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속에서 녹는 심장박동 조율기 나왔다
배터리·전선 필요없어
몸에서 녹아 사라지는 임시 심장박동 조율기가 개발됐다. 기존 조율기는 몸 밖의 조작장치가 심장에 자극을 주는 전극과 전선을 통해 연결되는 구조라 전선을 통한 감염 위험이나 전극이 제 위치에서 벗어날 위험이 존재한다. 반면 개발된 조율기는 이 같은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것으로 기대된다.
존 로저스 미국 노스웨스턴대 재료과학부 교수 연구팀은 사용 후 몸 속에 흡수돼 사라지는 임시 심장박동 조율기를 개발했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에 29일 발표했다. 최연식 박사후연구원이 제1저자로 공동 1저자인 구자현 연구원과 이승민, 정효영, 김주희, 윤홍준 연구원 등 다수의 한국인 과학자가 연구에 참여했다.
심장박동 조율기는 느리거나 불규칙적인 심장 박동을 정상 상태로 유지시키는 전자 기기다. 영구적으로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영구형 조율기와 임시로 사용하는 임시형 조율기 두 종류로 나뉜다. 부정맥과 같은 질병 환자에겐 영구형을, 질병 치료를 위한 일시적 약물 사용이나 수술로 심장 박동이 느려질 경우 임시형을 사용한다. 임시형은 3~7일 간 사용 후 제거가 필요하다.
문제는 기존의 임시형 조율기는 몸 밖에 조작 장치가 있고 인체 삽입형 전극이 피부를 관통하는 전선을 통해 연결된 구조를 지녔다. 이 때문에 전선을 통한 감염위험이나 환자가 자세를 바꿀 때 전극이 제위치를 벗어나는 위험성이 있다. 제거할 때도 몸 안의 전극을 제거하다가 심장 조직이 손상되거나 전극의 단선으로 2차 수술을 요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연구팀은 2014년에도 몸 속에서 일정한 시간이 흐르면 녹아서 흡수되는 ‘생분해성 이식형 배터리’를 개발한 바 있다. 마그네슘 호일과 철, 몰리브덴, 텅스텐으로 만든 이 배터리는 저분자 물질이어서 몸 안에서 서서히 용해된다. 임상시험에서 부작용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안전성도 검증을 받았다. 이 기술을 임시형 조율기에도 접목했다.
임시형 조율기의 두께는 250 미크론(μ∙100만분의 1미터), 무게가 0.5g 정도로 아주 얇고 가볍다. 근거리무선통신(NFC) 기술을 활용해 배터리 없이 무선으로 조작이 가능하다. 최연식 박사후연구원은 “기계적으로 유연하면서도 가수 분해 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소재들로 구성돼 , 움직임이 많은 심장 주변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다가 미리 프로그래밍한 시간 이후에는 분해돼 체내로 자연스럽게 흡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쥐와 토끼, 인간 심장 모델에 대한 검증실험도 마쳤다. 3개월 이내 완전히 사라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 박사후연구원은 “지금까지 나왔던 연구들은 실용성이 조금 떨어지는 개념 수준의 연구였다”며 “이번 연구결과는 현재 임상에서 사용중인 임시 심장 박동 조율기를 실제로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라고 밝혔다.
동아사이언스 (donga.com) 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2021.06.29 18: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