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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공룡이 거대해질 수 있었던 건, 척추뼈의 지그재그 이음새 때문

산포로 2017. 2. 28. 09:24

[바이오토픽] 공룡이 거대해질 수 있었던 건, 척추뼈의 지그재그 이음새 때문


Sauropod dinosaur Euhelopus zdanskyi/ © Wikimedia Commons


용각류(sauropod)는 길이 50미터 몸무게 77톤짜리 거대한 공룡으로, 오늘날 아프리카코끼리 몸무게의 14배였다. 그리고 일부 용각류의 목은 전체 몸길이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데, 수퍼사우루스(Supersaurus)라는 적절한 이름을 가진 공룡의 경우 목의 길이가 무려 15미터나 된다. 그런데 용각류 공룡들은 그렇게 길고 커다란 몸뚱이를 어떻게 지탱할 수 있었을까?


이제 과학자들은 용각류 공룡들이 그렇게 거대해질 수 있었던 이유를 새로 제시했다. 그것은 등에 특별한 '이빨달린 뼈'가 있어서, 전체적으로 직소퍼즐 조각(jigsaw puzzle)처럼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공룡들의 척추가 거대한 체중이 가하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어떻게 견뎌냈는지'를 밝힘으로써, 과학자들이 베헤모스(behemoth: 구약성서에 나오는 힘이 센 초식동물로, 히브리어로 '짐승'이라는 일반명사인데, 여러 성경에서는 고유명사처럼 사용됨)들의 성장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과학자와 호기심 많은 초등학생들은 오랫동안 '용각류는 왜 그렇게 컸나?'와 '그들은 무슨 방법으로 그렇게 커졌나?'라는 의문을 품어 왔다. 덩치가 커질수록 지탱하기는 더욱 어려운 법이며, 특히 체중의 상당부분이 공중에 떠있을 때는 더더욱 그렇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 동안, 과학자들은 "수많은 적응(adaptation)을 통해, 용각류의 몸이 부상을 입지 않으면서 거대한 체중을 유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해 왔다. 예컨대, 그들은 (체중을 지탱할 수 있는) 기둥 모양의 다리, 작은 머리, 공기주머니가 달린 뼈 등을 근거로 들이댔다. 그러나 이런 근거만으로는 2프로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던 게 사실이다. 그래서 미국 미시간 대학교의 박사과정에 재학중인 고생물학자 존 프로니모스는, 척추뼈(vertebrae) 하나가 무려 50센티미터에 이르는 스피노포로사우루스(Spinophorosaurus nigerensis)의 화석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스페인의 한 박물관에서 거대한 화석을 살펴보던 중, 프로니모스는 뭔가 특이한 점을 하나 발견했다. 척추의 한 가운데(윗부분과 아랫부분이 만나는 곳)에 위치하는 척추뼈에서, 깊은 지그재그 모양의 선(線)을 찾아낸 것이다.


【참고】 스피노포로사우루스의 척추뼈에서 발견된 지그재그형 이음새



그런데 척추뼈의 지그재그형 이음새가 공룡의 커다란 몸집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 그 이유를 알려면, 먼저 척추의 구조와 성장과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포유동물과 공룡의 경우, 각각의 척추뼈는 두 개의 뼈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뼈들은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서서히 융합된다. 하나는 척추뼈의 원통형 몸체인데, 이것을 종종 중추(centrum)라고 부른다. 다른 하나는 척수(spinal cord)가 들어 있는 호(arc) 부분인데, 이것을 신경관(neural arch)이라고 부른다. 두 개의 뼈는 통자물쇠처럼 척수를 에워싸다, 서로 접촉하여 하나로 합쳐진다. 두 뼈가 융합되기 전에는, 그 사이에서 연골이 새로운 세포를 만들어내며 골성장(bone growth)이 일어난다. 그런데 융합이 일어나는 정확한 시기는 동물에 따라 다르다. 즉, 인간의 척추뼈는 예닐곱 살에 단단히 융합된다. 그러나 거대한 용각류의 경우에는 20대가 될 때까지 융합이 완료되지 않는데, 이 나이에 그들은 거의 다 성장한다.


