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약회사 취업 설명서] 제약회사에도 포닥이 있습니다
박사 학위를 받고 나면 학계에 남아서 박사후연구원(Postdoctoral researcher, 줄여서 포닥 혹은 포스닥)으로 연구를 하거나 학계를 떠나 회사에 취직을 합니다. 일반적으로 포닥이라고 하면 학계에서 선임연구원(Principal investigator, PI)이 되기 전에 독립적인 연구자로서의 자질을 기르고 입증하는 과정입니다. 분야마다 다르겠지만, 실험이 오래 걸리는 분야는 성과를 내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포닥도 그만큼 길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포닥 과정 동안에 걸출한 성과를 많이 얻었다면, 이를 바탕으로 학계에서 독립적인 연구실을 운영하는 PI가 됩니다. 그런데 제약회사에서도 포닥으로 연구를 할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제약회사에서의 포닥은 학계에서의 포닥과 어떤 차이점들이 있는지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1. 제약회사의 연구 – 포닥의 필요성
제약회사는 기본적으로 약을 개발하는 연구에 집중합니다. 즉 이미 학계에서 충분히 검증된 내용들을 바탕으로 약을 개발하기 때문에 제약회사에서 만드는 약들의 작용 기전은 완전히 새로운 내용이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제약회사에서의 연구는 학계에서 하는 기초적인 연구의 성격보다는 이미 학계에서 밝혀지고 검증된 내용을 바탕으로 하는 중개연구(Translational research)의 성격이 강합니다. 회사에서 하는 실험들의 많은 부분들은 약물이 의도한 대로 작동하는지를 확인하고 이를 확인하기 위한 모델 시스템들을 만드는 것에 집중을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새로운 기전을 발견하고 약물의 표적이 될 새로운 후보물질들을 발굴하는 일을 온전히 학계에서 이루어지는 연구에만 의존할 수도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에서도 어느 정도 기초적인 연구를 합니다. 그리고 물론 회사마다 이러한 기초연구에 투자하는 비중은 다릅니다.
그렇다면 회사에서 기초연구를 누구에게 시킬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연구원들은 회사에서 구축한 파이프라인에 해당하는 약물들에 대한 연구를 하기 위해 고용된 사람들이고, 이들에게 추가적인 기초연구를 시킬만한 여유가 많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는 기초연구를 위해 학계에서처럼 박사를 받은 지 얼마 안 된 사람들을 포닥으로 고용하고, 이들에게 기초연구를 맡깁니다.
또한 기초연구에 대한 아이디어들은 현재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연구원들이 제안하게 되며, 회사는 심사를 통해 선발된 아이디어에 대해 포닥 연구원을 뽑을 수 있도록 지원을 해줍니다.

2. 회사 포닥과 직원의 차이
1) 연구 분야
앞서 설명한 대로 회사 포닥의 경우 기초연구를 수행하게 됩니다. 그러나 많은 경우 이 기초연구조차도 상대적으로 기초적일 뿐 크게는 회사에서 하는 연구와 큰 맥락을 같이 합니다. 예를 들어 CAR-T cell therapy를 개발하는 팀에서 CAR 활성화를 높이기 위한 기초연구로서 특정 유전자를 제거하거나 특정 유전자를 과발현 하는 연구를 할 수도 있고, CAR의 Intracellular domain에 다른 종류의 Costimulatory signal domain을 넣어 기능을 분석하는 연구를 할 수도 있고, CAR-T cell의 조직으로의 침투를 높이기 위해 세포 이동에 관련한 기능을 연구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회사에서 개발하는 약에 대한 기전적인 연구를 하거나 회사에서 타깃으로 하는 질병에 대한 기초적인 연구를 하게 됩니다. 따라서 학계에서 하는 연구처럼 새로운 유전자의 기능을 밝히거나 하는 기초적인 연구보다는 덜 기초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이런 연구가 불가능하다는 것은 아닙니다만 학계에서의 연구보다는 중개연구에 조금 더 가까운 기초연구를 수행하게 됩니다.
2) 역할
회사에 소속된 연구원들은 현재 개발 중인 약물들에 대해 단계마다 필요한 실험들을 하며 결과를 얻고, 다시 이를 토대로 다음 계획들을 세우며, 궁극적으로 약물이 성공적으로 전임상을 거쳐 임상단계에서도 테스트되도록 하는 일에 집중합니다. 반면 포닥은 앞서 소개한 대로 현재 개발 중인 약물과는 직접적인 관련은 없으나 그렇다고 전혀 상관이 없지는 않은 상대적으로 기초적인 연구를 하며, 이를 통해 얻은 결과들로 특허를 내고 논문을 내는 일에 집중합니다. 궁극적으로 연구가 논문으로 출판되도록 하는 것이 회사에서 포닥이 맡게 되는 일입니다.
