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미국 제약회사 취업 설명서] 레쥬메 작성법

산포로 2024. 3. 28. 10:22

[미국 제약회사 취업 설명서] 레쥬메 작성법

 

회사에 지원할 때는 레쥬메(Resume)를 보내게 됩니다. 레쥬메를 통해 지원자가 어떤 사람인지 알기 때문입니다. 레쥬메가 구직에 있어서 어느 정도의 중요성을 가질까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저는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있는 회사의 R&D 포지션들의 경우 보통 한 포지션에 200명 정도가 지원을 한다고 합니다. 그러면 하이어링 매니저는 200여 개의 레쥬메를 봐야 한다는 말이고, 거기서 뽑혀야 이후 면접 과정으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이후의 면접을 볼지에 대한 결정은 우선 철저하게 레쥬메를 기준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레쥬메를 잘 작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잘 작성한 레쥬메는 어떤 것일까요? 하이어링 매니저가 관심을 가질만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고 그 내용이 잘 드러나도록 작성된 레쥬메를 저는 좋은 레쥬메라고 생각합니다. 제 생각이 정답은 아니지만 제가 경험한 구직활동과 회사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면접 보면서 접했던 레쥬메들을 통해 제 스스로 정리한 내용들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Resume와 CV의 차이>

 

일반적으로 제약회사 구직시에는 CV보다는 레쥬메를 제출합니다. 그렇다고 CV를 제출하면 안 되냐고 묻는다면 그건 또 아닙니다. CV를 냈다는 이유로 서류심사에서 광탈을 당하는 것은 아닙니다. CV를 내고서도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취업을 하는 경우도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레쥬메를 선호하는지에 대해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레쥬메와 CV의 차이를 이해해야 합니다. 둘은 비슷하지만 분명히 다른 목적과 구성을 가집니다. CV는 사람들이 읽고 싶어서 ‘읽는’ 것이고 레쥬메는 사람들이 읽도록 ‘쓰는’ 것이라고 저는 정의를 해봅니다. 일반적으로 어떤 사람이 어떤 연구활동을 하는지 궁금할 때, 세미나를 오는 연사의 연구활동이 궁금할 때, 내가 가고 싶은 연구실 PI가 어떤 연구를 하는지 궁금할 때, 그 사람의 CV를 찾아서 보게 됩니다. 많은 경우 누가 보라고 하지 않았는데도 내가 궁금해서 찾아 읽어보는 게 CV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CV는 잘 쓰고 못쓰고를 딱히 구분 지을 필요가 없습니다. 어차피 볼 사람은 찾아서 보기 때문입니다. 반면 레쥬메는 나를 알아달라고 나를 홍보하는 목적으로 작성하는 것입니다. 나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는 사람에게 나를 세일즈 하기 위한 전단지 같은 존재가 레쥬메입니다. 따라서 레쥬메는 열심히 작성을 해야 합니다.

 

CV와 레쥬메는 목적도 다르지만, 구성도 다릅니다. CV는 학술적인 활동에 초점을 맞춥니다. 그래서 어떤 학위를 받았는지를 보통 서두에 적고 이후에 저널에 발표한 논문, 학회 참여 및 발표 경력, 특허, 학생들을 가르쳤던 경력 등을 적습니다. 분량에 제한도 없고 내가 했던 학술적 활동을 빠짐없이 적습니다.

 

