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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글로벌 거대 임상시험 「솔리대리티」, 일시적 중단 상태

산포로 2021. 3. 4. 14:43

[바이오토픽] 글로벌 거대 임상시험 「솔리대리티」, 일시적 중단 상태

 

ⓒ BioSerendipity

▶ COVID-19 치료제를 발굴하기 위해 대규모로 진행되고 있는, 유일한 글로벌 임상시험이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에, 잠재적인 COVID-19 치료제를 신속히 테스트하려고, 수만 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솔리대리티(Solidarity)」라는 글로벌 임상시험을 시작했다. 그리하여 2020년 10월 "4가지 후보약물의 효과가 신통치 않다"고 발표했을 때(참고 1; 한글번역), 전 세계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그러나 그 이후로, 「솔리대리티」는 새로운 테스트를 단 한 건도 런칭하지 않았다. 노르웨이 외교부 소속으로서 「솔리대리티」의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욘-아르네 뢰팅엔(John-Arne Røttingen)은 지난 1월 27일, 그때까지 남아 있던 유일한 시험군(항바이러스제인 렘데시비르 투여군)의 임상시험을 종료했다. "「솔리대리티」는 현재 일시적으로 중단되었다"라고 그는 말했다.

「솔리대리티」 운영위원회는 2월 24일 열린 회의에서 잠재적인 신약에 대해 논의했으며, 뢰팅엔은 수 주 내에 임상시험이 재개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관측통들은 '까다롭지만 중요한 임상시험'의 중단에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임상시험 연구자들의 중차대한 네트워크가 발견의 모멘텀을 유지하지 못한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라고 스크립스 중개연구소(Scripps Research Translational Institute)의 에릭 토폴 소장은 말했다. "그들은 팬데믹 기간 동안 전 세계의 COVID-19 환자 치료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3월 함께 시작된 영국의 「리커버리(Recovery)」 임상시험과 함께, 「솔리대리티」는 세계 최대의 「COVID-19 치료제 임상시험」이다. 지금껏 실시된 수백 건의 임상시험들은 규모가 너무 작아, 어떤 실험약물도 배제하거나 용인하지 못했다. "우리는 '완만하지만 가치 있는 효과'와 '전혀 무가치한 효과'를 구분하려고 노력해 왔다"라고 「솔리대리티」의 설계와 자료 분석에 참여한 옥스퍼드 대학교의 리처드 페토(역학)는 말했다.

▶ 전 세계 의사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솔리대리티」는 실험대상 치료제 중 하나를 환자들에게 무작위로 투여한 다음 최소한의 데이터만을 기록하도록 설계되었다. 그것은 네 개의 치료제(렘데시비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먹었다는 히드록시클로로퀸, 인터페론 베타, HIV 약물인 로피나비르/리토나비르)에 대한 테스트를 신속히 런칭했다. 그 결과, 400개의 병원에서 11,000여 명의 대상으로 실시된 임상시험에서, 사망자를 유의미하게 감소시킨 것은 하나도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참고 2).

그러나 임상시험은 그걸로 끝난 게 아니었다. 참고로, 미국에서 실시된 한 소규모 임상시험에서, 렘데시비르는 회복에 필요한 시간을 단축시킨다고 보고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솔리대리티」는 (특히 산소보충이 거의/또는 전혀 필요하지 않은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작은 효과라도 찾아낼 요량으로, 환자들에게 렘데시비르와 표준치료제 중 하나를 무작위로 투여했다. 그리하여 지난 1월 27일 임상시험이 종료될 때까지 약 4,500명의 환자들이 렘데시비르를 투여 받았다. "우리는 '렘데시비르가 조금이라도 가치가 있는지'를 납득할 만하게 증명할 확고한 데이터를 보유하게 될 것이다"라고 뢰팅엔은 힘주어 말했다.

「리커버리」도 중요한 성과를 거뒀는데, 그중에는 2020년 6월 "저렴한 스테로이드제인 덱사메타손(dexamethasone)이 COVID-19의 사망률을 1/3 감소시킨다"(참고 3; 한글자료)라고 보고한 것이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솔리대리티」와 달리, 「리커버리」는 계속적으로 환자를 추가하며 새로운 후보약물을 테스트해 왔다. 「리커버리」는 현재까지 38,000여 명의 환자들을 등록했으며, 5가지 약물(아스피린, 통풍 치료제인 콜치신, 리제네론의 COVID-19를 겨냥하는 단클론항체 칵테일,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인 바리시티닙, 다발경화 치료제인 디메틸푸마레이트)의 효능을 테스트하고 있다. "아스피린의 경우에는 7,000명, 콜치신의 경우에는 5,500명의 환자들이 치료 받았으며, 그 결과는 조만간 발표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리커버리」의 주요 연구자인 옥스퍼드 대학교의 마틴 랜드리는 말했다.

