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토픽] 노화의 후성유전학적 솔루션: 생체시계를 되돌리니 눈이 밝아진 생쥐
ⓒ 트위터 (https://twitter.com/HellmutAugustin/status/1334183170867126274/photo/1)
연구자들은 나이가 듦에 따라 DNA에 축적되는 수천 개의 화학적 흔적(chemical mark) 중 일부를 리셋(resetting) 함으로써, 망막신경이 손상된 늙은 생쥐의 시력을 회복시키는 데 성공했다. 12월 2일 《Nature》에 실린 이번 연구(참고 1)는 나이관련저하(age-related decline)를 역전시키는 새로운 접근방법을 시사한다. 그 내용인즉, 일부 세포들을 '젊은 상태'로 역분화시킴으로써 손상된 조직의 수리나 대체가 활발히 이루어지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중요한 이정표를 세웠다"라고 캘리포니아주 라호야 소재 소크 생물학연구소(Salk Institute for Biological Studies)의 후안 카를로스 이스피수아 벨몬테(발생생물학)는 논평했다. "저자들은 포유류의 조직 재생이 향상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이번 연구가 생쥐를 대상으로 수행되었음을 지적하며, "그런 접근방법이 인간이나 (세월이 흘러 피폐해진) 다른 조직과 기관에 적용될지는 미지수"라고 경고한다.
예지력 있는 접근방법
나이듦(ageing)은 100만 가지 방법으로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데, 그중 하나는 DNA에서 메틸기와 같은 화학기를 추가·제거·변경하는 것이다. 이런 후성유전학적 변화(epigenetic change)는 나이가 듦에 따라 축적되는데, 어떤 연구자들은 "생물학적 나이를 측정하는 데 흔히 사용되는 분자시계(molecular clock)에 눈금을 매김으로써 그 변화를 추적할 수 있다"고 제안해 왔다. 생물학적 나이(biological age)는 생물학적 마모(biological wear-and-tear)를 감안하여 평가한 수치로, 연대기적 나이(chronological age)와 다를 수 있다.
"그런 제안은 '후성유전학적 변화가 나이듦의 효과에 기여할 수 있다'는 가능성으로 이어졌다"라고 이번 논문의 공저자인 하버드 의대의 데이비드 싱클레어(유전학)는 말했다. "그러나 우리는 한걸음 더 나아가 다음과 같은 의문을 제기했다. '만약 후성유전학적 변화가 나이듦의 추동력이라면, 후성유전체(epigenome)를 리셋(재설정)함으로써 생체시계를 되돌릴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접근방법이 작동할 수 있다고 제안한 선행연구들이 있었다. 2016년, 벨몬테와 동료들은 "노화모델생쥐(유전자 조작을 통해, 정상보다 빨리 늙도록 만들어진 생쥐)에게 4개의 유전자를 발현시켰을 때의 효과"를 보고했다(참고 2). 그 유전자들은 이미 세포의 발생학적 정체성(developmental identity)를 박탈함으로써 줄기세포 유사상태(stem-cell like state)로 되돌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그 유전자들을 갈 데까지 가게 하는 대신, 며칠 동안만 활성화했다가 불활성화함으로써 (정체성을 지우지 않고) '젊은 상태'까지만 되돌린다"는 게 벨몬테의 구상이었다.
연구 결과, 생쥐들은 서서히 늙어 갔고, 후성유전학적 표지(epigenetic mark)상으로 젊음을 유지했다. 그러나 그 기법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었으니, "만약 유전자의 부수(copy)가 너무 많거나 너무 오랫동안 발현될 경우, 일부 생쥐들이 종양에 걸린다"는 것이었다.
유전적 스위치
싱클레어의 연구실에서, 루 위안청(유전학)은 세포를 더욱 안전하게 회춘시키는 방법을 모색했다. 첫째로, 그는 벨몬테 팀이 사용한 4개의 유전자 중 하나(cMyc)—암과 관련된 유전자—를 제거한 후, 3개의 유전자(OSK: Oct4, Sox2, Klf4)를 바이러스에 적재하여 세포 안으로 배달했다. 둘째로, 그는 유전자를 활성화하는 스위치(약물)를 물에 넣어, 생쥐가 그 물을 마실 경우에만 유전자가 활성화되도록 했다.