그러나 레쥬메는 보통 분량을 짧게 합니다. 최대 두 장 정도로 맞추는 것이 암묵적으로 합의된 규칙입니다. 물론 두 장 넘어간다고 탈락은 아닙니다만 대부분 한 장에서 두 장 정도로 맞춥니다. 그리고 학술적 활동이 아닌 실무경력과 내가 가진 기술과 능력을 보여주기 위한 내용들이 주를 이룹니다. 물론 학계에서 이제 막 회사로 취직을 하는 경우에 나의 이력이 결국 학술 활동이고 논문실적이 나의 능력을 증명해 주는 증거가 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논문실적보다는 내가 가진 기술들과 연구 경험을 구체적으로 적어줘야 합니다. 왜냐하면 논문내용을 찾아보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하이어링 매니저가 100명 넘는 지원자들의 논문을 찾아보며 레쥬메를 보는 경우는 없습니다. 지원자가 아무리 자신의 논문 실적을 보여주고 싶어도 하이어링 매니저가 관심을 갖는 내용이 아니면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물론 본인의 학술적 역량을 보여주는 근거가 되므로 안 중요하다고 말하지는 않지만 결정적인 것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회사에서는 시킬 일이 있고, 그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을 뽑기 위해 구인공고를 냅니다. 따라서 논문실적 좋은 사람을 뽑는 것이 아니라 회사에서 맡길 일을 할 능력과 해당 직무와 유사한 경험이 있는 사람을 찾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CV가 아닌 실무경력과 기술 위주로 작성된 레쥬메를 통해 빠르게 후보들을 선별할 목적으로 많은 하이어링 매니저들은 레쥬메를 읽기를 선호합니다. 제가 작성했던 레쥬메를 보면서 레쥬메의 구성과 작성법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레쥬메 작성법>

 

제가 작성한 레쥬메가 정답은 아니고 그저 하나의 예시이지만, 제 레쥬메를 예시로 핵심적인 내용들이 무엇이고 불필요한 내용이 무엇인지를 소개해보겠습니다.  참고로 저는 미국에서 면역학 박사학위를 받고 아주 짧은 포닥을 하면서 구직을 했고, 회사의 박사급 R&D 포지션으로 간 경우입니다. 따라서 예시로 든 제 레쥬메는 연구직을 구하는 구직자의 관점에서 작성된 레쥬메이며, 이러한 관점에서 레쥬메를 작성하는 법을 위주로 설명하겠습니다.

 

1. 기본 인적사항

 

 

가장 먼저 지원자의 이름과 기본적인 인적사항 (전화, 이메일주소, 주소, 링크드인) 등을 적습니다. 사진은 넣지 않습니다.

 

이메일주소: 중요합니다. 지원 이후 모든 과정에서 연락은 이메일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학계에 있는 경우라면 본인이 소속된 학교나 연구기관의 이메일을 적어도 괜찮고, 현재 회사에서 일하면서 이직을 목적으로 레쥬메를 작성한다면 개인 이메일을 적는 것을 추천합니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와서도 한국에서 사용하던 한국 서버의 개인 이메일을 사용하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하지만 네이버 같은 서버는 미국사람들이 모르는 서버기 때문에 구글계정으로 이메일을 만들어서 사용하는 것을 매우 추천합니다. 혹시라도 이메일 주소가 복잡하거나 본인의 이름과 상관없는 이메일 주소를 사용하고 있다면 구직을 위해 이메일 계정을 새로 만드는 것을 추천합니다. 본인이름이 짧다면 풀네임, 길다면 이니셜 등으로 쓰고 숫자를 붙이는 것이 가장 무난합니다. 예를 들어서 이름이 손흥민이라면 ‘hson7’ 또는 ‘hs7’ 등으로 합니다. 아묻따 국룰입니다.

 

전화번호: 전화번호의 경우 개인연락처를 적습니다. 실제로 면접과정으로 진행을 하게 되면 전화 통화를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인사팀과 스크리닝 인터뷰를 할 때도 전화 또는 Microsoft Teams를 통해 진행합니다. 제 매니저는 제가 오퍼 수락을 고민할 때 저한테 개인적으로 전화를 해서 오퍼 수락하고 회사 오면 좋겠다고 얘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이후에 시작 날짜를 조정할 때도 매니저랑 전화통화를 했습니다.