"다 큰 나이에 척추뼈가 융합된다는 것은 큰 문제다. 왜냐하면 뼈가 성장하는 부분은 연약해서, '갑작스러운 부상'과 '(거대한 체중을 지탱하는 데서 오는) 장기적인 스트레스'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그재그 모양의 선이 이 문제를 해결해 준다. 인간의 경우에는 두 개의 '평평한 면(flat surface)'이 만나 융합하지만, 용각류는 두 개의 '홈 패인 면(grooved surface)'이 퍼즐조각처럼 맞물린다"라고 프로니모스는 설명했다. 웨스턴 보건과학대학교의 매튜 웨델 박사(척추고생물학) 는 이것을 테니스화에 비유한다. "테니스 선수들은 미끄러운 밑창 대신 울퉁불퉁한 밑창이 달린 신발을 선택한다."


"두 개의 뼈가 맞물려 어긋나지 않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타이어의 접지면을 연상시키는 지그재그 모양은 두 뼈 사이의 접촉면적을 증가시킨다. 이는 동일한 힘이 넓은 지역에 분산됨으로써, 모든 지점에서 스트레스가 감소된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프로니모스는 말했다. 그러므로 용각류의 척추가 거대한 체중을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지그재그식 이음새 덕분이었다고 할 수 있다. 프로니모스는 공저자 제프리 윌슨(척추고생물학, 미시간 대학교)과 함께, 이번 연구결과를 이번 달 《Ameghiniana》에 기고했다(참고 1).


일부 척추뼈의 경우, 다른 척추뼈보다 이음새가 훨씬 더 복잡했는데, 그 이유를 프로니모스는 이렇게 설명했다. "척추뼈마다 위치가 달라, 어떤 척추뼈는 비교적 강한 스트레스를, 어떤 척추뼈는 비교적 약한 스트레스를 감당해야 한다. 따라서 어깨 위의 척추뼈에는 가장 복잡한 이음새가 적당한 반면, 머리에 가까운 부분의 척추뼈에는 덜 복잡한 이음새가 적당하다. 어깨는 목 전체를 지탱해야 하는 곳이기 때문에, 가장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목을 따라 아래로 내려갈수록, 각각의 척추뼈들은 좀 더 많은 부하를 견뎌내야 한다. 그러므로 척추뼈가 받은 스트레스는 어깨에 도달할 때까지 계속 증가한다." 이상과 같은 설명에 대해, 웨델 박사는 "공학적으로 설득력이 높다"라고 논평했다.


"나는 이 논문을 좋아한다. 왜냐하면 설명력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인간의 경우에는 이런 문제가 이슈화되지 않겠지만, 만약 체중이 30톤이라면 사정이 달라질 것이다"라고 웨델 박사는 덧붙였다.


프로니모스의 다음 과제는, 다른 공룡들의 척추를 조사하여 '이빨 달린 척추뼈'를 갖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용각류는 가장 큰 공룡 가문이지만, 그보다 훨씬 작은 티라노사우루스 렉스도 약 9톤의 육중한 체구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참고 2). "만약 티라노사우루스의 척추뼈에도 용각류와 비슷한 이음새가 있다면, 고생물학자들이 그들의 생활방식과 그들의 몸에 가해졌던 스트레스의 종류를 정확히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그는 말했다.


※ 참고문헌
1. http://www.ameghiniana.org.ar/index.php/ameghiniana/article/view/3009
2. http://journals.plos.org/plosone/article?id=10.1371/journal.pone.0026037#pone-0026037-t003


※ 출처: Science http://www.sciencemag.org/news/2017/02/zigzagging-backbones-helped-turn-dinosaurs-giants


바이오토픽 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활발하게 활동하...


생명과학  양병찬 (2017-02-28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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