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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꿀벌' 갑각류는 해조류의 '꽃가루' 나른다

산포로 2022. 8. 1. 09:01

'바다의 꿀벌' 갑각류는 해조류의 '꽃가루' 나른다

 

국제공동연구팀이 바닷속에서 갑각류가 홍조류의 수분매개자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7월 28일자에 발표했다. 사이언스/빌프레드 토머스 제공.

 

바닷속에서 홍조류의 수분매개에 관여하는 새로운 갑각류가 발견됐다. 갑각류가 마치 꽃가루를 묻혀 나르는 꿀벌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

 

프랑스 소르본대와 칠레 아우스트랄대 등 국제공동연구팀은 갑각류인 이도티 발티카가 홍조류의 일종인 그라실라리아 그라실리스의 수컷 생식세포(정자)를 전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7월 28일자에 발표됐다.

 

약 7000종으로 조류 중 가장 다양한 홍조류는 다른 조류와 달리 정자에 편모가 발달하지 않아 운동성이 없고, 마치 꽃가루 알갱이처럼 생겼다. 즉, 홍조류가 유성 생식을 하려면 정자를 옮기기 위한 물의 흐름이나 수분매개자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유럽의 조수 웅덩이에서 수년 간 그라실라리아 그라실리스를 관찰하다가 약 4cm 길이의 갑각류가 그 표면을 덮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현미경으로 관찰해 보니 이 갑각류의 등에 홍조류의 정자가 붙어있었다. 갑각류가 수분매개자인 셈이다.

 

이런 행동은 홍조류와 갑각류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 홍조류는 번식에 갑각류의 도움을 받고, 갑각류는 홍조류에서 자라는 규조류를 먹고 산다. 또 홍조류와 같은 색을 지닌 갑각류는 포식자로부터 몸을 숨길 장소를 얻는다.

 

사실 바다에 사는 대부분의 조류들은 바닷물의 출렁임에 따라 정자와 난자가 만나 번식을 한다. 바닷속에서 생물이 수분매개를 하는 일은 드물다. 리처드 그로스버그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UC데이비스) 교수는 "바닷속은 공기보다 밀도가 훨씬 높아 수분매개를 하는 노력 만큼의 가치가 없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리암 발레로 프랑스 소르본대 교수는 "해조류와 동물 사이의 관계가 동식물 사이 관계의 진화보다 먼저일 수도 있다"며 "홍조류는 해양의 생물다양성을 유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수정 과정을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동아사이언스 (dongascience.com) 이영애 기자 yalee@donga.com 2022.07.29 17: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