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속 장기 공격한 코로나19 바이러스, DNA까지 변형시켜 합병증 오래 남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이 폐뿐 아니라 심장과 신장 등 다른 장기에도 영향을 준다는 것이 속속 밝혀지면서 합병증 또한 높은 비율로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코로나19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장기의 에너지 공급을 끊으며 인체를 공격하는데, 이러한 공격 흔적은 DNA에 남아 장기간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윌리엄 머크 미국 버팔로대 연구원 연구팀은 연구결과를 이달 8일 국제학술지 ‘캐나다의학협회지(CMAJ)’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미국 건강보험 청구자료에서 올해 3월과 4월 코로나19와 관련해 병원을 찾은 7만 288명의 환자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코로나19 발병 후 이전보다 빈도가 증가한 병들을 찾는 방식으로 합병증을 찾았다.
코로나19와 연관된 가장 흔한 합병증은 폐렴과 호흡 부전, 신부전, 패혈증, 전신 염증 등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환자가 폐렴을 동시에 앓는 비율은 27.6%였고 호흡 부전은 11.8%였다. 신부전은 11.8%, 전신 염증은 10.4%였다. 심장 염증과 혈액 응고 등 혈관과 관련한 질환도 비율이 높았다. 머크 연구원은 “이러한 합병증 양상은 다른 연구에서 발표된 결과들과 대부분 일치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일으키는 다양한 합병증에 대한 연구결과가 속속 발표되면서 바이러스가 혈류를 타고 흐르면서 각종 장기에 영향을 주는 것은 정설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폐에 주로 감염되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어떤 방식으로 다른 장기까지 공격하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아르준 뎁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 심장학부 교수 연구팀은 코로나19가 폐 이외에 다른 장기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아낼 수 있는 쥐 모델을 개발하고 바이러스가 DNA를 손상시켜 장기적으로 건강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결과를 7일 국제학술지 ‘임상의학회지(JCI) 인사이트’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쥐에게 폐 외에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세포에 침투하는 데 활용하는 수용체인 안지오텐신전환효소2(ACE2)를 갖도록 조작했다. 이후 감염시켰다. 그 결과 코로나19에 감염된 쥐는 7일 내로 음식 섭취를 멈추고 활동을 거의 줄였다. 체중도 약 20%가 감소했다. 면역 세포의 수는 떨어졌고 심장 조직이 부어오르며 비장이 파괴됐다. 연구팀은 “이는 코로나19로 중증에 걸린 사람들에게서 관찰되는 증상과 거의 같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코로나19가 장기에 전달되는 에너지를 끊음으로써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밝혀냈다. 쥐를 분석해보니 카르복시산 순환 등 세포가 에너지를 만들도록 돕는 세포대사 과정이 심장과 신장, 비장, 폐 등에서 차단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렇게 변한 장기의 특성은 DNA 구조도 변화시켜 증상이 남고 유전까지 될 수 있는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뎁 교수는 “코로나19를 앓은 이들이 바이러스가 사라진 후에도 증상이 몇 달까지 계속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뎁 교수는 “바이러스가 신체 여러 기관에서 에너지 발생 경로를 제거하면 큰 혼란이 일어날 것”이라며 “바이러스가 폐 외의 장기에도 어떻게 감염되고,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신약 실험을 진행하는 데 쥐 모델을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사이언스 조승한 기자shinjsh@donga.com 2020.12.0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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