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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광유전학 기반 치료법으로 환자의 시력 회복

산포로 2021. 5. 26. 13:54

[바이오토픽] 광유전학 기반 치료법으로 환자의 시력 회복


광유전학(optogenetics) 기법의 임상시험이 최초로 성공하여, 한 맹인이 조류의 광감지 단백질(light-sensing algal protein) 덕분에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시력을 일부 되찾았다.

 

Conceptual diagram of optogenetic technology / ⓒ American Physiological Society

광감지 단백질(light-sensing protein)의 유전자를 망막에 주입한 덕분에, 58세 남성이 시력을 잃은 지 40년 만에 이미지와 움직이는 물체를 다시 볼 수 있게 되었다.

5월 24일 《Nature Medicine》에 실린 이번 연구(참고 1)는, 광유전학(optogenetics)이라고 불리는 기법의 임상시험이 성공한 첫 번째 사례다. 광유전학이란 광선을 이용하여 유전자 발현과 뉴런의 발화(firing)를 제어하는 방법으로, 실험실에서 신경회로를 탐지하는 데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통증·실명·뇌장애의 잠재적 치료법으로서 연구되고 있다.

 

☞ 광유전학에서는 빛을 이용하여 뉴런을 제어한다. 과학자들은 조류(algae)나 세균에서 유래하는 옵신(opsin)이라는 감광단백질의 유전자를 뉴런에 추가한 다음, 세포에 빛을 비춰 옵신의 형태를 바꿈으로써 뉴런의 활성 스위치를 켜거나 끈다. 그것은 거의 20년 전 개발된 이래, 대체로 동물의 뇌회로를 연구하는 도구로 사용되어 왔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그게 언젠가 파킨슨병이나 실명과 같은 질병의 치료법으로 사용되기를 바라고 있다(참고 2).

 

프랑스 파리에 본사를 둔 진사이트 바이올로직스(GenSight Biologics)는 이번 임상시험을 위해 망막세포변성증(RP: retinitis pigmentosa) 환자들을 모집했다. RP란 시각경로의 첫 번째 단계인 망막의 광수용체 세포(photoreceptor cell)가 상실되는 퇴행성질환이다. 건강한 망막의 경우, 광수용체가 빛을 탐지한 후 전기신호를 망막신경절 세포(RGCs: retinal ganglion cells)에 보내면, RGCs가 그 신호를 접수하여 뇌에 보낸다. 진사이트의 광유전학 요법(optogenetic therapy)은 바이러스를 이용하여 조류(algae)의 광감지단백질 유전자를 RGCs에 배달함으로써, 손상된 광수용체 세포를 건너뛰어 이미지를 직접 탐지하게 해 준다.

연구팀은 RP 환자의 눈에 바이러스를 주입한 후, RGCs가 단백질을 생산하기 시작할 때까지 4개월 동안 기다린 후 시력검사를 실시했다. 이번 연구를 지휘한 피츠버그 대학교 메디컬센터의 호세-알랭 사헬(안과학)에 의하면, 이번 연구의 어려움 중 하나는 눈에 들어가는 빛의 양과 종류를 조절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왜냐하면 건강한 망막은 다양한 세포와 광감지 단백질을 이용하여 광범위한 빛을 보기 때문이다. "어떤 단백질도 시각계가 하는 일을 재현할 수는 없다"라고 그는 말했다. 그래서 연구팀은 특별한 고글 세트를 개발하여, 환자 주변의 이미지들을 포착하여 세균의 단백질이 탐지하는 데 최적화되도록 했다.

그 고글은 카메라를 이용해 대비(contrast)와 밝기(brightness)의 변화를 분석하여, 그 결과를 (사헬이 말하는) 호박색 점으로 구성된 '별이 빛나는 하늘'(‘starry sky’ of amber-coloured dots)로 실시간으로 변환한다. 이 점들로부터 빛이 환자의 눈으로 들어가면, 단백질이 활성화되어 RGCs로 하여금 신호를 뇌로 전달하게 함으로써 그 패턴을 이미지로 전환한다.

