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 이동 돕는 혈관 ‘구멍’ 형성 과정 밝혔다
DGIST·아산병원 연구진, 혈관 투과성을 제어하는 ‘유창’ 형성 메커니즘 규명

국내 연구진이 모세혈관 세포에서 물질 수송이 이뤄지는 유창(有窓, 구멍) 구조의 형성을 분석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발견했다. 혈관 질병을 이해할 새로운 실마리다.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는 서대하 화학물리학과 교수 연구진이 이준엽 서울아산병원 안과 교수 연구진과 공동연구를 통해 혈관 세포막 단백질의 한 종류인 ‘PLVAP’의 공간적 자기조직화 메커니즘을 발견했다고 7일 밝혔다.
PLVAP 단백질은 혈관의 내막을 구성하는 ‘혈관내비세포’에서 유창을 형성하고 그 격막(diaphragm)을 이루는 단백질이다. 혈관의 물질 투과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 다양한 혈관 질환, 암, 중추신경계 질환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다양한 질병의 증세를 치료할 수 있는 표적인 만큼 다방면으로 연구되고 있으나, PLVAP 단백질과 유창의 형성 과정, 초미세구조와 같은 분자생물학적 메커니즘 규명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에 연구진은 단일 분자 추적 광학현미경 영상기술, 영상 데이터의 머신러닝 분석 기술과 ‘반응-확산(Reaction-Diffusion) 모델’을 활용해 PLVAP 단백질의 활동과 유창이 생기는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반응-확산 모델은 화학적 반응과 물질의 확산을 변수로 두고, 복잡한 구조나 질서를 모델링하는 수학적 방법이다.
관찰 결과, PLVAP 단백질은 미소 입자가 액체나 기체 안에서 움직이는 ‘브라운 운동’과 같은 무질서한 확산과 단백질 간 상호작용의 화학 평형에 놓여있지만, 세포는 주변 환경을 이용해 이들의 반응 속도를 조절하면서 매우 규칙적인 유창을 형성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또 정상 쥐와 PLVAP 단백질 관련 유전자를 제거한 쥐를 비교하는 동물 실험을 통해 혈관 세포의 유창과 그 규칙성 손실, 혈관을 통한 물질 수송의 기능적 저하가 질병의 발병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도 살폈다. 그 결과 기존 전통적 의학이나 생물학 방법으로 이해할 수 없었던 새로운 관점에서 세포의 형태와 기능을 조절하는 물리, 화학적 메커니즘을 밝혀낼 수 있었다.
연구를 이끈 서대하 교수는 “나노입자 합성 화학, 고분해능 현미경기술, 머신러닝 기술과 같은 다양한 학문의 방법론을 통해 PLVAP 단백질과 관련된 생명현상의 새로운 메커니즘을 이해할 수 있었다”며 “이번 연구 결과가 향후 혈관 질환 치료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나노 레터스(Nano Letters)’에 지난달 10일 온라인으로 공개됐다. 이달 중에 표지 논문으로 게재될 예정이다.
참고 자료
Nano Letters(2024), DOI: https://doi.org/10.1021/acs.nanolett.3c03637
조선비즈(chosun.com) 홍아름 기자 입력 2024.02.07. 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