 눈물샘 오가노이드(tear-gland organoid)를 만들었다고 보고했다. 그것은 세포들의 3차원 집합체로, 눈물샘의 미니버전을 닮도록 설계되었다. 눈물을 생성하도록 만들어진 오가노이드는 안구건조증(자가면역질환인 쇼그렌 증후군 포함) 연구에 사용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구는 전망이 매우 밝아 보인다"라고 인도 하이데라바드 대학교의 지타 베무간티(안구병리학)는 논평했다.
감정을 표현하는 것 외에, 눈물은 안구를 촉촉하게 적시고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안구건조증은 통증과 자극을 초래하며, 감염의 빌미가 되기도 한다.
눈물의 생성을 연구하기 위해서,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대학교 의료원의 한스 클레버스(발생생물학)가 이끄는 연구팀은 눈물샘 세포를 오가노이드 형태로 배양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이미 다양한 오가노이드를 만들었는데, 그중에는 미니 간, 자궁경부암, 뱀독샘(snake venom gland)이 포함되어 있다.
울게 하소서(Lascia ch'io pianga)
"눈물샘(lacrimal gland)은 연구하기가 특별히 까다롭다"라고 매사추세츠 눈·귀병원(Massachusetts Eye and Ear)에서 눈물의 생성을 연구하는 달린 다트는 말했다. 눈물샘은 안구 바로 위, 눈확(orbit) 뒤에 위치하고 있어서 생검(biopsy)을 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어렵사리 샘플을 채취해도 미량인 경우가 많다."
클레버스가 이끄는 연구팀은 기존에 축적된 노하우를 이용하여, 생쥐와 인간의 눈물샘에서 채취한 세포들을 배양할 수 있는 조건을 조성했다. 다음으로, 그들은 눈물 생성을 자극하기 위해, 배양된 오가노이드를 여러 가지 화학물질에 노출시켰는데, 그중에는 신경전달물질인 노르에피네프린(norepinephrine)이 포함되어 있었다. 노르에피네프린은 신경세포와 분비샘 사이에서 메시지를 중개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오가노이드에는 눈물샘관(lacrimal gland duct)가 없으므로, 눈물이 생성되면 오가노이드가 부풀어 오르게 된다. "만약 약간의 눈물관이 있었다면, 오가노이드에서 눈물방울이 나왔을 것이다"라고 클레버스는 말했다. 연구팀이 오가노이드를 생쥐에게 이식했을 때, 그 '세포들의 집합체'는 성숙하여 눈물샘 비슷한 구조를 형성했는데, 그 속에는 눈물에서 발견되는 단백질이 포함되어 있었다.
The 'crying' organoids swell up with tears. Credit: Marie Bannier-Hélaouët/Hubrecht Institute
연구팀은 이번에 만든 오가노이드가 눈물샘 연구에 사용되기를 바라고 있으며, 눈물의 생성에 영향을 미치는 약물을 검색하고 있다. 그들은 이미 CRISPR를 이용하여 눈물샘의 발생을 연구했으며, Pax6라는 유전자가 세포로 하여금 눈물샘의 정체성을 갖도록 하는 데 중요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Pax6는 눈의 발생을 조절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Pax6의 초파리 버전을 초파리의 다리에 발현시키면 거기에 눈이 생기게 된다.
클레버스의 연구실은 네덜란드의 박물학자로서 TV 쇼의 호스트인 프레이크 퐁크(Freek Vonk)와 팀을 이루어, 악어의 눈물샘과 유사한 구조를 연구하고 있다. 연구팀의 바람은, 악어가 소금을 배출하기 위해 사용한다는 '악어의 눈물'을 제대로 연구하는 것이다.
이식의 가능성
인간의 세포에서 유래한 오가노이드는 궁극적으로 이식재(material for transplant)를 제공함으로써, 질병에 걸리거나 손상된 눈물샘을 대체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클레버스 팀과 공동연구자들은 침샘의 소기관(organelle)들을 이미 만들어, 올 여름에 구강건조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시작할 계획이다. 구강건조증은 충치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씹기와 맛보기의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 "침샘 임상시험은 일종의 시험대가 될 수 있다. 그 방법을 각색하면 미래의 눈물샘 이식에 활용될 수 있다"라고 다트는 말했다.
한편 다트에 따르면, 클레버스 팀이 침샘의 특징—침샘과 오가노이드의 상세한 세포단위 지도(cell-by-cell map) 포함—을 파악한 이번 연구는 '침샘이 기존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이질적'이라는 사실을 증명함으로써, 연구자들로 하여금 오래된 데이터를 재해석하게 만들 것이라고 한다. "연구팀은 많은 연구에 시사점을 제공했다"라고 그녀는 말했다.
※ 참고문헌
1. https://www.cell.com/cell.../fulltext/S1934-5909(21)00075-8
※ 출처: Nature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21-00681-0
바이오토픽 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의학약학 양병찬 (2021-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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