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토픽] 「식물 → 곤충 수평유전자이동」 사례 처음 확인
이번 연구의 하이라이트/ ⓒ Cell
- 많은 식물들은 초식곤충에 독성이 있는 페놀배당체를 보유하고 있다.
- 담배가루이는 식물에서 유래한 「페놀배당체 말로닐기전달효소(phenolic glucoside malonyltransferase)」의 유전자인 BtPMaT1을 보유하고 있다.
- BtPMaT1은 담배가루이로 하여금 숙주식물의 페놀배당체를 중화하게 한다.
- 「식물 매개 BtPMaT1 침묵화(plant-mediated silencing of BtPMaT1)」라는 전략은 토마토에게 담배가루이에 대한 완전한 저항성을 제공한다.
치명적인 농업해충(agricultural pest)의 성공이, 부분적으로 수백만 년 전 식물숙주에서 빼돌린 '한 개의 유전자'에 기인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3월 25일 《Cell》에 실린 이번 연구결과는(참고 1) 자연계에서 일어난 「식물 → 곤충 유전자이동」의 최초 사례다. 또한 이번 연구는 「담배가루이(whiteflt; Bemisia tabaci)가 농작물을 매우 능숙하게 갉아먹는 원인」 중 하나를 설명한다. 왜냐하면, 담배가루이가 식물에서 슬쩍한 유전자가 (일부 식물들이 곤충에 대항하기 위해 분비하는) 독소를 중화하기 때문이다.
선행연구에서 문제의 유전자를 억제하면 담배가루이가 독소에 취약해지는 것으로 밝혀졌는데, 이는 담배가루이를 무찌르는 잠재적 경로를 제공한다. "이번 연구를 통해, 식물에게 유리하도록 국면을 전환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드러났다"라고 시카고 대학교 일리노이 캠퍼스에서 식물-해충 상호작용(plant–pest interaction)을 연구하는 앤드루 글로스는 말했다. "연구팀은, 진화를 연구함으로써 농작물 보호(crop protection) 등에 정보를 제공하는 새로운 접근방법을 제시했다."
아주 작은 담배가루이—영어 이름 속에 '파리'가 들어 있지만, 족보를 따지자면 파리보다는 진딧물에 더 가깝다—는 전 세계에서 농업을 황폐화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담배가루이는 가장 파괴적인 식물해충 중 하나로, 수백 가지 식물에서 달착지근한 수액(sugarly sap)을 빨아먹는 동안 끈끈하고 달달한 물질—단물(honeydew)—을 분비하는데, 진딧물 등이 분비하는 단물은 곰팡이의 온상이 된다. 또한 담배가루이는 100여 가지 병원성 식물 바이러스의 벡터(전달체)이기도 하다.
훔쳐 온 유전자
일부 담배가루이 종(種)의 포식솜씨(predatory prowess)가 다른 생물에서 훔쳐온 유전자에 기인한다는 사실은, 따지고 보면 전혀 놀랍지 않다. 왜냐하면 유전자 도둑질(genetic thievery)은 식물과 해충의 전쟁에서 비일비재한 일이기 때문이다. 식물과 곤충 공히 지난 수백만 년 동안 미생물의 유전체에서 수많은 유전자를 훔쳐 왔는데, 그 과정에서 간혹 새로 획득한 유전자를 이용해 공격/방어전략을 수립하곤 했다.
어떤 곤충—예를 들면 커피천공충(coffee berry borer; Hypothenemus hampei)—은 미생물의 유전자를 약탈함으로써, (소화하기 어려운) 식물의 세포벽에서 더 많은 영양분을 추출했다(참고 2). 그리고 밀(wheat)의 야생 친척 중 하나는 곰팡이의 유전자를 빼돌려 이삭마름병(head blight)이라는 곰팡이병을 물리쳤다(참고 3). 그러나 식물과 곤충이 서로 유전자를 훔친다는 것은 지금까지 금시초문이었다.