3) 계약 기간
직원으로 뽑힌 연구원들은 보통 FTE (Full-time employee)로서 별다른 계약기간이 없습니다. 반면 포닥은 2-3년 정도의 계약기간을 두고 채용하게 됩니다. 그리고 학계에서의 포닥처럼 J 비자를 통해 일할 수 있으며, 이러한 이유로 한국에서 박사를 받고 미국에 있는 제약회사의 포닥으로 비자를 받아 올 수 있습니다.
3. 회사 포닥의 장점
1) 회사에서의 연구에 대한 현실적인 경험
앞서 다른 글에서 회사 인턴에 대한 소개를 했고, 인턴십을 통해 회사에서 진행되는 연구에 대해 배울 수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마찬가지로 회사 포닥도 회사에서 이뤄지는 연구들을 바로 옆에서 유심히 지켜보며 오랜 시간 동안 배울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험은 미래의 커리어를 계획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2) 연구 분야 변경
박사 과정 동안 상당히 기초적인 연구를 하는 박사님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연구의 성격이 제약회사에서 원하는 연구가 아닌 경우들이 있고, 이런 연구를 한 박사님들의 경우 제약회사로 곧장 취직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약회사에서의 포닥을 통해 제약업계에서 요구하는 성격의 연구를 수행하고 관련 경력을 쌓음으로써 학계에서 제약업계로의 커리어 전환을 이룰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분야를 바꾸고 싶은 경우, 이와 관련된 경험을 제약회사에서 포닥 연구를 통해 쌓음으로써 향후 취직에 필요한 경력을 만들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감염질환에 대한 연구를 했던 사람이 면역항암치료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해도 면역항암치료 연구에 대한 경험이 없다면 이와 관련된 회사에 쉽게 채용되기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면역항암치료에 대한 연구를 하는 회사 포닥으로 관련 연구를 배우고 경력을 쌓는다면 향후 해당 분야로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되는 셈입니다.
3) 높은 연봉과 혜택(Benefit)
학계에서 하는 포닥과 달리 회사에서의 포닥은 더 높은 수준의 연봉을 받게 됩니다. 지역과 연구기관에 따라 급여는 차이가 있지만, NIH에서 2024년에 0년 차 포닥이 받는 연봉은 약 61000 달러입니다. 이와 비교했을 때 회사에서 일하는 포닥들은 더 높은 수준의 급여를 받게 됩니다(그러나 회사의 박사급 FTE에 비하면 적은 급여를 받습니다). 그리고 회사마다 다르지만 회사에서 제공되는 보험, 401K 은퇴 연급, 회사 주식 보너스, 급여 보너스 등의 혜택들도 받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금전적인 혜택 부분에 있어서 회사 포닥은 학계 포닥과 비교할 때 더 좋은 수준의 혜택을 받게 됩니다.
4) 회사의 기술과 재원 활용
학계에서 아주 큰 랩에 가지 않는 이상 연구비를 사용하는데 늘 눈치가 보입니다. 저도 박사과정 때, 돈이 없는 연구실이 아님에도, 연구비라는 것이 평생 보장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조금은 눈치를 보며 실험하고 빌릴 수 있는 것들은 최대한 빌려보며 실험했던 것이 생각납니다. 특정 회사에서 주문할 항체들을 모아서 한 번에 주문을 넣었는데, 하나를 빼먹었던 실수 때문에 추가 주문을 넣게 되어 교수님께(크게 혼난 것은 아니지만) 아쉬운 소리를 들었던 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회사에서는 연구비를 쓰는 것에 대해 스트레스가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물론 회사라고 해서 내 마음대로 몇천만 원짜리 Single cell RNA sequencing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지만, 항체나 기타 시약들을 주문하는 데 있어서 전혀 눈치 볼 것도 없고 재원이 넘쳐납니다. 스탁이 보관된 곳에 가면 다양한 종류의 시약들이 가득할 뿐 아니라 학계에 있을 때는 직접 할 일들도 돈으로 해결합니다. 대표적으로 DNA cloning 같은 경우 상당 부분 아웃소싱으로 해결합니다. Western blot을 하는 Gel은 이미 만들어져 있는 Precast 제품을 저도 학계에 있을 때 몇 번 사용한 적이 있는데, DNA 전기영동을 하는 Agarose gel도 Precast가 있다는 것은 회사에 와서 처음 알았습니다. 단순히 실험에 소모되는 시약 같은 부분뿐 아니라 장비적인 부분에서도 장점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일하고 있는 회사는 Flow cytometer 기계도 정말 많고 운영도 체계적으로 잘 되어서 연구하기가 정말 편합니다. 이외에도 학계에서는 구경해보지도 못했던 다양한 기계들이 즐비해 있습니다. 게다가 회사가 보유한 특허기술 같은 것도 연구에 활용할 기회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회사의 다양한 기술과 재원들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회사 포닥이 갖는 장점입니다.
