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무엇이 나를 남과 다르게 만드는 것일까?(상)

산포로 2008. 3. 6. 19:58

무엇이 나를 남과 다르게 만드는 것일까?(상)

 

  
유전자가 말해주는 나의 운명

21세기 과학난제 "당신은 누구입니까~ 나는 ○○입니다~ 그 이름 아름답구나~"

아이들이 부르는 동요다. 태어난 지 한 돌도 되기 전에 사람은 누군가가 자신을 부르면 그게 나라는 것을 안다. 아주 일찍부터 나는 남과 다른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으로, 나를 남과 구별해주는 것은 이름뿐만이 아니다.

나는 남과 다른 눈, 코, 입, 체형 등의 외모를 가졌고, 수줍음을 타거나 외향적인 자신만의 성격을 소유했으며, 자동차를 좋아하거나 쇼핑을 즐기는 성향이나 개성이 있고, 어떤 일에 대해 대응하는데 자신만의 태도와 행동을 보이며, 똑똑하거나 조금은 뒤떨어진 지능을 소유하며 살아간다. 그래서 전 세계에는 약 60억 명이나 되는 ‘나’란 존재가 남과 다른,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처럼 60억 명이나 되는 ‘나’들은 왜 남과 다른 것일까? 무엇이 나를 유별나게 만드는 것일까? 이 질문은 전통적으로 심리학자들의 몫이었다. 심리학자들은 그동안 ‘나’란 존재들을 탐구해 왔다.

심리학자들이 예전부터 개인의 특성을 조사하는 방법은 관찰이었다. 관찰을 통해 개인의 복잡한 정신세계와 성향을 분석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영상기술의 발전으로 심리학자들은 조금 더 과학적인 도구를 얻었다. 뇌의 영상을 찍는 것이었다.

심리학자들은 ‘나’의 정신세계와 모든 행동을 지령하고 통제하는 것이 뇌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 동안 뇌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조사했다. 그 결과 뇌가 사람들의 특성에 따라 다르게 작동한다는 연구결과들이 쏟아져 나왔다. 최근 심리학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사춘기를 심하게 보내는 청소년의 경우 뇌의 특정 부위가 보통의 아이들과 다르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 생물학자들이 심리학자들의 전통적인 연구주제에 끼어들기 시작했다. 다만 생물학자들은 연구대상이 인간의 뇌가 아니라 인간의 유전정보인 게놈을 대상으로 한다. 그렇다면 생물학자들은 개인의 유전정보로부터 나란 존재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것일까?

우리는 어머니와 아버지로부터 각각 23개의 염색체를 물려받아 46개의 염색체를 갖고 있다. 이 46개의 염색체가 들어있는, 나를 만들어낸 최초의 세포는 수없이 쪼개어져 우리 몸을 형성했다. 이 염색체에는 어마어마한 길이의 DNA로 구성되어 있고, DNA는 A, G, C, T, 이렇게 네 종류의 염기로 이중나선 구조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46개의 염색체 속에는 30억 쌍의 DNA 염기가 존재한다.

전 세계 60억 명 이상의 ‘나’들은 일란성 쌍둥이가 아닌 이상 자신만의 고유한 30억 쌍의 DNA 염기서열, 즉 자신의 게놈을 갖고 있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게놈을 통해 ‘나’들은 각자 특징적인 외모와 선천적인 기질 그리고 질병을 갖고 태어나는 것이다. 인간게놈을 연구하는 생물학자들은 바로 게놈을 들여다봄으로써 남과 다른 나를 설명하려고 하고 있다.

이런 일이 가능해진 것은 최근의 게놈연구의 발전 덕분이다. 2003년, 인간게놈프로젝트 국제 컨소시엄은 30억 쌍으로 이루어진 DNA 염기서열을 12년 걸려 완전 해독했다. 말이 쉬워 30억 쌍이지 이 정도는 어마어마한 양이다. 이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은 인간의 유전자가 99.9%가 서로 같다는 점이었다. 단지 0.1%의 차이로 나는 남과 다를 뿐이었다. 하기야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인 침팬지의 경우, 인간과 유전자와 고작 1% 차이가 난 것에 비하면 0.1%라는 개인 간 차이가 적다고만은 할 수 없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유전적인 0.1% 차이는 나에 대해 무슨 말을 해줄 수 있는 것일까? 사실 이 질문에 대해 아직까지 과학자들은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못한다. 단지 그들은 유전자가 보여주는 ‘나’에 대한 탐색을 벌인지 얼마 안 되었기 때문이다. 2003년에야 처음으로 인간의 게놈을 해독했으니 아직 개인 간 차이에 대해서 얘기하기엔 섣부를 수밖에 없다.