포유류는 발생 초기단계에서 중추신경계의 구성요소를 재생하는 능력을 상실하므로, 루와 동료들은 자신들의 접근방법을 그 단계에서 테스트하기로 결정했다. 그들은 생쥐의 눈에서 망막신경을 절단한 다음, 바이러스를 생쥐의 눈에 주입했다. 그리고 OSK를 발현시켰더니, 생쥐의 손상된 신경이 재생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전까지, 손상된 망막신경을 재생하는 것으로 밝혀진 치료법은 존재하지 않았다.
손상된 눈(eye) 세포가 재생되는 것을 처음 본 순간을 루는 다음과 같이 회고했다. "마치 손상된 부위에서 해파리가 자라나 기어 나오는 것 같았다. 나는 너무 놀라 숨이 막힐 것 같았다."
연구팀은 한걸음 더 나아가, 자신들의 접근방법이 나이관련 시력상실(age-related vision loss), 즉 안내압 상승으로 인한 시력손실—녹내장의 전형적 특징—을 회복시킨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그에 더하여, 그들의 접근방법은 생쥐는 물론, 실험실에서 배양된 인간 세포의 후성유전학적 패턴을 '더 젊은 상태'로 재설정한 것으로 밝혀졌다.
"세포들이 '더욱 젊어진 후생유전학적 상태'의 기억을 어떻게 보존하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싱클레어는 말했다. "우리는 그 메커니즘을 알아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 시간을 되돌리다: 망막세포의 역분화를 통한 나이관련시력상실(age-related vision loss) 역전(참고 3)
망막신경절세포(RGPs: retinal ganglion cells)는 축삭(axon)이라는 투사체를 통해 시각정보를 눈에서 뇌로 전달한다. RGP에서 뻗어 나온 축삭이 손상되면, 이러한 정보전달이 차단되어 시력상실에 이르게 된다. Lu et al.은 《Nature》에 실린 논문에서(참고 2), "손상된 RGCs를 OSK라는 전사인자 칵테일로 치료하여 세포를 젊은 상태로 되돌림으로써, 생쥐의 축삭을 재생하고 시력을 회복시켰다"고 보고했다.
임상으로 도약
그러는 사이에, 연구팀은 이번 기술을 치료법으로 발전시킬 요량으로, 보스턴 소재 「라이프 바이오사이언시즈(Life Biosciences)」에 개발권 일체를 양도했다. 싱클레어에 따르면, 「라이프 바이오사이언시즈」는 현재 전임상 안전성 평가(preclinical safety assessment)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그것은 혁신적인 시력상실 치료법이 될 수 있다." 스위스 바젤 소재 「분자임상안과학연구소(Institute of Molecular and Clinical Ophthalmology)」의 보톤드 로스카 소장은 말했다. "그러나 임상에서 안전하게 사용하려면 많은 점을 개선해야 한다."
노화 연구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청춘의 샘(fountain of youth)'을 약속했다가 임상으로 도약하는 데 실패한 연구들이 수두룩하다.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 싱클레어는 시르투인(sirtuins)이라는 단백질을 활성화하는 화합물—적포도주에서 발견되는 화합물 포함—이 수명을 연장한다고 제안함으로써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그와 다른 연구자들은 (원래 효모에서 관찰된) '시르투인과 노화의 관계'를 계속 연구했지만, 그런 화합물들이 인간의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는 개념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제시되지 않아 논란을 야기했다.
"현재로서 확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다른 연구소들이 이번 연구결과를 재현하거나, 노화의 영향을 받는 다른 기관들(예: 심장, 폐, 신장)에 싱클레어의 접근방법을 적용하려고 노력할 때까지 기다려 보는 수밖에 없다"고 캘리포니아 노바토 소재 「벅 노화연구소(Buck Institute for Research on Aging)」의 주디스 캄피시(세포생물학)는 말했다.
"현재 많은 연구소에서 역분화의 총체적 개념을 연구하고 있으므로, 조만간 데이터가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캄피시는 말했다. "사람들은 희망에 부풀어 있지만, 모든 것이 그렇듯 지속적이고 확장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 참고문헌
1. https://doi.org/10.1038%2Fs41586-020-2975-4
2. https://doi.org/10.1016%2Fj.cell.2016.11.052
3.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20-03119-1
※ 출처: Nature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20-034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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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생명과학 양병찬 (2020-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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