5) FTE로 고용될 가능성
회사에서 포닥으로 일하고 계약이 종료될 즈음, 회사의 FTE로 채용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보장된 것은 아니지만, 해당 조직에서 2-3년 동안 팀원들과 좋은 관계 속에서 연구를 성실히 하는 것을 보여주었다면, 누구라도 그 사람을 FTE로 채용하고 싶은 것이 당연합니다. 따라서 포닥을 통해 좋은 성과를 보여주었고 마침 자리가 난다면 회사의 FTE로 채용될 가능성을 어느 정도는 고려해 볼 수도 있습니다.
4. 회사 포닥의 단점
1) 연구 성과에 대한 부담
앞서 설명한 대로 회사 포닥은 2-3년의 짧은 계약기간 동안 일을 하게 되는데, 연구를 해본 사람이라면 다 알겠지만, 이 기간 동안 새로운 곳에서 좋은 연구 결과를 내서 논문을 낸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습니다. 물론 회사의 재원을 통해 연구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2-3년 안에 좋은 논문을 낸다는 것은 매우 어렵고, 이는 큰 부담이 되기도 합니다. 비록 논문을 못 낸다고해 서 회사로부터 페널티를 받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이 맡은 역할에 대해 큰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이는 개인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새로운 발견을 하더라도 회사라는 조직의 특성으로 인해 특허를 먼저 출원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고, 이 경우 논문 출판이 지연되게 됩니다.
2) 고용 불안정
결국 다시 같은 이야기지만, 포닥은 계약 기간이 정해져 있습니다. 따라서 계약 기간이 만료된 이후를 대비하기 쉽지 않습니다. 계약이 끝나기 전에 새로운 제약회사나 현재 일하고 있는 곳에 FTE로 취직을 할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할 가능성도 늘 있습니다. 향후 커리어에 대한 불확실성이 회사 포닥이 갖는 큰 단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3) 학계 커리어로 전환하기 어려움
혹자는 학계로 가야 할지 제약업계로 가야 할지 고민될 때 회사 포닥을 해볼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 번 제약회사에 들어서면 다시 학계로 돌아가기 쉽지 않습니다. 앞서 소개한 것처럼 회사에서의 빠른 연구 속도와 풍부한 연구비에 길들여지면 학계에서 하는 연구의 속도와 방식으로 다시 돌아가기 쉽지 않습니다. 또한 이와는 별개로 회사 포닥을 하는 동안 만일 좋은 연구 성과를 내지 못했다면, 이는 결과적으로 학계로 돌아가게 될 때 좋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학계에서는 성과를 이야기할 때 결국 논문으로 이야기하는데, 회사 포닥 기간 동안의 연구가 논문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면, 그동안의 시간이 결국 공백처럼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5. 결론
이번 글을 통해 회사에서의 포닥에 대한 소개를 했습니다. 소개한 대로 회사 포닥으로서 회사의 자원을 가지고 흥미로운 연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회사 포닥의 장점입니다. 그러나 제약업계로 커리어를 쌓을 것이라면 회사 포닥보다는 회사의 FTE로 곧장 취직하는 것을 오히려 추천합니다. 제약회사에서 포닥을 하고 있는 박사님들이 계시기 때문에 말하기가 조심스럽지만, 제약회사에 곧바로 FTE로 취직을 하지 못해 차선책으로 회사 포닥을 선택하는 경우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회사 포닥이라는 말을 들으면 언제든지 이후에 회사 혹은 학계를 선택해서 갈 수 있는 중간과정처럼 들릴 수 있지만, 오히려 회사 포닥은 제약업계로 커리어를 전환하기 위한 과정에 더 가깝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위에서 소개한 것처럼 연구 분야를 변경하고 싶은 경우에는 회사 포닥이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회사 포닥을 통해 새로운 분야에서의 연구 경력을 회사라는 구조에서 쌓으면 이후 회사에 취직할 때 이점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비록 당장은 FTE로 회사에 취직이 되지 않았더라도, 회사 입장에서는 ‘회사에서 일한 경력’을 값지게 쳐주기 때문에, 회사 포닥으로 회사에서 일한 경력이 향우 회사에 취직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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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C(ibric.org) Bio통신원(제약회사김박사(필명)) 등록 2024.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