뇌가 점들을 정확히 해석하도록 적응하기 위해, 임상시험에 참가한 남성은 여러 달 동안 고글을 착용하고 훈련을 받아야 했다. "그는 마치 경험주의자 겸 과학자 같았다. 자신이 보는 것을 이해하고 그 의미를 해석하기 위해 노력해야 했으니 말이다"라고 사헬은 말했다. 마침내 그 남성은 선명한 이미지를 만들 수 있게 되었는데, 그중에는 테이블 위의 물체와 횡단보도의 하얀 줄이 포함되어 있었다. 연구팀이 그의 뇌활성을 기록해 분석해 보니, 시각피질(visual cortex)이 이미지에 대해 정상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과 똑같이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남성은 지금까지도 고글이 없으면 볼 수 없지만, 사헬에 의하면 하루에 몇 시간씩 고글을 착용하고 있으며, 단백질을 주입받은 후 2년 동안 시각이 지속적으로 향상되어 왔다고 한다. 6명의 다른 환자들도 작년에 동일한 광감지 단백질을 주입받았지만, COVID-19 팬데믹 때문에 고글 훈련이 지연되고 있다고 한다. 사헬은 약 1년 이내에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안전하고 영구적인 치료법 (참고 3)

"이것은 광유전학을 이용한 치료 분야에서 장족의 발전이다"라고 UC 버클리의 존 플래너리(신경생물학)는 논평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하고 영구적인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이건 매우 고무적이다." 망막은 RGCs보다 약 100배나 많은 광수용체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RGCs가 탐지하는 이미지의 해상도가 자연적인 시각만큼 좋을 수는 없다. 그러나 플래너리에 의하면, 뇌가 이미지를 정확히 해석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라고 한다.

다른 전문가들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건 흥미롭지만,  N of 1(참가자가 한 명뿐인 임상시험)이다"라고 웨일코넬 의대의 셰일라 니렌버그(신경과학)는 말했다. 그녀는 다른 임상시험 참가자(그중에는 더 많은 용량의 광감지 단백질을 주입받은 사람도 있다)의 결과를 보고 싶어 한다.

진사이트는 광유전학을 이용하여 RP를 비롯한 망막장애 치료법을 개발하는 여러 업체들 중 하나다. 지난 3월, 니렌버그의 업체인 바이오닉 사이트(Bionic Sight)는 "5명의 RP 환자 중 4명이 「광유전학 요법 + 가상현실 헤드셋」 시술을 받아, 시각을 어느 정도 회복했다"고 발표했지만, 완전한 임상시험 결과는 아직 출판되지 않았다(참고 4). 그리고 스위스의 거대 제약사인 노바티스도 상이한 단백질에 기반한 치료법을 개발하고 있는데, 그 단백질은 광민감성이 매우 높아 고글이 필요 없다고 한다. 노바티스의 치료법은 아직 임상시험에 진입하지 않은 상태다.

광유전학의 실험실 버전을 공동으로 개발한 스탠퍼드 대학교 캘리포니아 캠퍼스의 칼 데이서로스(신경과학)에 의하면, 이번 연구는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왜냐하면 광유전학 기법이 인간에게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입증된 최초의 사례이기 때문이다. "광민감성이 더욱 뛰어난 옵신(opsin)을 이용하면, 고글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므로 흥미로울 것이다"라고 그는 말했다. 그러나 데이서로스는 광유전학이 치료법보다는 연구도구로서 가장 유용할 거라고 예상하고 있다. "우리의 바람은, 훨씬 더 많은 광유전학 기반 연구(optogenetics-guided study)가 임상연구에 도입되는 것이다"라고 그는 말했다.

 

※ 참고문헌
1.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91-021-01351-4
2. https://www.sciencemag.org/news/2021/05/blind-man-regains-some-vision-help-light-sensing-algal-protein
3.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21-01421-0
4. https://www.globenewswire.com/news-release/2021/03/30/2201412/0/en/First-Four-Patients-In-Bionic-Sight-s-Optogenetic-Gene-Therapy-Trial-Are-Able-To-Detect-Light-And-Motion.html

※ 출처: University of Pittsburgh https://www.pittwire.pitt.edu/news/first-time-optogenetic-therapy-partially-restores-patient-s-vision

바이오토픽 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

 

의학약학 양병찬 (2021-05-26)
https://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331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