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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강성(剛性)과 탄성(彈性)을 겸비한 폴리머 → 손상된 인체조직 대체, 플라스틱 소비 저감

산포로 2021. 11. 3. 11:11

[바이오토픽] 강성(剛性)과 탄성(彈性)을 겸비한 폴리머 → 손상된 인체조직 대체, 플라스틱 소비 저감

 

손상된 인체조직을 대체할 수 있는, 질기고 내구성 높은 폴리머 소재(polymer material)가 개발되었다. 이는 플라스틱의 소비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A highly entangled hydrogel (left) and a regular hydrogel (right). (Credit: Suo Lab/Harvard SEAS)

고분자학(polymer science)은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일상생활의 보편적인 필수품'들을 탄생시켰지만, 그중 대표적인 것을 몇 가지만 들면 고무 타이어, 테플론(Teflon)과 케블라(Kevlar), 플라스틱 물병, 나일론 재킷이 있다. 엘라스토머(elastomer)라고 불리는 탄성중합체(elastic polymer)는 반복적으로 당겼다 놓았다 할 수 있으며, 장갑이나 심장판막 같은 (오랫동안 찢어지지 않고 지속되어야 하는) 응용제품에 사용된다. 그러나 오랫동안 고분자학자들을 괴롭혀 온 딜레마가 있었으니, 탄성중합체는 강성(stiffness)이나 탄성(toughness)이 우수하지만, 두 가지를 겸비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강성과 탄성의 상충관계(stiffness-toughness conflict)」는 조직 재생(tissue regeneration), 생체접착제(bioadhesive), 바이오프린팅(bioprinting), 웨어러블 전자장치(wearable electronics), 소프트로봇(soft robot) 등의 어플리케이션에 사용될 수 있는 폴리머를 개발하는 과학자들이 직면한 난제(難題)다.

2021년 10월 7일 《Science》에 실린 논문에서(참고 1), 하버드 응용과학대학(SEAS: School of Engineering and Applied Sciences)의 연구팀은 강성(剛性)과 탄성(彈性)을 겸비한 엘라스토머를 개발함으로써 해묵은 「강성과 탄성의 상충관계」를 해결했다.

"떠오르는 어플리케이션(emerging application)을 위한 폴리머를 개발하는 것 외에, 과학자들이 직면하고 있는 또 하나의 시급한 도전은 플라스틱 오염(plastic pollution)이다"라고 이번 연구의 선임저자인 SEA의 쒀즈강 교수(锁志刚; 기계공학, 재료학; 참고 2)는 말했다. "생분해성 폴리머(biodegradable polymer)의 개발은 우리로 하여금 근본적인 의문을 되묻게 만들었다: '어떤 폴리머는 질긴 데 반해, 어떤 폴리머는 푸석푸석한 이유가 뭘까? 반복적으로 잡아당겨도 찢어지지 않는 폴리머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폴리머를 이루는 사슬은 모노머(monomer)라는 빌딩블록들을 연결(linking together)함으로써 만들어진다. 이때 재료의 탄력성을 높이려면, 공유결합(covalent bond)을 이용해 폴리머 사슬을 교차결합(crosslink)해야 한다. 그런데 여기에 딜레마가 도사리고 있다. 교차결합이 늘어날수록 폴리머 사슬의 길이가 짧아짐으로써 재료의 강성(剛性)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당신이 개발한 폴리머 사슬의 길이가 짧아질수록 당신이 거기에 저장할 수 있는 에너지가 줄어들므로, 재료는 푸석푸석하게 된다"라고 SEAS의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이번 연구의 공저자 김준수는 말했다. "만약 몇 개의 교차결합만 도입하면 사슬이 길어져 재료의 탄성이 증가하지만, 너무 질척거려 유용성이 감소한다."

강성과 탄성을 겸비한 폴리머를 개발하기 위해, SEA의 연구팀은 폴리머 사슬을 연결하는 화학결합보다는 물리적 결합(physical bond)에 눈을 돌렸다. 물리적 결합을 얽힘(entanglement)이라고 부르는데, 고분자학이 존재하는 동안 거의 모든 분야에서 알려져 있었지만, 탄성이 아니라 강성에만 영향을 미친다고 여겨져 왔다.

그러나 SEAS의 연구팀은 "얽힘이 충분하면, 강성을 감소시키지 않으면서 탄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리고 '얽힘이 많은 폴리머'를 만들기 위해, 연구팀은 다른 폴리머 레시피보다 수분이 10배 적은 '고농도 모노머 전구체(concentrated monomer precursor)'를 사용했다.

"모든 모노머들을 '수분이 적은 용액'에 욱여넣고 폴리머화함으로써, 우리는 그것들을 강제로 얽히게 만들었다. 마치 얽히고설킨 실 덩어리(tangled strings of yarn)처럼 말이다"라고 이번 연구의 공저자인 SEA의 박사후 연구원 장궈가오는 말했다. "폴리머는 물리적으로 뒤엉킴으로써, 마치 편직물(knitted fabrics)처럼 상호간의 연결성을 유지했다."

 

Each polymer chain has a large number of entanglements along its length (left) and a cross-link at each end. A stretched polymer (middle) showing transmission of the tension to other chains. (Credit: Suo Lab/Harvard SEAS)

수백 개의 얽힘이 도입되자, 한줌의 화학결합만으로도 폴리머의 안정성을 유지하기에 충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탄생한 폴리머는 엘라스토머로서, 높은 탄성과 강도와 내피로성(fatigue resistance)을 보유하고 있다"라고 이번 연구의 공저자로서 SEA의 방문교수인 스메이쉬안쯔는 말했다. "물에 잠겨 하이드로젤(hydrogel)이 되었을 때, 폴리머는 마찰(friction)이 적고 내마모성(wear resistance)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는 이번 연구에서, '교차결합보다 얽힘을 사용할 경우, 재료의 내구성을 향상시킴으로써 일부 플라스틱의 소비량을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라고 장궈가오는 말했다.

"우리의 바람은, 폴리머의 구조에 대한 이해를 증진함으로써 어플리케이션의 확장기회를 늘리고, 이런 물성을 가진 '더욱 지속가능하고 내구성 높은 폴리머 소재(sustainable, long-lasting polymer material)'에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라고 김준수는 말했다.

하버드 기술개발사무소(Office of Technology Development)는 이번 프로젝트와 관련된 지적 소유권을 보호함과 동시에 상업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 참고문헌
1.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ence.abg6320
2. https://www.seas.harvard.edu/person/zhigang-suo

※ 출처:  Harvard John A. Paulson School of Engineering and Applied Sciences https://www.seas.harvard.edu/news/2021/10/elastic-polymer-both-stiff-and-tough-resolves-long-standing-quandary

바이오토픽 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

 

생명과학 양병찬 (2021-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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