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토픽] 강력한 항바이러스제 개발, 최초의 뎅기열 치료제 나오나?
뎅기열(dengue fever)은 극심한 통증과 심지어 사망을 초래할 수 있는 바이러스병이다. 열대지방의 병원들이 뎅기열 집단발병에 당혹스러워하는 가운데 희망의 불빛이 켜졌다. 새로 발표된 논문에서 "시험관 연구와 생쥐를 이용한 연구에서, 뎅기 바이러스의 복제를 차단하는 화합물이 발견되었다"라고 보고됨에 따라, 언젠가 먹기 쉬운 알약(easy-to-take pill)이 탄생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만약 임상시험에서 효능이 인정된다면, 그 약물은 일차의료(primary care)에서 투여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뎅기열이 과다빈도풍토병(hyperendemic disease)으로 자리 잡은 개발도상국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라고 싱가포르 종합병원(Singapore General Hospital)의 제니 로(감염내과)는 논평했다.
뎅기열은 도시 지역에서 번성하는 모기에 의해 전파되며, 주로 아시아와 남아메리카에서 매년 4억 명 이상의 사람들을 감염시킨다. 대부분의 사례는 경미하고, 환자들은 스스로 회복한다. 그러나 9,600만 명의 사람들은 (약 일주일 동안 지속될 수 있는) 심각한 열, 발진, 근육 및 관절통을 경험한다. 이 질병은 4개의 관련된 바이러스─혈청형(serotype)─에 의해 초래되는데, 상이한 혈청형에 의한 잇따른 감염은 내출혈과 사망의 위험을 증가시킨다. 치료제는 없으며, 집단발병이 진행되는 동안 중증 뎅기열 환자들을 수용한 수십 개 병원들은 치명적인 증상을 관리하기 위해 병원치료(hospital care)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네 가지 혈청형 모두에 동시적으로 대항할 필요성 때문에, 뎅기열 백신 개발은 수십 년 동안 좌절되어 왔다(참고 1). "4가지 혈청형 모두에 대해 균형된 활성(balanced activity)을 보이는 약물을 찾는다는 것은 '건초 더미에서 바늘 찾기'와 마찬가지다"라고 이번 연구를 지휘한 루뱅가톨릭대학교(KU Leuven)의 요한 네이츠(바이러스학)는 말했다.
2009년에 시작하여, 네이츠가 이끄는 연구팀은 자동화된 대량검사법을 이용하여 수만 개의 소분자(small molecule)를 대상으로 항뎅기 활성(antidengue activity)을 검사해 왔다. 화학자들은 자신들이 발견한 여러 개의 분자들을 조작하여, 추가 테스트를 위한 2,000여 개의 화합물을 만들어 냈다. 그중 하나인 JNJ-A07는 시험관 실험에서, 마침내 4개의 혈청형 모두에 똑같이 강력한 활성을 지닌 것으로 판명되었다. 다음으로, 연구팀은 그 화합물을 뎅기 바이러스 감염 전후의 생쥐에게 투여하고, 치료제뿐만 아니라 예방약으로도 유용한지 여부를 테스트했다. 그 결과, JNJ-A07는 바이러스 부하(viral load)와 바이러스 유도 질환(virus-induced disease) 모두를 줄이는 데 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이상의 연구 결과를 10월 6일 《Nature》에 발표했다(참고 2).
"생쥐를 이용한 연구 결과는, 인간을 대상으로 한 안전성 및 효능 시험을 정당화한다"라고 호주 모나시 대학교의 캐머런 시몬스(감염병과학)는 말했다. 그러나 미국국립군의관대학교(Uniformed Services University of the Health Sciences)에서 뎅기열을 연구했던 스콧 할스테드는 "과도한 기대는 금물"이라며 이렇게 덧붙였다. "경험에 비춰 보면, in vitro는 물론 생쥐 모델 데이터조차 in vivo 행동의 신뢰할 만한 지표가 될 수 없다."
계속된 실험실 연구에서, JNJ-A07은 복제 복합체(replication complex)─상호작용을 통해, 뎅기 바이러스로 하여금 세포 내에서 자가복제를 가능케 하는 '5개 단백질의 조립체'─의 기능을 차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뎅기 바이러스의 복제 단백질들이 상호작용하는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를 증진함으로써, 네이츠의 연구는 다른 치료제의 개발에 기여할 수 있다"라고 싱가포르 Duke-NUS 의대의 황잉융(黄英勇, 바이러스학)은 말했다.
JNJ-A07의 명백한 문제점은, 최적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증상이 발현된 지 며칠 이내에─즉, 바이러스의 복제가 본격화되기 전에─투여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뎅기열 환자들은 증상이 시작된 지 3~4일이 지나도록 병원을 찾지 않는다. "임상적 혜택을 제공할 수 있는 기간이 매우 짧다"라고 시몬스는 말했다.
"오래 기다리면 너무 늦는다"라고 네이츠는 동의했다. "이 약물의 보급은 의사와 대중을 대상으로 한 교육 캠페인과 병행되어야 한다. 또한 이 약물은 '지역사회 집단감염'의 영향을 최소화하고 '뎅기열 유행지역 방문 여행자'를 보호하기 위해, 예방 목적으로 투여될 수도 있다."
현재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지만, 네이츠는 "오는 11월 열리는 미국 열대의학 위생학회(American Society of Tropical Medicine & Hygiene) 연례회의에서 업데이트된 내용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하며 자세한 언급을 회피했다. 또한 그는 약이 출시될 시기에 대해 섣부른 추측을 삼갔다.
제니 로는 임상의들에게 조급한 마음을 갖지 말라고 당부한다. 그도 그럴 것이, 과학자들은 효과적인 뎅기열 치료제를 찾기 위해 수십 년 동안 전력투구해 왔기 때문이다.
☞ JNJ-A07이 뎅기 바이러스의 복제를 억제하는 메커니즘(참고 3)
뎅기열 치료제를 발견하는 것은 지금까지 매우 까다로웠다.
a. 뎅기열을 초래하는 병원체인 뎅기 바이러스가 복제하려면, 숙주세포의 세포질세망(ER: endoplasmic reticulum)을 둘러싼 막에서 바이러스의 단백질(NS4B, NS3, NS5, NS2A, NS2B, NS4A, NS1)을 포함하는 복합체를 형성해야 한다(이 그림에는 NS4B, NS2B, NS3만 나온다).
b. 루뱅가톨릭대학교(KU Leuven)의 연구팀은 JNJ-A07이라는 분자를 개발했는데, 이것은 경구투여가 가능하며, 예방 또는 치료 목적으로 투여했을 때, 뎅기 바이러스에 감염된 생쥐의 혈중 바이러스 농도를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에 의하면, JNJ-A07은 NS4B가 NS3에 결합하지 못하도록 차단함으로써 바이러스의 복제 복합체(replication complex)가 형성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여, 바이러스의 복제를 억제하고 '바이러스의 혈중 농도'와 '생쥐의 사망률'을 모두 감소시킨다고 한다.
※ 참고문헌
1. https://www.science.org/doi/full/10.1126/science.345.6195.367
2.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1-03990-6
3.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1-03990-6
※ 출처:
1. KU Leuven https://nieuws.kuleuven.be/en/content/2021/ku-leuven-develops-very-potent-antiviral-against-dengue
2. Science News https://www.science.org/content/article/first-drug-dengue-excruciating-disease-may-be-horizon
바이오토픽 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
의학약학 양병찬 (2021-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