 

주소: 집주소를 구체적으로 적을 필요 없습니다. 어차피 그 주소로 누군가 레쥬메를 보고 찾아올 일은 없습니다. 주소를 쓰는 이유는 현제 구직자가 어느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지에 대한 대략적인 정보를 주기 위함입니다. 하이어링 매니저 입장에서 볼 때 구직자의 현거주지가 회사에서 먼 지역에 있으면 ‘이사를 해야 하는 경우겠고 회사에서 이사비용을 어떻게 해줄지를 알려줘야 하는 경우구나’ 정도의 정보를 알 수 있는 것이고, 구직자가 회사 근처에 살고 있다면 ‘금방 일을 시작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구직자가 현재 외국에 살고 있다면 ‘비자 문제가 있을 수도 있겠구나’ 정도의 정보를 알게 되는 것입니다. 딱 그 정도의 정보를 주는 것이기 때문에 몇동 몇호까지 적지 마시고 사는 지역 도시, 주, 우편번호 정도만 적으면 됩니다.

 

2. 자기소개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짧은 소개를 몇 문장 적습니다. 내 연구를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짧게 적는 부분입니다. 제가 지원했던 공고에서는 자가면역질환과 관련된 T cell 연구를 했던 사람을 찾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그 부분에서 제가 맞는 지원자임을 보여주기 위해 제가 자가면역질환 분야에서의 T cell 전문가라고 두 문장에서 먼저 소개했습니다. 그다음 두 문장은 제가 어떤 사람인지를 설명하는(일하는 스타일을 설명하는) 문장을 적었습니다. 어느 정도 상투적인 표현들이지만, 수많은 상투적인 표현들 중에서 자신을 설명할 수 있는 몇 단어를 고르는 것에서도 그 사람이 연구와 일을 함에 있어서 어떤 어떤 가치를 지향하고 어떤 태도를 갖는지를 어느 정도 보여줄 수 있습니다. With more than XX years of research experience 등의 문구를 넣어 자신의 연구경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를 알리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제가 적은 것과 같은 스타일로만 적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레쥬메에서는 이런 몇 문장을 통해 자신이 어떤 분야의 전문가이고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것이 보편적입니다.

 

3. 연구경력/실무경력

 

 

자신이 어떤 연구를 또는 일을 했는지를 적어줍니다. 공간의 여유가 있다면 인턴쉽 경력을 적어도 되지만 그렇지 않다면 인턴쉽 경력은 굳이 적지 않아도 됩니다. 엄밀히 말해서 인턴쉽은 Work experience가 아니라 Learning experience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연구를 했는지 적을 때는 간략하게 핵심을 적어주는 게 중요합니다. 학계에 오래 있으면서 자신의 연구분야를 오래 연구하다 보면 그 부분에 대해 할 말이 많아지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렇지만 줄이고 줄여서 짧게 핵심만 적는 것이 좋습니다. 자신이 밝힌 연구의 메커니즘을 소개하거나 연구 결과가 갖는 의미를 소개한다거나 하지 않습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간단하게 연구를 요약합니다. 예를 들면 ‘A 세포가 B 질병을 일으키는데 필수적인 C라는 유전자 연구’, ‘A세포 분화를 조절하는 B 유전자 연구’ 같이 간단하게 적습니다. 이를 통해 하이어링 매니저는 지원자가 어떤 질병/어떤 세포/어떤 분야/어떤 관점의 연구를 했다는 정보를 얻는 것입니다. 같은 카테고리로 묶을 수 있는 연구들이 있다면 그 연구들을 대표할 수 있는 카테고리로 해당 프로젝트들을 묶어주는 것도 연구 내용을 간단하게 정리하는 한 방법이 됩니다.

 

자신이 지원하는 포지션의 특성에 따라 강조해야 하는 부분들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실제적으로 연구를 해야 하는 포지션의 경우에는 연구 경력을 강조해야 할 것이고, 매니저 레벨의 포지션이라면 그 직무의 특성에 맞게 대학원생/포닥/팀원 등을 멘토링 했던 경력, 팀을 이끌었던 경력, 다른 팀들과의 협동연구를 주체적으로 이끌었던 경력, 회사에서 파이프라인에 따라 실제적으로 약물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시켰던 경력 등을 강조해서 적어줘야 합니다.

