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만 먹어도 살이 찐다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장’을 한번 들여다 봐야 할 것 같다. 모든 사람들의 장 속에는 100조 마리의 세균이 살고 있는데, 이 장내세균의 종류에 따라 비만이 결정된다는 연구결과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 워싱턴대 제프리 고든 박사 연구팀이 네이처지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장내 세균의 종류는 크게 페르미쿠테스문 균과 박테로이데테스 균 두 가지 균으로 나뉘는데, 정상체중인 사람들은 페르미쿠테스 균이 30%정도를 차지하지만 과체중이나 비만이 있는 사람은 페르미쿠테스 균이 90%나 됐다. 연구팀은 “피르미큐테스 균은 음식을 잘게 분해해 소장에서 잘 흡수되게 만들고 음식을 당이나 지방산으로 더 많이 바꾸기 때문에 비만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원자력병원 병리과 김민석 교수는 “식생활 패턴을 바꿔 장내 세균의 비율을 바꿀 수 있다. 고든 박사팀의 연구에서도 비만 환자들에게 1년 동안 저지방·저탄수화물 식사를 하도록 하자 페르미큐테스 균이 73%까지 떨어지고 박테로이데테스 균은 15%로 늘었다”고 말했다.
“섬유질이 적은 음식을 먹으면 비만을 부르는 페르미쿠테스 균이 많아지고 반대로 섬유질이 많은 음식을 먹으면 비만을 막아주는 박테로이데테스 균이 많아지므로 섬유질이 많은 음식을 먹는 것이 다이어트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그는 말했다.
장내 세균 검사는 최근 세균의 유전자 분석법이 개발되면서 종류와 수까지 알 수 있게 됐지만, 아직 일반인들이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상용화 돼 있지는 않다.
홍유미 기자 hym@chosun.com
http://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09/01/21/200901210146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