현재 과학자들은 개인 간의 0.1%가 어떤 것인지를 조사하고 있다. 인간게놈프로젝트를 통해 밝혀낸 바에 따르면 0.1%의 차이는 주로 단일염기다형성(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s, 줄여서 SNP)이라는 것으로, DNA 염기서열에서 특정 부분에 하나의 염기가 사람마다 다른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어느 DNA 염기서열에서 어떤 사람의 경우 A 염기를 가졌다면 다른 사람의 경우 G가 되는 것이다. SNP는 피부나 머리카락 색깔, 체질, 질병 가능성 등 개인이나 인종의 유전적 특성을 나타내어 준다.

인간게놈프로젝트가 거의 완성에 이르렀던 2002년 10월, 미국과 영국, 캐나다, 중국, 나이지리아 등의 국가가 참여하는 새로운 국제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프로젝트의 이름은 국제 햅맵(HapMap) 프로젝트. 햅맵은 유전학 용어인 ‘일배체형(haplotype)’에서 따온 말로, SNP로 구성되는 개인 간의 유전적 차이를 나타내는 지도를 말한다. 즉 국제햅맵프로젝트의 목표는 바로 인간의 개인 유전적 차이 지도를 만드는 것이다.

2005년 10월, 이 프로젝트는 사람들마다 차이가 있는 특정 유전자의 상세한 지도인 햅맵을 처음으로 완성해 네이처지에 발표했다. 당시 이 지도에 담겨져 있던 SNP는 100만개였다. 지난해 중순에는 이 프로젝트가 DNA 염기서열에서 SNP가 위치하는 곳으로 300만 개를 찾아내 정리했다. 과학자들은 DNA 염기서열에서 나와 남이 서로 다른 하나의 염기를 가질 수 있는 곳, 즉 SNP가 존재하는 곳이 1500만개 정도일 것으로 추정한다.

과학자들은 햅맵을 이용해 개인 간의 차이 중 질병에 대한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햅맵을 토대로 질병과 관련된 유전자들을 보다 쉽게 빠르게 찾아내 질병 진단과 예측, 치료법 개발에 사용하도록 하는데 연구를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질병관련 유전자를 찾는 과학자는 의심되는 질환을 앓은 대가족의 가계나 부모의 유전자를 조사하는 방법을 전통적으로 사용했다. 따라서 질병 유전자를 찾기란 아주 어렵고 또한 시간도 상당히 오래 걸렸다.

하지만 이제는 햅맵의 SNP 지도를 이용하면 보통사람과 질병을 가진 사람 간의 유전자 비교가 훨씬 수월해진다. 따라서 쉽고 빠르게 유전자 속의 질병 관련 인자들을 찾아낼 수 있다. 그 결과, 과학자들은 지난 한해에만도 수십 가지 질병에 대해 50가지 이상의 유전자와의 관련 고리를 찾아냈다.

햅맵을 작성하는데 동원된 개인은 300여명이다. 이 지도에는 양부모와 한명의 자식으로 구성된 30쌍, 즉 90명의 나이지리아인과 90명의 미국인, 서로 연관이 없는 도쿄에 사는 45명의 일본인, 친척관계가 아닌 베이징에 사는 45명의 중국인 등으로 270명의 DNA 샘플이 사용되었다. 270명으로 만들어진 개인 간 유전자차이 지도, 햅맵은 이전보다 훨씬 쉽게 질병 유전자를 찾는데 도움이 되긴 하지만 그래도 부족한 감이 없지 않다.

그래서 영국에서 가장 큰 생명의학 연구기금인 웰컴 트러스트는 2005년에 200명의 연구원을 고용해 영국인 17,000명의 DNA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지난해 6월, 웰컴 트러스트는 류마티즘 관절염, 쌍극성 장애, 관상동맥 질환 등 7가지 질병에 대한 어마어마한 분석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는 개인차에 대한 유전적 연구가 한 단계 더 나아갔다. 게놈 연구가 인간이라는 차원에서 개인으로 초점이 이동하는 추세가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사이언스지는 개인 간 유전적 차이를 2007년 과학계 최대 이슈로 선정했을 정도다. 그렇다면 지난해에는 과연 어떤 일들이 일어났을까? 그 결과 개인에 대해 어떤 새로운 이야기가 등장했을까?

박미용 기자 | pmiyong@gmail.com 저작권자 2008.03.06 ⓒ ScienceTimes
http://www.sciencetimes.co.kr/article.do?todo=view&atidx=00000240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