중국 베이징 소재 중국농업과학원(中国农业科学院)의 장유쥔(张友军, 곤충학; 참고 4)이 이끄는 연구팀은 담배가루이의 유전체에서 '훔쳐 온 유전자'를 찾던 중, 다른 곤충이나 미생물이 아니라 식물에서 진화한 듯한 유전자를 하나를 발견했다.
후속연구를 통해, 문제의 유전자는 페놀배당체(phenolic glucoside)라는 방어용 화합물에 하나의 화학기(chemical group)를 전달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 방어용 화합물은 많은 식물들(이를테면 토마토)이 해충을 쫓아 버리기 위해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담배가루이의 (훔쳐온) 유전자에 의해 초래된 변형 때문에, 페놀배당체는 무해(無害)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Schematic overview of how the acquisition of the plant gene BtPMaT1 empowers the whitefly B. tabaci to neutralize plant phenolic glycosides / ⓒ Cell
자신들의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연구팀은 토마토의 유전자를 조작하여 (담배가루이가 훔쳐온 유전자의 발현을 차단하는) 이중가닥 RNA 분자(double-stranded RNA molecule)를 만들도록 했다. 그랬더니 변조된 토마토를 먹은 담배가루이는 거의 모두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결과는 담배가루이를 겨냥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라고 독일 예나 소재 막스 플랑크 화학생태학연구소(Max-Planck-Institut für chemische Ökologie)의 요나탄 게르셴촌(화학생태학)은 말했다. "이것은 매우 특이적인(specific) 기회를 제공한다. 당신은 익충(예컨대 꽃가루매개자)은 건드리지 않고 담배가루이만 선택적으로 쫓아낼 수 있다."
식물과 해충의 전쟁
"종간 유전자전달(gene transfer between species)을 증명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라고 이번 연구의 공저자인 스위스 뇌샤텔 대학교(University of Neuchâtel)의 테드 털링스(화학생태학)는 말했다. 이번 연구를 위해, 张과 털링스를 비롯한 연구팀은 식물의 비슷한 유전자 시퀀스들을 분석함으로써 담배가루이가 그들의 진화적 친척(evolutionary kin)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한 연구팀은 추가적인 분석을 통해, 문제의 유전자가 (식물의 DNA가 샘플을 오염시킨 결과물이 아니라) 담배가루이의 유전체에 통합되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놀랍지만 납득할 만하다"라고 막스 플랑크 화학생태학연구소의 야닉 파우헛(분자곤충학)은 말했다. "연구팀이 제공한 데이터에 따르면, 수평유전자전달(HGT: horizontal gene transfer)이 가장 설득력 높은 설명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담배가루이가 식물의 유전자를 빼낸 과정은 불분명하다. 털링에 의하면, 한 가지 가능성은 식물의 유전물질이 바이러스라는 매개체를 통해 담배가루이의 유전체로 전달되었다는 것이다.
"더 많은 유전체를 시퀀싱함에 따라, 연구팀은 식물과 동물 간의 유전자전달에 대한 사례를 추가로 발견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글로스는 말했다.
"식물에서 곤충으로 이동한 유전자는, 우리가 지금껏 발견하지 못한 무기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라고 글로스는 말했다. "유전자를 둘러싼 식물과 해충(또는 병원체)의 암투는, 계통수 전체에서 일어나는 보편적 현상이다."
※ 참고문헌
1. https://doi.org/10.1016%2Fj.cell.2021.02.014
2. https://doi.org/10.1073%2Fpnas.1121190109
3. https://doi.org/10.1126%2Fscience.aba5435
4. https://baike.baidu.com/item/%E5%BC%A0%E5%8F%8B%E5%86%9B/9690787
※ 출처: Nature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21-00782-w
바이오토픽 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생명과학 양병찬 (2021-03-26)
https://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3291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