"미국도 비슷한 임상시험 프로그램을 마련하려고 노력해 왔지만, 노력이 느리고 성가신 데다 기본적으로 「솔리대리티」나 「리커버리」처럼 단순하지 않았다"라고 토폴은 말했다. 그러는 동안, 「리커버리」는 최근 인도네시아와 네팔까지 범위를 확장했는데, 이는 그 지역에서 임상시험 능력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 지금껏 수십 개국으로 확장된 「솔리대리티」의 경우, 「리커버리」보다 관리하기가 어려웠으며 약간의 불운이 겹쳤다. 4개의 약물에 대한 임상시험 결과가 출판된 직후, 「솔리대리티」는 아스트라제네카와의 협상을 통해 (면역계를 약화시키는) 아칼라브루티닙(acalabrutinib)이라는 항암제의 효능을 테스트하기로 했었다. 연구자들은 아칼라브루티닙을 포함시키기 위해 치료 프로토콜을 변경했지만, 아스트라제네카가 참가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바람에 테스트가 무산되었다. 또한 「솔리대리티」는 단클론항체의 테스트를 희망했지만, 단클론항체의 혜택을 가장 볼 것으로 예상되는 환자들이 초기단계 환자인데 반해, 「솔리대리티」는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에게 필요한 약물을 테스트하도록 설계되었다는 게 문제였다. "그래서 단클론항체를 제조하는 업체들이 임상시험에 참여하지 않았다"라고 WHO의 최고과학책임자(CSO)인 소우미야 스와미나탄은 말했다. "어떤 임상시험들은 실현되지 않았고, 어떤 임상시험들은 기회를 상실했다."

게다가 「솔리대리티」에는 '플랜 B'나 '플랜 C'가 없었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다른 약물을 추가할 파이프라인을 보유했어야 했다"라고 스와미나탄은 말했다. 한 가지 문제는, 1차로 4개의 테스트 대상 약물을 선정한 위원회가 영구적인 조직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WHO는 2020년 11월에 가서야 영구적인 약물선정위원회를 구성했다.

또 다른 문제는, 첫 번째로 선정한 4개의 약물이 모두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받은 후 '매우 유망한 약물'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는 점이다. "우리는 너무 몸을 사렸다"라고 뢰팅엔은 말했다. "저렴한 제네릭 약물을 갖고서 시작했어야 하는데, 강력한 잠재력을 지닌 후보약물을 기다렸던 게 패인(敗因)이었던 것 같다."

「솔리대리티」 운영위원회가 지난주에 논의한 '새로운 후보약물' 중에는 말라리아 치료제인 아르테수네이트(artesunate)가 포함되어 있는데, 그것은 항염 및 항바이러스 효능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솔리대리티」의 연구팀은 (염증에 관여하는) TNF 억제제와 (면역계의 한 축인) 보체계(complement system)를 억제하는 약물의 테스트를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더 많은 의견을 수렴할 필요가 있다. "제약사들과의 계약 및 관련국들의 승인이 변수다"라고 뢰팅엔은 말했다.

미래에 또 다시 긴급사태에 직면할 경우, 테스트 대상 약물의 선정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스와미나탄의 생각이다. "약물의 선정과 임상시험에 대한 결정에 있어서 글로벌 공조(global coordination)가 필요하다"라고 그녀는 말했다.

최근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솔리대리티」는 여전히 성공적이었다고 페토는 주장한다. "우리는 참가자 부문에서, 압도적인 스코어로 세계 2위의 성적을 거뒀다. 1등은 38,000명을 모집한 「리커버리」, 2등은 15,000명을 모집한 「솔리대리티」였다. 내가 알기로, 3등은 1,000명밖에 안 된다."

 

※ 참고문헌
1. https://www.sciencemag.org/news/2020/10/remdesivir-and-interferon-fall-flat-who-s-megastudy-covid-19-treatments (한글번역 https://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323057&SOURCE=6)
2. https://science.sciencemag.org/content/370/6515/388
3. https://science.sciencemag.org/content/369/6500/124 (한글자료 https://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318362&SOURCE=6)

※ 출처: Science https://www.sciencemag.org/news/2021/03/international-megatrial-coronavirus-treatments-standstill

 

바이오토픽 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의학약학 양병찬 (2021-03-04)
https://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32833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