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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타변이보다도 돌연변이가 많아 전파력이 강력할 것으로 추정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에 대해 전문가들이 백신 회피 능력도 훨씬 뛰어날 것으로 우려했다. 코로나19 mRNA(메신저리보핵산) 백신 제조사인 모더나 최고경영자(CEO)도 기존 백신으로는 오미크론 변이를 막아내는 효과가 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오미크론 변이에 대해 연구를 시작한 전문가들은 오미크론 변이가 항체는 물론, T세포 반응도 회피하는 능력이 있어 코로나19에 한번 걸렸다가 완치한 사람이 재감염되거나 백신 접종자가 감염되는 돌파감염의 위험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스테판 방셀 모더나 CEO는 3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기존 백신이 (오미크론 변이에 대해) 델타 변이와 같은 효과를 내지는 않을 것”이라며 “실제로 효과가 떨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방셀 CEO는 "기존 백신이 오미크론 변이에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 오미크론 변이가 어떤 심각한 증상을 일으킬지 등에 대한 연구데이터가 2주 안에 나올 것"이라며 "기존 백신을 유통하는 상황에서 모더나의 전체 백신 생산라인을 당장 오미크론 변이 타깃으로 바꾸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그는 “효과가 얼마나 낮을지는 자료를 기다려 봐야겠지만 얘기해 본 과학자 모두가 좋지 않을 거 같다고 했다”고 전했다. 방셀 CEO가 어떤 과학자들과 대화한 것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오미크론 변이의 유전정보를 토대로 전파력이나 면역력을 회피하는 능력이 델타 변이보다 뛰어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돌연변이가 50개나 되는 데다 그 중 32개가 사람 세포를 감염시키는 역할을 하는 스파이크 단백질에 생겼기 때문이다. 이중 10개는 세포와 직접 결합하는 부위에 있다. 전문가들은 이 중 일부는 백신 효과를 피하는 베타 변이와 닮았고, 다른 일부는 전파력이 강한 델타 변이와 닮았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모더나 외에도 화이자 등 다른 코로나19 백신 제조사들도 오미크론 변이를 우려하며 이에 대응할 새로운 백신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오미크론 변이에 특화한 백신이 나오기까지 수개월이 걸릴 전망이다.
코로나19 mRNA 백신을 화이자와 공동 개발한 바이오엔테크의 우르 샤힌 CEO도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오미크론 변이에 대해 기존 백신이 델타 변이만큼 효과적이지 않을 것 같다"면서도 "만약 바이러스가 스파이크단백질에 대한 항체를 회피하더라도 중증 질병을 예방하는 T세포 반응이 있다"고 말했다. 백신을 맞으면 바이러스가 세포 감염을 못 하게 막는 항체와 함께, 이미 바이러스에 감염된 T세포가 만들어지는 면역반응이 일어난다.
노바백스도 기존 백신에 사용된 기술을 새로운 변이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면서 수주 안에 새 백신에 대한 시험과 제조를 계획하고 있다. 존슨앤드존슨은 자사 얀센 백신이 오미크론 변이에 얼마나 효능이 있는지 확인하는 시험을 시작했고, 아스트라제네카도 오미크론 변이가 최초로 발견된 보츠나와 등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25일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을 소개했다. 이전에도 새로운 변이(베타 변이)가 발생해 추적 연구 경험이 있던 남아공은 이번에도 오미크론 변이가 발견되자마자 발빠르게 세계보건기구(WHO)에 보고하고 오미크론 변이의 정체를 밝히기 위한 연구에 착수했다.
리차드 레셀 콰줄루나탈대 연구혁신및시퀀싱플랫폼연구소 연구원은 "우리는 아직 오미크론 변이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며 "이 변이의 유전체만으로도 충분히 우려가 되지만, 이 변이의 심각성과 변이를 대응하기 위한 연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레셀 연구원팀은 오미크론 변이가 델타 변이 등 다른 변이보다 훨씬 더 심각한 중증을 일으키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연구하고 있다.
샤힌 바이오엔테크 CEO의 전망과 달리, 오미크론 변이가 T세포 반응마저 회피할 수 있어 돌파감염과 재감염이 우려된다는 분석도 나왔다. 페니 무어 비트바테르스란트대 바이러스학과 교수는 "오미크론 변이가 백신 효과와 자연면역력을 얼마나 피할 수 있는지 잠재력을 분석 중"이라며 "이미 코로나19에 걸렸던 완치자와 이미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들도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되는 사례가 나왔다"고 말했다. 무어 교수팀은 "전문가들이 추측했던 변이 외 다른 변이들도 면역력 회피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보인다"며 "컴퓨터 모델링 결과 오미크론 변이이 가진 변이 중 일부가 T세포의 면역반응도 회피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정확한 분석 결과는 2주 뒤에 나온다.
오미크론 변이가 세계 전 대륙에 빠르게 퍼졌지만 실제 확진자 수는 아직 많은 편이 아니므로 실제로 오미크론 변이가 델타 변이보다 위협적이라고 단언하기는 이르다. 바이러스 진화 연구자인 아리스 카츠라키스 영국 옥스포드대 동물학과 교수는 "델타 변이가 널리 퍼져 있는 곳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어떤 전파양상을 보일지, 델타 변이 대신 우점종으로 확산할지 여부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동아사이언스 (dongascience.com) 이정아 기자 zzunga@donga.com 2021.12.01 12:31