 

4. 전문기술

 

 

연구경력과 함께 레쥬메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전문기술입니다. 학계에 있다가 회사의 R&D 분야로 취직을 하는 경우 실제적으로 실험을 하는 위치로 취직을 합니다. 매니저급으로 취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실험을 하는 일을 하게 될 것이고, 하이어링 매니저도 실험할 사람을 뽑는 것이기 때문에 자신이 어떤 연구기술들을 가지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적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연구를 오래 하면서 자신과 비슷한 연구를 하는 사람들과 어울리다 보면 어떤 기술은 너무 전문가가 되어서 오히려 남들도 다 이 정도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들이 생깁니다. 그러다 보면 자신의 기술들을 때로는 지나치게 간단하게 적게 됩니다. 그러면서 ‘이 정도 적으면 여기서 파생되는 것들도 ‘당연히’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당연히’ 알겠지?’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실제로 연구경력이 긴 분들의 레쥬메를 보면 실험 기술들을 간단하게 적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너무 많은 것을 할 줄 알기 때문에 다 적기가 어려워서 그런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말하지 않으면 상대방은 모를 수 있습니다. 최대한 자세하게 자신의 능력을 자랑해줘야 합니다. 모든 것을 다 적을 수 없다면 하이어링 매니저가 관심을 가질 기술에 더 집중해서 자세히 적어줘야 합니다.

 

연구경력과 전문기술을 적는 순서는 크게 상관없습니다. 저는 연구경력을 먼저 적었지만 전문기술을 먼저 적어도 상관없습니다. 그렇지만 이 두 섹션을 구분 지어 적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연구경력을 적으면서 거기에 사용된 전문기술들도 같이 적은 레쥬메들도 종종 보게 됩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집중해서 읽기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가능한 모든 것을 주제별로 구분 짓고 간단하게 적어서 쉽게 읽히고 눈에 잘 들어오게 해주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이 두 섹션을 작성할 때는 구인공고의 내용을 참고하면 좋습니다. 구인공고에는 어떤 일을 했고 어떤 기술을 가진 사람을 찾는다는 말이 반드시 있습니다. 그 부분에 초점을 두고 그 사람이 바로 나라고 강조해 주는 것이 레쥬메 작성의 핵심입니다.

 

5. 나머지 내용들

 

나머지 내용들에 들어가는 것은 학위/학력, 수상경력, 논문경력 등이 있습니다. 이 내용들도 물론 중요하지만 나머지로 구분지은 것은 이 내용들이 앞서 설명한 연구경력과 기술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도가 적기 때문입니다. 재차 강조하지만 하이어링 매니저는 뽑고 싶은 사람이 정해져 있습니다. 자신이 시킬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을 뽑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머지 정보들은 있으면 좋은 것이고 중요성과 관심도 측면에서 연구경력과 기술을 앞설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적어주긴 하지만 뒤에 적어주고 간단하게 적어주면 됩니다. 또한 논문을 많이 내서 지면이 부족하다면 Selected publications로 몇 개의 중요한 논문만 적어주고 Google Scholar 링크를 넣는 것으로 나머지 논문 목록을 대체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제가 작성한 레쥬메를 예시로 레쥬메 작성법을 소개했습니다. 내가 쓰고 싶은 레쥬메를 쓰지 말고 하이어링 매니저가 읽고 싶은 레쥬메를 쓴다는 것을 기억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수백 개의 레쥬메를 읽고 그중에서 면접을 볼 사람들을 선별하는 하이어링 매니저 입장에서 생각을 해보면 좋겠습니다. 본인이라면 어떤 기준으로 레쥬메를 선별할 것인지도 생각해 보면 좋은 레쥬메를 쓰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레쥬메 예시>

 

 

본 기사는 네티즌에 의해 작성되었거나 기관에서 작성된 보도자료로, BRIC의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또한 내용 중 개인에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사실확인을 꼭 하시기 바랍니다.

[기사 오류 신고하기]

 

BRIC(ibric.org) Bio통신원(제약회사김박사) 등록일2024.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