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토픽] 냉전시대의 유산: 미국의 벌꿀에서 지금도 발견되는 방사능 낙진
미국에서 수집한 벌꿀을 검사하던 과학자들은, 1950년대와 1960년대에 수행된 핵실험에서 유래하는 방사능 낙진(radioactive fallout)을 발견했다(참고 1).
그들은 지난 3월 《Nature Communications》에 실린 논문에서(참고 2), 미국 동부의 벌들이 생산한 신선한 꿀 샘플 122개 중 68개에서 방사성 동위원소인 세슘-137이 검출되었다고 보고했다. 검출된 세슘-137의 농도는, 다른 식품에서 검출된 것의 약 100배였다고 한다.
연구팀의 지적에 따르면, 이번에 미국 동부의 꿀에서 검출된 방사성 동위원소의 농도는 건강에 해로운 것으로 간주되는 농도보다 한참 낮은 수준이라고 한다. 참고로 《Science》에 따르면, 이번 연구에서 방사성 동위원소의 농도가 가장 높았던 플로리다 꿀의 수치는 19.1 베크렐/kg인데, 식품안전성의 컷오프는 1,200 베크렐/kg이다.
"나는 사람들에게 꿀을 먹지 말라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난 내 아이들에게 꿀을 먹인다."라고 이번 연구의 선임저자인 윌리엄&메리 칼리지의 제임스 케이스트(지구화학)는 한 성명서(참고 3)에서 말했다. "사실, 나는 이번 프로젝트가 시작됐을 때보다 더 많은 꿀을 먹고 있다."
그러나 이번 발견은, 자연계에 지속적으로 존재하고 있는 원자폭탄의 유산을 강조한다. 조지 드보르스키가 기즈모도(Gizmodo)에 보도한 바에 따르면(참고 4), 20세기 중반에 다섯 개 나라(특히 미국과, 구 소련)가 공기중에서 500번 이상 핵무기를 터뜨림으로써 엄청난 양의 방사성 입자를 대기권으로 방출했다고 한다. 그 핵실험들 중 대부분은 남태평양의 마셜제도(Marshall Islands)와 러시아 북극의 노바야젬랴(Novaya Zemlya) 군도에서 실시되었지만, 일부는 미국 뉴멕시코와 네바다의 육지에서도 실시되었다.
그러한 핵실험에서 방출된 핵낙진 중 상당부분은 세슘-137—핵분열(nuclear fission)의 부산물—의 형태를 띠는데, 폭발과 동시에 하늘로 솟구쳐 올라간 방사능 입자는 땅바닥에 떨어지기 전에 바람을 타고 사방팔방으로 멀리 퍼져 나갔다. 그런데 바람의 패턴이 균등하게 분포하지 않으므로, 세계의 일부 지역에서는 다른 지역보다 유난히 많은 방사선이 검출된다. 예컨대 미국에서는, 탁월풍(prevailing wind)과 많은 강우량 때문에 서부보다는 동부에서 더 많은 세슘-137이 검출된다.
그러나 연구팀이 지역의 꿀에서 관찰한 방사능의 패턴은, 지금까지의 스토리에 또 하나의 소재를 추가했다. 그 내용인즉, '세슘의 농도가 가장 높은 곳'이 '강수량이 가장 높은 곳'과 단순히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토양의 화학—특히 칼륨(potassium)의 존재 여부—이 '방사능이 가장 많이 포함된 꿀'이 생산된 지역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고 한다.
왜 그럴까? 칼륨은 식물의 핵심적인 영양소인데, 칼륨과 세슘 원자는 공교롭게도 비슷한 구조를 갖고 있다. 따라서 식물은 칼륨이 부족할 때 간혹 멋모르고 세슘을 섭취하게 된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 연구에서, 세슘-137의 농도가 가장 높은 꿀은 '토양의 칼륨 함량이 낮은 곳'에서 발견되었다. 일단 식물 속으로 들어간 세슘은 식물의 꿀 속으로 들어가고, 배고픈 벌에게 섭취된 다음, 최종적으로 벌집 속에 저장된 꿀에 들어간다.
인간에게 다행인 것은, 세슘-137의 방사성 붕괴(radioactive decay) 덕분에 환경 속의 세슘-137 농도는 핵무기 실험 이후 계속 감소되었다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보고 있는 방사능은, 1960년대와 1970년대에 존재했던 방사능의 작은 부분이다"라고 케이스트는 성명서에서 말했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핵낙진의 유산이 곤충에게 미친 영향'에 대해 흥미로운 의문을 제기한다. 케이스트에 따르면, 이번 연구결과만 갖고서 "세슘-137이 벌의 군집붕괴(colony collapse)나 개체군 쇠퇴(decline of population)에 영향을 미쳤다"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는 없다고 한다.
그러나 매사추세츠 대학교의 저스틴 리처드슨(생물지구화학)이 《Science》와의 인터뷰에서 말한 바와 같이 "벌은 살충제 때문에 말살되고 있지만, 인간이 배출한 덜 알려진 독소(이를테면 낙진)가 그들의 생존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참고문헌
1. https://www.sciencemag.org/news/2021/04/nuclear-fallout-showing-us-honey-decades-after-bomb-tests
2. https://www.nature.com/articles/s41467-021-22081-8
3. https://www.wm.edu/news/stories/2021/cold-war-legacy-a-spring-break-assignment-evolves-into-investigation-of-cesium-137-in-u.s.-honey.php
4. https://gizmodo.com/radioactive-fallout-from-cold-war-nuclear-tests-is-stil-1846731104
※ 출처: Smithsonian magazine https://www.smithsonianmag.com/smart-news/cold-war-era-nuclear-fallout-detected-us-honey-180977576/
마지막 고래잡이
지구촌 최후의 생계형 고래잡이 부족,그들의 용기와 희생, 사랑을 생생하게 전한다!인도네시아의 어느 화산섬에는 대나무 작살과 목선으로 거대한 고래를 사냥해 생계를 이어가는 토착 부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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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생명과학 양병찬 (2021-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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