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물을 먹는 물로… '휴대용 담수화 장치' 나왔다
한국 과학자들이 개발… 전력소모 작아 실용적
4~5분이면 1L 만들어… 재해현장서 요긴할 듯
22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물의 날'. 세계 곳곳이 물 부족으로 고통을 겪는 가운데, 한국인 과학자들이 휴대용 담수화 장치를 개발했다. 그간 바닷물을 먹는 물로 바꾸는 장치는 매우 커서 휴대할 수 없었다. 또 전력 소모가 큰 단점도 있었다. 이번에 개발한 담수화 장치는 전력 소모가 작다. 지진 등 재해 현장과 물 부족으로 고통받는 개발도상국에 매우 요긴한 연구 성과가 될 전망이다.
◆바닷물 자체의 전기적 특성을 활용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2030년이면 세계 인구 2명 가운데 한 명이 수자원 부족을 겪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구에서 가장 풍부한 자원인 물이 부족한 이유는 대부분이 바닷물이기 때문이다.
바닷물을 담수로 바꾸는 담수화 설비는 공장 크기 정도이며 무엇보다 전기 에너지 소모가 크다.
미국 MIT 전자전산학과의 한종윤 교수, 김성재 박사, 포스텍(포항공대) 기계공학과 강관형 교수와 고성희 연구원으로 이뤄진 연구진은 휴대용 담수화 장치를 개발했다고 22일 밝혔다. 한종윤 교수는 서울대에서 학사 학위를, 김성재 박사는 포스텍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연구진은 관련 성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나노테크
놀로지(Nature Nanotechnology)' 21일자에 발표했다.
연구진이 내놓은 담수화 과정의 핵심은 해수의 소금을 구성하는 나트륨과 염소의 전기적 특성을 활용해 소금기를 걸러내는 과정이다. 기존의 담수화 과정은 소금 성분을 미세한 막으로 걸러내는 역삼투압 방식이나 물을 증발시켜 소금 성분을 분리하는 증발 방식이 있다.
연구진은 바닷물을 담수화 장치에 집어넣고 바닷물이 지나가는 길목에 전기가 흐르는 그물 형태의 분리막을 설치했다. 그물의 눈은 매우 작아 분자가 지나다니는 수준이다. 분리막에 흐르는 전기장은 (+) 전기를 띤 나트륨 이온만을 통과시키는 역할을 한다. 분리막을 통과하지 못한 (-) 전기를 띤 염소 이온은 한쪽으로 뭉쳐져 모인다.
한쪽으로 몰려 있는 (-) 염소 이온은 뒤에 따라오는 바닷물의 (+) 나트륨 이온을 자연스레 붙잡는다. 분리막을 기준으로 전기를 띤 이온들과 그렇지 않은 민물이 분리돼 바닷물이 담수로 변한다.
결국 연구진이 개발한 이온을 활용한 담수화 방법은 전기장으로 나트륨 이온과 염소 이온을 분리, 자동으로 염소 이온이 뒤에 따라오는 나트륨 이온까지 붙잡아 소금 성분을 해수에서 분리하는 단계를 밟는다.
◆라디오 구동보다 적은 전력으로 담수화 가능
한종윤 교수팀의 담수화 방법은 나트륨 이온과 염소 이온을 한 번 분리하기만 하면 뒤에 밀려오는 바닷물의 이온을 자동으로 분리한다. 소금 이온이 지닌 전기적 특성을 활용해 소금 성분을 분리하기 때문에 전체 담수화 공정에 소모되는 에너지가 적다. 강관형 교수는 "개발한 장치로 4~5분이면 바닷물 1L(리터)를 민물로 만들 수 있으며, 라디오 작동에 필요한 전기보다 적은 양의 전기만 있으면 된다"며 "일반 태양광 발전으로도 담수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MIT 제공담수화 장치의 크기도 작아 휴대용으로 가능하다. 연구진은 가정용 컴퓨터 크기로 제품 생산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분리한 담수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 산성도(pH)는 7.0~7.5, 염분 농도 역시 일반 바닷물에 비해 100분의 1 이하여서 세계보건기구(WHO)의 음용수 기준에 적합한 것으로 확인됐다.
담수화 설비에서 전력 소모는 매우 중요하다. 기존의 증발식, 역삼투압식 모두 전력 소모가 크면서 전체 설비 규모도 크다. 담수화 산업도 장치 산업의 일종이다. 이 때문에 물 부족으로 생존이 위협받는 개발도상국에 담수화 설비는 그림의 떡이다.
한종윤 교수는 "휴대용이면서 전력 소모가 적어 개발도상국가나 지진, 홍수 등의 자연재해로 피해를 본 지역, 전투 중인 군인들의 식수 제공에 이번 연구 성과가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호진 기자 superstory@chosun.com 입력 : 2010.03.23 0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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